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세계 경제가 관세 전쟁과 보호무역의 긴 터널로 들어가고 있다. KDI와 한국은행을 비롯한 경제 예측기관들은 향후 한국 경제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추가경정예산을 통한 재정지출 확대에 주목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세수 부족과 함께 국가 부채의 증가를 걱정하고 있다.이 책은 외형적인 세수 부족과 국가 부채의 증가를 걱정할 필요는 없으며, 노동과 자본의 생산성을 높이거나 유지하는 방안에 주목한다면 재정을 적극적으로 운영함으로써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 주요한 이유는 첫째, 재정지출을 전제로 하는 국가 부채의 증가는 민간 부문의 금융자산과 부가가치의 증가로 이어지고 둘째, 국가 부채가 미래의 세금 부담으로 직접 연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모든 돈은 누군가의 금융자산이면서 동시에 다른 누군가의 금융부채다. 예를 들어 은행예금은 예금주의 입장에서는 금융자산이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금융부채다. 돈은 차용증, 즉 금융부채에서 시작된다. 돈의 한쪽에 연결되어 있는 채무자는 노동이나 자본을 투입해 빌린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서 금융부채를 상환해야 한다. 따라서 모든 돈은 부가가치를 발생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오늘날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돈의 원천이자 차용증은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다. 재정지출을 통해 민간 부문의 금융자산 증가로 귀결되는 국채 발행은 시중금리 상승을 통해 민간 투자를 위축시키는 소위 구축효과(crowding out effect)를 유발하지 않는다. 국채는 중앙은행과 시중은행이 지급준비금을 효율적으로 조절함으로써 통화정책의 효과성을 높이는 수단으로도 활용된다.경제 주체들이 국채를 신뢰하는 것은 정부의 징세 능력 덕분이다. 정부는 세금을 걷어 자신의 차용증인 국채를 상환하거나 국채 이자를 갚을 수 있다. 세금은 가계와 기업의 금융자산을 감소시키지만, 세율의 변화는 자산의 기대 수익률은 물론 노동과 자본의 생산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경제성장 속도가 빠르면 소득 대비 국채의 이자비용은 0으로 수렴한다. 극단적인 경우 재정지출은 세금 없이 국채 발행만으로 가능하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재정지출과 과세 정책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거나 최소한 유지하는 것이다. 세금과 재정지출의 규모를 기계적으로 일치시키는 것은 의미가 없다.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재정수지 흑자 내지 균형 기조를 유지해 왔다. 그러다 보니 재정지출을 위한 국채 발행의 필요성은 적었던 반면, 재정지출과 무관한 용도로 국채가 발행되는 일이 많았다. 예컨대 단지 환율 방어만을 목적으로 원화 표시 국채를 GDP의 30% 이상 발행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재정수지 흑자는 경제 운용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민간 부문의 금융부채를 증가시켜 금융 시스템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 경제 규모 대비 국채의 부족은 통화정책의 효율성도 약화시킨다.이 책은 돈의 본질과 재정정책에 관한 오해를 바로잡고 재정정책의 새로운 가능성과 유의할 점 등을 체계적으로 살펴봄으로써 글로벌 보호무역의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재정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노진호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학사, 석사, 박사를 졸업하였고 국내 금융회사 연구소 등에서 27년째 금융시장과 규제에 대해 연구 중이다. 금융위원회 사무관으로 잠시 근무한 이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