도서 소개
매사에 쉽게 기대하는 주인공 ‘무무’는 기대를 품을수록 더 깊게 실망하는 일이 반복되자 더는 그 무엇에도 기대하지 않을 거라고 결심한다. 그렇게 마음의 문을 닫으려 했던 어느 날, 비 내리는 창밖에서 들려온 개구리의 울음소리가 다시금 무무의 마음을 움직인다. 개구리와 함께 망쳐버린 생일날의 오후를 보내면서 예상치도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게 되는데…. 《기대하지 않을 거야!》는 엉망이 되어버린 날, 예상치 못한 행복이 우리 곁에 찾아올 수 있다는 걸 세심하고 따스한 시선으로 보여주는 책이다.누구나 한 번쯤은 ‘기대하지 말 걸 그랬어!’라고 말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설레던 어느 아침, 부푼 기대가 무너지면서 눈물이 왈칵 쏟아지던 날처럼 말이다. 《기대하지 않을 거야!》는 바로 그런 기억에서 출발한다. 다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우리의 일상에는 ‘예상치 못한 기쁨’이라는 속성이 있음을 첨벙이는 빗소리와 개구리의 울음으로 전한다. 실망하는 게 두려워 기대를 접었지만, 결국 뜻밖의 기쁨에 녹아내려 웃게 되는 마음. 그건 우리 모두가 한 번쯤 지나왔지만 잊고 있던 감정이기도 하다.서민지 작가의 첫 그림책인 《기대하지 않을 거야!》는 아이의 감정을 섣불리 재단하지 않고, 끝까지 곁에 머물며 함께 느낀다. 아이였던 시절의 깊은 감정의 결을 기억하는 작가는 ‘기대’라는 감정에 담긴 애틋함과 상처, 그리고 그 너머의 회복까지 ‘지켜보는 방식’으로 그려낸다. 쉽게 마음을 부풀리고 매사에 기뻐하지만, 실망할까 봐 그 마음을 감추려 하는 아이들과 함께 읽기 좋은 책이다. 기대하고, 실망하고, 다시금 기대하면서 세상에 대한 사랑을 품는 모든 아이에게 건네는 조용한 응원이다.
출판사 리뷰
일상 속, 의외의 기쁨을 찾아보기
기대하지 않는 삶이란 어쩌면 어른스러움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르겠다. 한 아이가 어른이 되기까지 그 마음에는 많은 실망이 깃들 테고, 그럴 때마다 조금씩 마음을 덜어내며 살아가는 법을 배우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른이 된 우리는 ‘이제는 무엇이든 기대하지 않는 게 편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사실 이건 덤덤해진 게 아니라 상처받지 않기 위해 설렘과 마음 사이 미리 벽을 쌓는다는 것과도 같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 ‘무무’ 역시 그런 어른의 마음을 닮았다. 소풍을 가지 못하게 되고, 산타는 오지 않으며, 생일 아침마저 비가 내려 엉망인 하루를 맞게 된 아이는 단단히 다짐한다. 이제는 어떤 일도, 어떤 사람도, 어떤 순간도 기대하지 않겠다고 말이다. 이러한 결심은 어른들이 종종 상처받지 않기 위해 선택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진짜 아이다운 이야기는 그다음에 있다. 실망한 마음으로 마주한 하루의 끝, 예상치 못하게 무무는 개구리와 만나게 되면서 일상의 설렘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기대는 종종 불공평하다. 기대한 만큼 돌아오지 않을 때, 우리는 기대했던 무언가로부터 버림받았다고 느낀다. 아이든 어른이든 그 감정은 같다. 그래서 기대를 점점 줄이고, 감정을 접고, 감탄을 삼키기도 한다. 기뻐할 준비보다 실망해도 다치지 않을 준비를 먼저 하는 것이 현명하게 보일 때도 있다. 무무의 감정 역시 그러한 보편적인 흐름을 따라간다. 하지만 닫힌 마음을 두드리는 건 늘 예상 밖의 일이다. 낯선 소리나 엉뚱한 놀이, 그리고 진흙투성이의 몸짓이 무무의 굳은 마음을 서서히 녹인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을 하나 던질 수 있겠다. 실망할 걸 알면서도 한 번쯤 더 기대해 보는 일은 정말 바보 같은 일인가? 어쩌면, 기대한다는 건 세상의 모든 것과 나를 연결 짓는 일이자, 아직 무언가를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이 책은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기에 좋은 책이다. 