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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듦
상호감염의 미학
미디어버스 | 부모님 | 2025.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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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영화 비평가 유운성의 신간 『물듦: 상호감염의 미학』은 자유간접화법을 단순한 기법이 아닌 새로운 주체성의 가능성으로 탐색하는 책이다. 문학에서 주로 사용되던 자유간접화법이라는 개념을 영화와 미술, 그리고 여러 폭넓은 예술 실천에 적용하는 것이 가능한지, 그리고 그 속에서 어떤 새로운 방법이 도출될 수 있는지를 다룬다.

저자는 자유간접화법에 대한 파졸리니의 논의와 그의 영화, 그리고 발렌틴 볼로쉬노프와 질 들뢰즈의 논의를 넘나들면서 기존의 간접화법과 직접화법을 넘어서는 자유간접화법적 주체성을 제안한다. 자유간접화법의 예술은 특정한 형식이나 기법이 아니라 작가적 태도이며, 단순한 창작 방법론의 문제가 아니라 작품이 세계와 맺는 관계, 그리고 그 안에서 생성되는 주체성의 양식과 연결된다고 주장한다.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기록과 허구를 구분하는 일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시대에, 자유간접화법적 주체성은 경계를 허무는 방식으로 작동하며, 작품의 한 부분이 아니라 작업 전체를 관통하는 구성적 혹은 탈구성적 힘으로 기능한다.

  출판사 리뷰

“화법 자체가 주제다”

영화 비평가 유운성의 신간 『물듦: 상호감염의 미학』은 자유간접화법을 단순한 기법이 아닌 새로운 주체성의 가능성으로 탐색하는 책이다. 문학에서 주로 사용되던 자유간접화법이라는 개념을 영화와 미술, 그리고 여러 폭넓은 예술 실천에 적용하는 것이 가능한지, 그리고 그 속에서 어떤 새로운 방법이 도출될 수 있는지를 다룬다.
저자는 자유간접화법에 대한 파졸리니의 논의와 그의 영화, 그리고 발렌틴 볼로쉬노프와 질 들뢰즈의 논의를 넘나들면서 기존의 간접화법과 직접화법을 넘어서는 자유간접화법적 주체성을 제안한다. 자유간접화법의 예술은 특정한 형식이나 기법이 아니라 작가적 태도이며, 단순한 창작 방법론의 문제가 아니라 작품이 세계와 맺는 관계, 그리고 그 안에서 생성되는 주체성의 양식과 연결된다고 주장한다.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기록과 허구를 구분하는 일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시대에, 자유간접화법적 주체성은 경계를 허무는 방식으로 작동하며, 작품의 한 부분이 아니라 작업 전체를 관통하는 구성적 혹은 탈구성적 힘으로 기능한다.
또한, 저자는 창작과 수용의 과정에서 상호감염적 변화를 일으키는 방식으로 자유간접화법이 작동할 수 있음을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김동원의 다큐멘터리와 구파수 륜호이의 <소리굴다리> 같은 영화를 예로 들며 그 가능성을 탐색한다. 그는 이들 작품을 통해 영화적 형상이 시대적 변화 속에서 지속적으로 조정되며, 과거와 현재의 언어가 뒤섞이는 과정에서 새로운 영화적 주체성이 구성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특히 저자는 파졸리니의 논의를 빌려 종래의 아방가르드 예술이 미래의 언어를 미메시스하려 들면서도 정작 과거와 현재의 언어는 부정했던 점을 비판적으로 고찰한다. 그는 AI 시대의 경향을 선도하는 예술 작품들에서도 유사한 논리가 반복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영화라는 ‘구식’의 제도가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AI 시대의 기술산업적 논리를 자신의 표현적 세계로 래디컬하게 전유하는 방식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질문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소리굴다리>는 오늘날 보편화된 ‘디스플레이’라는 장소를 배회하며 ‘상호감염’의 주체성을 웅변하는 예시적 작품이 된다.
책의 말미에는 「아카이브, 혹은 자기기술 시대의 미학」, 「예술을 둘러싼 불안」, 「김동원에 대한 두 개의 강의」 등 저자의 기존 강연과 발표문이 부록으로 수록되었다. 본문과 상호작용하는 이 글들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예술 개념을 사유할 실마리를 제공하며 저자의 다음 여정을 기대하게 만든다.
『물듦-상호감염의 미학』은 단순한 영화 이론서가 아니다. 자유간접화법적 주체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현대 예술에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를 탐색하며, 예술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도전적인 비평서이다.

"직접화법의 예술은 분명 20 세기에 등장한 새로운 예술 개념이에요. 왜 20 세기 초엽에 이런 예술 개념이 등장했는지 그 이유를 따져보는 것도 흥미롭겠지만, 간략히만 말씀드리자면 사진이나 영화의 출현이 자극을 주었으리라는 추정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봅니다. 인간의 별다른 행위성 없이도 거의 자동적으로 세계의 일부를 포착해 보여주는 듯한 사진과 영화는 특별한 가공 없이 무언가를 고스란히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예술적 실천이 가능할 수 있으리라는, 직접화법의 예술에 대한 암시를 주었을 수 있죠."

"관람객이 공백이라고 느끼는 부분을 채우는 대체물로 등장한 것이 담론으로, 또는 스펙터클로 과적된 동시대 예술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아티스트 북과 도록, 강연과 심포지엄, 그리고 아카이브에 이르는 담론들은 어떤 면에선 레디메이드 오브제의 위장된 변형에 지나지 않는 것 아닐까요? 순수한 레디메이드 오브제, 즉 내용 없는 오브제에 대한 관람객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그저 내용 자체를 오브제로 내세운 것은 아닐까요? 전시를 기획하는 큐레이터와 오늘날의 전시에 종종 협력자로 등장하는 인문학자와 과학자 역시 일종의 오브제로서 기능하는 내용들인 것은 아닐까요? 그렇다면 스펙터클은 어떤가요? 그것은 표현 없는 오브제의 표현 없음을 대신해 나타난 과대망상증적 거짓 표현일까요?"

"우리는 이런 생각도 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일방적 감염이 아닌 상호감염을 활성화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주제 개념에도 열려 있는 동시대적 예술 실천이 가능할까? 말하자면 우리 시대에 걸맞은 자유간접화법의 예술이 있을까? 어쩌면 이런 예술은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니까요. 다만 자유간접화법의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고요. 물론, 앞서 말씀드린 대로 파졸리니의 논의가 있지만, 그의 선구적 논의가 여전히 예술 일반으로 폭넓게 수용되지는 못한 것 같아요. 왜일까요?"

  작가 소개

지은이 : 유운성
영화평론가. 서울대학교 물리교육과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영화사 및 영화이론을 공부했다. 2001년 《씨네21》 영화평론상 최우수상을 수상한 후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 왔다. 2004년부터 2012년까지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문지문화원 사이’ 기획부장으로 일했다. 2016년 비정기 영상전문지 《오큘로》를 창간, 현재까지 공동발행인을 맡고 있다. 저서로 《유령과 파수꾼들》(2018), 《어쨌거나 밤은 무척 짧을 것이다》(2021), 《식물성의 유혹》(2023)이 있고, 조너선 크레리의 《지각의 정지》(2023)를 번역했다.

  목차

자유간접화법의 예술과 상호감염의 미학
자유간접화법이란 무엇인가
화법 자체가 주제다
화법과 주체성
부정적인 것과 함께 나아가기
AI 시대의 반(反) 영화

부록
아카이브, 혹은 자기기술 시대의 미학
예술을 둘러싼 불안
김동원에 대한 두 개의 강의 (동영상 QR 코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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