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어느 날 뜨거운 돌이 민씨네 집으로 굴러 들어왔다. 깜짝 놀란 민씨는 마을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우당탕 소리에 놀란 마을 사람들이 벌떼처럼 몰려오고, 먼저 힘센 장사인 돌쇠가 나서서 돌을 들어 보려 하지만 돌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글깨나 읽는다는 윗마을 훈장 어르신이 나서 보지만 역시나 돌은 그대로다.
마지막으로 귀신 잡는 최 무당이 나섰지만 돌은 움직이지 않는다. 마을 사람들도 모두 돌아가고 홀로 남은 민씨는 자포자기한 마음으로 돌 옆에 벌러덩 누워 보는데, 뜨끈뜨근한 돌 덕분에 찌뿌둥했던 몸이 풀리고, 땀이 송골송골 나면서 피부가 보송보송해지는 듯하다.
기분이 좋아진 민씨는 뜨거운 돌에 이것저것 주전부리를 구워 보며 신이 났는데, 고소한 냄새가 온 마을에 퍼져 나가자 마을 사람들이 다시 몰려온다. 마을 사람들에게도 뜨끈한 방에 누워서 주전부리를 먹어 보라고 권하는 민씨. 그리하여 민씨네 집터가 ‘5대째 원조 불가마’가 되었다는 이야기. 믿거나 말거나.
출판사 리뷰
5대째 자리를 지켜 온 민씨댁 불가마의 전설《민씨댁 불가마전》은 기발한 상상력을 마치 오래된 옛이야기처럼 익살스럽고 흥겨운 입말로 담아낸 그림책이에요. 옛날 옛적, 깊은 산골, 외딴집에 양반 타령만 하며 곧 죽어도 일은 안 하는 민씨가 살았어요. 그날도 민씨는 다른 날과 다름없이 방에서 빈둥거리고 있었지요. 그런데 갑자기 산이 울리듯 ‘우르릉 쾅쾅’ 큰 소리가 나더니 커다란 돌덩이가 민씨댁 방 한가운데로 쿵! 날아들었어요. 놀라 자빠진 민씨는 큰 소리로 마을 사람들을 불러 모아요. 힘깨나 쓴다는 돌쇠, 글 좀 읽는다는 훈장 어른, 마지막으로 귀신도 쫓는다는 최 무당까지 나서서 돌을 옮겨 보려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어요.
결국 구경 온 마을 사람들은 하나둘 돌아가고 텅 빈 마당에 민씨 홀로 남아요. 팔자타령을 늘어놓던 민씨는 ‘에라, 모르겄다’ 하면서 뜨거운 돌 옆에 벌렁 드러누워요. 어라?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쑤시던 몸이 개운해지고, 금세 땀이 송골송골 맺히면서 피부가 보송해지는 듯해요. 내친김에 뜨거운 돌에 온갖 주전부리를 구워 보는 민씨! 민씨댁에 날아든 뜨거운 돌덩이는 복덩이였을까요? 지금까지도 민씨댁 터에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민씨댁 불가마’ 이야기를 판소리 문체로 재미나게 만나 보세요. 한바탕 신명 나게 노는 놀이판처럼 재미나고 구성진 웃음을 선사한답니다.