단순히 한 아이의 에피소드로 끝나는 동화가 아니라,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감정이 그 안에 스며 있기 때문이다. 실망하고, 상처받고, 다시 기대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설레는 모든 마음은 우리 내면에서 마주했던 어딘가의 기억과 맞닿아 있다. 서민지 작가는 이 반복의 고리를 비판하거나 희화하지 않고, 다정한 손길로 감싸안는다. 그리고 조용히 말한다. 기대하고 실망하다가도 다시 일상의 기쁨을 찾는 삶이 아니라면, 우리는 세상의 그 무엇을 사랑할 수 있겠냐고 말이다. 무무는 숱한 실망에서 벗어나 다시 기대하기 시작한다. 그 기대가 엉망이 되더라도 괜찮다고 여기게 된다. 그건 비로소 무무의 마음이 한 층 더 성장했다는 증거가 아닐까. 이 책은 그러한 마음의 성장, 아이다운 마음이 한 뼘 더 근사하게 자라나는 이야기다.
아이의 감정을 그대로 바라보는 일
기대는 아주 조용히 시작되는 감정이다. 어린이들은 그 감정을 숨기지 못해 오늘은 어떤 일이 일어날까, 누가 내 이름을 불러줄까, 급식에는 내가 좋아하는 간식이 나올까, 이런 작고 사소한 기대를 품는다. 이는 아이들의 하루를 이끌어 가는 투명한 불빛과도 같다. 그런데 이 빛이 꺼지는 순간, 아이는 혼란에 빠지고 그 뒤로 몰려오는 서운함을 느껴야만 한다. 이 감정의 진폭은 주변의 어른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기대하지 않을 거야!》는 이러한 아이의 눈으로 주인공의 감정 곡선을 따라간다. 기쁜 마음으로 소풍을 준비했으나 갑작스럽게 배탈이 나고, 산타의 선물을 애타게 기다렸지만 감감무소식이다. 이처럼 설던 마음을 들킨 것 같아 무무는 서둘러 선을 긋는다. “이제는 정말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을 거야!” 이 말 속에는 다짐보다는 서러움이 더 많이 느껴진다. 실망할 바에는 아예 처음부터 아무것도 바라지 않겠다는, 어린아이가 만든 마음의 방어선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 선 너머에 다정한 시선을 떨군다. 아이들이 느낄 법한 작은 감정 하나하나도 결코 작게 여기지 않는다. 서운함도, 억울함도, 기대하다 무너지는 마음도 그대로 받아들이고 바라본다. “그깟 일로 왜 울어?”라든지, “다음에 또 기회가 있잖아”와 같은 말로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축소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곁에 함께 머무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이끌고 나간다. 모든 것이 엉망이 된 아침에 무무는 뜻밖의 기쁨을 마주하며 주어진 하루를 온전히 받아들인다. 마치 아이들에게 있어 위로란 정답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함께 있으며 지켜봐 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조심스레 전하는 것만 같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아이의 감정과 마음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어른의 잣대로 그것을 축소하거나 재단하지 않는 방법을 자연스레 배울 수 있다.
기대는 여전히 무무의 마음 어딘가에서 조용히 숨 쉬고 있었다. 그 작은 불씨가 어떻게 다시 타오르는지를 보여주면서도 마음이 회복되는 순간을 그려낸다. 아이가 감정을 꺼내 보이는 방식은 어른보다 훨씬 더 투명하고 진실하다. 바로 그 진실함이 이 책의 중심에 있다. 이 책은 단지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아이였던 시절의 마음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거울과도 같다. 무무는 끝내 다시 기대하기로 하고, 그 기대가 엉망이 될지도 모르지만 감정을 감추거나 지우지 않는다. 기대한다는 건 곧 아직 세상을 진실하게 보고 있다는 증거고, 실망했어도 그 순수한 눈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위로를 넘어 감정을 있는 그대로 품어주고 존중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는 책이다. 그리고 우리는 무무 덕분에 다시 마음을 열어도 괜찮겠다는 용기를 얻는다.
