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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집의 탐미 이미지

오래된 집의 탐미
책과이음 | 부모님 | 2025.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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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예술로 은유하는 빈티지 공간 디렉터 김서윤의 낡고 오래된 1979년식 단독주택 수선기. 아파트처럼 획일적이고 정형화된 공간 대신 조금 더 자유로운 형태의 주거 공간은 없을까? 오로지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나를 대변하는 취향으로만 채워진 사적이면서도 공적인 공간을 만들 수는 없을까? 작가는 다년간 갈고닦아온 공간 디렉터로서의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 세상 어디에도 없는 독특하고 유일한 공간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용기 있게 실행에 옮겼다.

오래된 집을 리모델링하는 작업은 예상만큼 수월하진 않았지만, 그는 그 과정에서 자신의 지난 삶과 천천히 화해하며 공간과 예술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더욱 공고히 다질 수 있었다. 역사와 미술을 향한 깊은 열망과 애정에서 빚어낸 독특한 미감과 예술적 통찰로, 우리에게 좋은 집이란 무엇이며, 진정한 자기 삶을 찾아 떠나는 모험에 필요한 용기가 무엇인지를 선명하게 일깨워준다.

  출판사 리뷰

오래된 단독주택을 고치며
내 삶도 리모델링해보겠다는 과감한 용기와 다짐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이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백화점 테마 공간, 팝업 스토어, 브랜드 쇼룸 기획 연출, 주택 인테리어와 리모델링 등 다양한 작업 분야에서 빈티지 공간 디렉터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작가는, 이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해 생의 의미를 궁구하는 예술에 대한 열정과 이따끔 외면하고픈 현실의 간극에 드리운 진한 고뇌를 아울러 책 속에 녹여낸다. 집은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이나 유행하는 인테리어의 강박에서 벗어나 집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을 발휘해볼 수는 없는 걸까. 일반적인 삶의 방식 대신 각자의 기준대로 선택하고 남과 비교 없이 당당하게 살아갈 수는 없는 걸까. 작가가 책 속에서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은 곧 우리에게 좋은 집이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주제로 환원된다. 집은 단순한 건물 그 이상의 의미와 가치가 있다.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집과 나에게 영감을 주는 집.” 작가에게 집이란 장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어떤 마음가짐이기도 하다. 오롯한 나만의 라이프스타일과 미적 취향을 간직한 집을 만들겠다는 마음. 지난 세월 예리하게 다듬어온 공간미학을 종합해 보여주면서도, 조화롭고 독창적인 정체성이 깃든 나만의 미적 세계를 구축하겠다는 선언. 나를 단단히 지켜주는 것들과 함께 진정한 내 삶 속으로 뛰어들겠다는 다짐. 어디에도 없는 독특하고 유일한 공간을 만들어보겠다는 그 과감하고 무모한 용기를 내어, 작가는 아파트 구입 광풍이 몰아치던 부동산 신앙 절정의 시기에 서울 아차산 자락, 대지 33평의 1979년식 작고 오래된 단독주택을 매입했다.

인생은 언제나
계획대로 흐르지 않는다

공간 디렉터로서 다양한 클라이언트의 의뢰를 받아 열정과 애정을 다해 독특한 공간을 연출해오면서도 작가는 늘 허기에 시달렸다. 아마도 그것은 자신만의 고유한 공간에 대한 갈증이었을 것이다. 이제는 오롯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진 사적이면서도 공적인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여행길에서 마주한 수많은 예술작품과 경이로운 이국의 문화, 그간 무수히 작업하며 체화한 모든 유무형의 예술적 감각을 집약적으로 녹여내고 싶었다. 그리고 마침내 ‘나의 집’으로 마주한 이 작고 오래된 단독주택에서, 방황 많던 지난 삶까지 리모델링해보겠다는 결심과 새로운 여정에 대한 설렘으로 작가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처음의 달콤한 기대와 달리 리모델링 과정은 예상보다 훨씬 더뎠다. 엄두도 못 낼 지붕은 둘째 치고 전기, 배관 설비, 단열, 창호, 바닥 보일러, 벽마감까지 모조리 뜯어내고 새로 재배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계약한 시공 업체에 페인트 색상 넘버까지 지정된 세부 디자인 구성안과 수많은 자료 사진을 건넸건만 도면도 예산도 차일피일 늘어지기만 했다. 마치 호기로운 욕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현실이 자꾸만 고약한 농담을 던지는 것 같았다. 계절이 돌고 도는 동안에도 본격적인 공사는 시작도 되지 못했고, 섣부른 철거 작업 이후 처음 계약한 시공 업체와의 약속은 끝내 누렇게 산화되어버렸다.