은근슬쩍 비틀고 꼬집는 이야기판소리에는 백성들 삶의 애환이 흥겨운 입말과 구성진 가락으로 담겨 있어요. 《민씨댁 불가마전》에도 이야기 곳곳에 판소리에서 느낄 수 있는 해학과 풍자를 슬쩍슬쩍 숨겨 놓았습니다. 제 밥벌이도 안 하고 빈둥거리는 민씨의 모습에서 옛 양반 사회를 향한 은근한 풍자가 느껴집니다. 판소리는 당시의 불합리한 사회 구조나 지배층의 모습을 에둘러서 해학적으로 비판했지요. 이를테면《춘향가》에서 방자가 양반인 이몽룡을 청중들 앞에서 은근슬쩍 웃음거리로 만들고, 겉으로는 몽룡을 극진히 모시는 척하면서 몸짓 하나로 양반의 허세를 비틀기도 합니다. 이처럼 판소리에는 신분의 높고 낮음을 뒤집는 유쾌한 반전의 미학이 담겨 있습니다. 《민씨댁 불가마전》에서도 실제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허세만 부리는 민씨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양반층의 무능함과 나태함을 은근슬쩍 웃음 섞인 말투로 꼬집습니다. 그렇게 빈둥거리기만 하던 민씨가 엉겁결에 뜨거운 돌 옆에 드러눕게 되면서 민씨의 삶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게으른 민씨가 스스로 몸을 움직이고, 사람들과 무언가를 나누며 기쁨을 느낍니다. 그래서인지 민씨네 집터 그대로 5대째 운영하는 전설의 불가마가 된다는 결말을 보면 익살 너머의 따뜻한 울림이 전해집니다.
웃음 속에 담긴 풍자, 판소리처럼 흥겨운 그림책뜨거운 돌을 옮겨 보겠다며 나선 돌쇠, 훈장 어른, 최 무당은 각각 힘과 지식, 무속신앙을 대표하는 인물들입니다. 하지만 이들 모두 말만 앞설 뿐, 정작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고 돌아섭니다. 이는 권위와 체면이 앞서는 사회에서 겉으로는 번듯하고 세상을 움직이는 듯 보이는 인물들이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한다는 점을 풍자합니다. 판소리 청중들은 이런 장면을 보며 ‘얼쑤!’ 하고 웃으며 속이 시원해지는 통쾌함을 맛봅니다. 《민씨댁 불가마전》에서도 장면마다 마을 사람들의 익살스러운 반응과 참여가 빠짐없이 담겨 있어 통쾌한 웃음이 절로 터져 나옵니다.
또한 판소리 사설에는 길게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문장, 반복과 과장을 통한 리듬감, 서술자가 중간중간 끼어들어 감탄하거나 툭툭 내뱉는 평가가 들어 있습니다. 《민씨댁 불가마전》에서도 “오메, 워쩌?” 같은 전라도 사투리의 입말과 함께, 상황을 우스꽝스럽게 부풀리는 표현, 읽는 이와 눈 마주치며 말을 건네듯 흘러가는 문장을 살려 썼습니다. 마치 판소리가 펼쳐지는 마당에 앉아 구수한 이야기꾼의 소리를 듣는 것 같은, 말맛 가득한 그림책입니다.
과장과 익살로 읽는 재미를 주는 그림책판소리 문체와 사회에 대한 풍자를 담아냈다고는 하지만 《민씨댁 불가마전》은 어디까지나 재미있게 만든 이야기로 한바탕 낄낄대며 배꼽 잡고 읽을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민씨가 놀라 자빠지는 장면이나 벌떼처럼 몰려드는 마을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 민씨가 뜨거운 돌에 정신없이 주전부리를 구워 대는 장면 등을 보면 인물들의 표정과 동작 하나하나에 과장과 익살, 유머가 담겨 있어 저절로 흥이 차오르고, 판소리 마당을 구경하는 듯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웃음은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시작점입니다. 재미있는 장면에서 깔깔 웃다 보면 자연스레 책에 빠져들고, 이야기에 공감하며 상상력을 키우게 됩니다. 《민씨댁 불가마전》은 웃음과 함께 아이들에게 책 읽기의 즐거움을 깨닫게 해 줄 책입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민병권
미국 필라델피아 UArts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습니다. 즐거운 상상을 하고, 웃음을 주는 이야기 만드는 것을 좋아합니다. 지은 책으로는 《들어와》가 있습니다. 언젠가 판소리 무대에서 소리꾼이 펼치는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어 큰 감동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되어 이 책을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