익숙함 너머의 세계로 나아가기
일상은 언제나 반복의 연속이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정해진 경로로 이동하며, 정해진 사람들과 대화하고, 정해진 감정을 경험한다.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학교라는 작은 질서 사회 속에서 매일 비슷한 하루를 살아간다. 그런 반복을 거듭하다 보면 아이들은 자연스레 특정한 날을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 그것을 기다리는 이유를 좀 더 명확히 말하면 이러한 이벤트는 ‘반복되는 일상의 결’을 조금 다르게 만들기 때문일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 아이들이 일상을 살아가며 처음으로 맞딱들이는 불확실한 세계, 그리고 그건 동시에 익숙한 세계를 떠나려는 첫걸음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종종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소풍은 갈 수 있을 것이고, 생일은 언제나 즐거울 것이며, 좋은 일은 반드시 나에게도 올 것이라는 믿음. 그러나 현실은 종종 다르게 흘러간다. 이 책에서 무무에게 일어나는 ‘일어나지 않을 법한 일들’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러한 일들은 아이의 마음을 조용히 뒤흔든다. 꼭 일어나야 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서 작은 무력감을 느끼기도 할 테다.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무무가 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누구의 조언이나 도움을 기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그는 개구리를 따라 진흙 웅덩이로 향하고, 엉망진창이 된 하루를 자신만의 시선과 손길로 재구성한다. 어른들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건 무척이나 중요하다. ‘받아들인다는 것’은 가르침의 결과가 아니라, 경험에서 오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무무는 여전히 생일을 근사하게 보내지 못했고, 비는 멈추지 않았으며, 기대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일상의 즐거움을 바라본다는 건 새로운 기쁨을 찾아가는 연습이라 할 수 있다. 중요한 건 ‘괜찮은 척’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기쁨을 마주하며 정말로 괜찮아지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진흙 속에서 뛰어놀며 기대하지 않았던 일들을 기쁨으로 받아들이는 일. 그건 한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되어준다.
《기대하지 않을 거야!》는 아이의 실패한 기대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책은 기대가 실패했을 때 그 감정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스스로 배워가는 아이의 이야기에 가깝다. 이 책은 우리에게 ‘다시 기대해도 괜찮다’는 뻔한 메시지를 건네지 않는다. 다신, 기대한 대로 되지 않아도 그 하루를 기쁨으로 가득 채울 수 있다는 걸 그저 보여준다. 처음으로 스스로 위로할 줄 알게 된 아이는 다음 생일을 기대하면서도, 그것이 또다시 무너질 수 있음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괜찮다. 기대하지 못했던 일들, 정해진 세계 너머의 일들이 나를 기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 역시도 배웠으니 말이다. 모든 것을 정직하게 겪어내는 아이, 무무의 여정은 실망 속에서 헤엄치는 우리의 마음에 다정한 위로이자 용기가 되어줄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서민지
어린이가 자라 어른이 된다는 건 정말로 신비한 사실입니다. 저는 늘 그 사실을 기억하려 합니다.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참 깊고 커다랬던 감정의 웅덩이가 생각납니다. 타인은 사소한 것이라 여기던 것들이 왜 그렇게 크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네요. 덕분에 아직도 마음에 그 물기가 어렴풋이 남아, 나를 닮은 아이들에게 위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 아이들은 어떤 이야기가 듣고 싶을까 헤아리며 이 그림책을 만들었습니다. 신중히 생각하지 않으면 어른의 관점으로 쉽게 판단할 때가 많지만, 계속해서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 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 그림책 작가로서의 목표입니다. 어린 이였던 시절을 잊지 않기 위해 낮에는 아이들과 함께하고, 저녁에는 그림책을 쓰고 그립니다. <그림 책상상 그림책학교>에서 공부했으며 ≪기대하지 않을 거야!≫는 저의 첫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