나와 꼭 닮은 공간을
만들어간다는 순수한 기쁨으로

다행히 믿을 만한 새로운 시공 업체와 조우하며 심기일전하여 집의 본질적인 방향성과 콘셉트를 다시 한 번 명료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예술 속에서 살아가는 법. 작가에게 집이란 무릇 예술이 일상처럼 조화롭게 스며든 곳이어야 했다. 반드시 저 높고 심오한 차원에 있는 고고한 별만이 예술인 것은 아니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가장 기본적이고 평범한 층위에 공기처럼 자연스레 스며들고,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어 보다 정신적인 영역에 가닿는 예술의 확장성을 꿈꾸었다. 개인적이면서도 집단적인 이중성을 띤, 상업 공간의 미감과 주거 공간의 편의성을 동시에 담아낸 예술가의 아틀리에 같은 곳이라면 더할 나위 없었다.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하며 작가는 공사 기간 내내 매일같이 리모델링 현장을 찾았다. 시공사가 단열, 창호, 설비, 배관, 전기 등 기본적인 공정을 진행했지만 이 집의 공간 기획자이자 디자이너, 그리고 공간 사용자로서 타일과 조명 기구, 콘센트와 손잡이까지 많은 자재를 직접 수급해야 했기에 매 공정을 꼼꼼히 점검하지 않을 수 없었다. 타일 하나, 페인트 컬러 하나, 문짝 하나를 선택하면서도 잊고 살던 나, 내가 모르던 나를 만나고 10년 후의 나를 만나기도 했다. 집 리모델링은 그렇게 다시 만난 나 자신을 모자이크처럼 조각조각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과정이었다.

공간으로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오래된 마법을 꿈꾸며

오래된 집을 리모델링하는 일은 단순히 낡은 건물을 고쳐 살기 편하게 만드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스스로 고백하건대, 리모델링 과정은 그 자신을 더 잘 알아가는 심리적 치유의 시간이자 무수히 흔들리고 머뭇거리던 과거와 화해하는 시간이었다. 허위와 가식을 벗어던지고 진실한 나와 대면해야 했던 그 시간의 중심에는 수많은 화가들을 삶의 깊은 절망에서 끌어올린 예술이 있었다. 작가에게 예술은 유일한 쉼이고 치유였다. 집이 조금씩 완성되어갈수록 작가가 마음을 다해 모아온 빈티지 가구와 지난 여행의 회상이 담긴 소품, 그것들이 간직한 역사와 미술에 스며든 철학적 사유가 농밀하게 자리 잡아갔다. 자기만의 집은 곧 자기만의 서사가 깃든 예술의 현장. 강렬한 이국적 미감을 품은 작가의 집 ‘이그조띠끄’는 어느덧 그 자체로 삶을 영위하는 일상의 공간이자 훌륭한 예술적 모티프가 되어 그가 원하는 가치를 오롯이 구현하고 있었다. 물론 그래서 삶이 바뀌었냐고 묻는다면 아직까지 자신있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는 없다. 자꾸만 손볼 곳이 생겨나는 오래된 단독주택 리모델링 공사처럼 삶은 결코 한 번에 전복되지 않는다. 그러나 인생의 새로운 방향성을 찾는 본격적인 여정을 시작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값지고 아름다운 기록이라고 위안하고 싶다. 오래된 것들이 품은 비밀을 탐미하며 그와 꼭 닮은 공간을 만들어가는 작가의 여정은, 빛바랜 오브제들이 흐르는 세월 속에 은밀히 축척해가는 또다른 이야기와 함께 지금도 천천히 이어지는 중이다.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집과 나에게 영감을 주는 집. 집이란 장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어떤 마음가짐이기도 하다.

삶에서 나는 단순한 행복의 감정만을 원하지 않는다. ‘내가 나로서 존재한다’는 보다 실제적이고 충만한 감각을 바란다.

어차피 내가 원한 건 삶의 변화였다. 집이라는 물리적 공간에 자발적으로 묶어둔 결박으로부터 멀리 도망칠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랐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서윤
예술로 은유하는 빈티지 공간 디렉터. 정형화된 스타일보다는 자유롭고 의외의 시도가 깃든 공간, 미묘한 이국적인 뉘앙스와 예술적 감성으로 개개인의 미학과 브랜드의 철학이 큐레이션된 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오래된 것들이 품고 있는 시간성과 층위, 그리고 이질적인 것들의 충돌이 만들어내는 극적 이미지를 찬미한다. 앞으로도 내내 낭만과 관능 사이, 혹은 이 세상이 아닌 그 어딘가 비일상적인 곳을 찾아 영감의 여정을 떠나고 싶다. 인스타그램 @exotique_seoyoon

  목차

프롤로그|과감한 용기 또는 섣부른 무모함에 대하여

PART 1 무모한 결심
나를 환영하는 공간에 대한 환상
쓰디쓴 연애와 달콤한 이별
거짓말 같은 일들
급격한 변화
소란한 감정
행운은 예기치 못한 곳에
욕망이 드리워진 철거 현장
그새 벌써 산화된 꿈
사라지지 않는 허기

PART 2 성장의 대가
새로운 봄
낭만과 관능 사이
일과 삶의 모호한 경계
이국의 여행길에서 체화한 영감으로
드디어 재개된 공사
지중해를 향한 찬가
예측 가능성과 불가능성 사이
여전히 외로운 나날
골목길을 마주하며
유미주의자의 빈티지 인테리어 예찬론
시간이 스민 서재

PART 3 새로운 여행
기대와 권태 사이
그림 같은 일상
한겨울의 라흐마니노프
박공지붕 아래 부유하는 감각들
첫 겨울의 증명
얻은 것과 잃은 것
집 뒤편 산책길에서

에필로그|끝인 동시에 시작인 것들
이그조띠끄 리모델링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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