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베개와 잠 사이에서 가방 하나를 주웠다. 언덕을 넘어 아무도 보지 못하는 곳에 앉아 가방을 열었다. 넥타이 여러 개가 들어 있었고, 넥타이마다 각기 다른 이야기가 적힌 종이가 숨겨져 있었다. 이 책은 종이에 적힌 글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가방의 주인을 찾기 위해서.다음이 오길 기다렸다. 알 수 없는 다음을. 여러 날이 지나자, 흙에서는 땅이 자세를 바꾸는 미세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기억이 났다. 무수한 태어남의 규칙. 질서를 따라 이동하는 마음가짐. 몸을 더 작게 웅크렸다.
잠깐만 자고 일어난다는 말이 그날따라 슬프게 들렸다.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아. 옆에 앉아서 자는 얼굴을 한참 동안 들여다 봤다. 툭 튀어나온 이마, 가운데가 삐죽 올라온 눈썹, 두툼한 콧대와 살집 있는 콧방울, 무겁게 내려앉은 입꼬리, 살짝 벌어진 치아, 검게 그을린 귀를 따라가면 나오는 곱슬곱슬한 머리카락. 가위로 앞머리를 조금 잘라서 성경책 사이에 끼워뒀다. 그러면 언젠가 부활하게 될지도 몰라.
작가 소개
지은이 : 임희선
일상의 순간을 글과 이미지로 기록한다. 고양이와의 눈 맞춤, 강아지가 흔드는 꼬리, 날아가는 새의 날갯짓처럼 작은 몸짓이 주는 커다란 감동에 위로를 받으며 살아간다. 천천히, 적당히, 건강히 사는 삶을 꿈꾸며 충북 괴산에서 출판사 cucurrucucu를 운영 중이다. 인스타그램 @cu.cu.rru.cu.c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