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동의보감」은 지금으로부터 사백여 년 전에 허준이 지은 의학백과예요. 당시 가난한 백성들은 병이 나고 아파도 치료를 받거나 약재를 구하기가 어려웠어요. 「동의보감」은 그때까지 중국 의서에 많이 의존하던 것에서 벗어나, 백성들이 우리나라 약재와 자연환경에 맞는 건강법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했어요. 오랫동안 동양 의학의 지침서 역할을 한 「동의보감」은 과연 어떤 책일까요?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 - 「동의보감」 지금으로부터 오백여 년 전인 조선 선조 임금 때의 일입니다. 당시 오랫동안 가뭄, 홍수 같은 자연재해와 더불어 봄에도 날씨가 겨울처럼 추운 일이 자주 발생했답니다. 이 때문에 흉년 드는 해가 잦았고, 가난한 백성들은 더 굶주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질병을 이겨내는 힘도 약해져, 한 번 전염병이 돌면 수천 명이 떼로 죽어 나가기도 했지요. 「조선실록」 등의 사료에 의하면, 1524년~1526년 사이에 전국적으로 역병으로 죽은 사람만 5000여 명, 1576년에는 평안도에서만 사망자가 15000여 명에 달했습니다. 게다가 1592년에 임진왜란이 일어나 수많은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었는데, 전염병으로 죽은 사람도 많았습니다. 특히 질병에 약한 노인과 어린아이들의 피해가 많았습니다. 전쟁 전 조선 수도인 한성의 인구수는 8만 명 이상이었는데, 전쟁 1~2년 후에는 절반 이상 줄었다고 해요. 나라에서는 전염병에 걸린 환자들을 구하려고 힘을 쏟았지만, 약재도 의원도 턱없이 부족해서 별다른 대책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병이 더 퍼지지 않도록 환자들을 깊은 산속 등으로 피난시켜, 사람들과 떨어져 지내게 하는 게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이었답니다.
그러자 선조는 내의원 의원인 허준을 비롯하여 여러 의원과 학자들을 불러 우리 실정에 맞는 새로운 의학책을 만들라고 명했습니다. 이로부터 15년 뒤인 1610년, 허준은 수많은 의서를 연구하고 정리한 끝에 의학백과인 「동의보감」을 완성했습니다. 그때 조선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겪고 난 뒤라 나라 사정이 어려웠습니다. 「동의보감」은 25권이나 되는 방대한 책이라 찍어내는 일이 쉽지 않았지요. 선조에 이어 왕위를 물려받은 광해군은 한시바삐 「동의보감」을 간행하여 널리 읽히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한양의 경비를 맡아보던 훈련도감의 군인들로 하여금 목활자를 써서 「동의보감」을 찍어내게 했습니다. 3년이 지난 1613년에 「동의보감」은 비로소 책으로 간행되어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동의보감이 발간된 지 400주년이 되는 해이지요.
「동의보감」은 중국과 우리나라의 의학책을 두루 종합하여 엮었으며, 단순히 치료만이 아니라 병의 근본적인 치료 방법인 정신 수양과 평소 건강 관리법에 중심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를 높이 인정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한의학의 기본서로 널리 읽혔을 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의학 발전에 영향을 많이 주었습니다.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아 「동의보감」은 2009년,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동의보감」을 쓴 허준은 어떤 인물일까?「동의보감」의 저자 허준은 서자 출신으로 어의에 이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와 동양 의학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동의보감」을 완성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고, 여기에 따른 고통과 어려움이 무엇이었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아요.
허준은 당시 의술이 뛰어나고 약재를 잘 알기로 이름난 의원이었습니다. 어찌나 뛰어났던지 오늘날까지도 나라 곳곳에 허준에 대한 전설이 전해져 내려올 정도예요. 유희춘이란 관리가 얼굴에 난 종기로 고생을 하였는데 허준이 지렁이 즙으로 종기를 고쳐 주었어요. 이에 유희춘은 이조판서에게 허준을 추천하여 허준은 내의원에서 임금님의 건강을 돌보는 의원이 되었어요. 고치기 힘든 전염병인 천연두에 걸린 왕세자를 치료하여 당상관이라는 높은 벼슬에 올랐고, 두창을 치료한 경험을 살려 백성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한글로 된 의서 「언해두창집요」를 쓰기도 했습니다. 허준이 「동의보감」 편찬과 같은 큰 국가사업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동안 허준이 쌓아 올린 명성과 신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선조실록을 보면 “허준은 모든 서적에 박통하고 약물을 사용함이 뛰어나다.”라는 평가가 있답니다. 나라에서는 허준을 비롯하여 새로운 의학책을 펴내려는 학자와 의원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선조와 대신들은 한성을 떠나 멀리 의주로 피난 가게 되었고, 학자와 의원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지요. 허준은 피난 가는 선조를 따라가며 곁에서 건강을 돌보았습니다. 전쟁 중에 임금을 돌보기만도 힘든 와중에 허준은 홀로 의서 만드는 일에 매달렸지요.
임진왜란, 정유재란 두 차례에 걸친 전쟁이 끝나고 1608년, 선조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어의였던 허준은 임금 승하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의주로 귀양을 가게 되었지요. 허준은 귀양길에서도 책 만드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아, 2년 뒤인 1610년 마침내 동의보감을 완성하여 광해군에게 바쳤습니다. 이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 탄생한 「동의보감」은 그때까지 나온 의학지식을 독창적이고 체계적인 기준을 세워 분류 정리한 것으로, 우리나라 한의학의 큰 줄기를 세우고 동아시아 의학에 많은 영향을 준 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허준은 1615년 76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어의로 일하며 당시 유행하던 전염병에 관한 치료책인 「신찬벽온방」을 비롯하여 많은 의학 저서들을 남겼습니다.
어린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동의보감」 이야기이 책은 어른도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의학책인 「동의보감」의 내용과 편제를 어린이들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 쓴 그림책입니다. 요즈음 어린이들도 일상생활에서 ‘동의보감’ 또는 ‘신토불이’라는 말을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동의보감」의 저자인 허준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도 수차례 방영되었고, 소설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라 많은 독자들이 읽기도 했지요. 건강과 관련된 책을 내거나 의약품회사에서 자사의 제품의 선전할 때, 하다못해 건강과 관련된 방송 프로그램을 방영할 때도 종종 「동의보감」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정작 「동의보감」이 어떤 책이고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우리 일상생활에 도움을 주는 내용은 무엇인지 알기는 어려웠습니다. 특히 어린이들에게는 이해하기 더 어려운 책이었지요. 이 책은 이런 부분을 아주 쉬운 글과 그림으로 설명하고 이야기해 줍니다.
「동의보감」이 나오기 전까지의 의서들는 대개 병이 났을 때의 치료법과 약재에 대해서 적어 놓았지만, 중국 의서의 내용을 가져다 쓴 게 많았습니다. 선조가 허준에게 새로운 의학서를 만들라고 명할 때 “외진 시골과 후미진 거리에 의원과 약재가 없어 죽어 가는 백성들이 많다. 우리나라에도 약재가 많이 있지만 사람들이 알지 못하니, 이를 분류하고 기록하여 백성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할 정도였지요. 허준 또한 병이 낫을 때의 치료보다, 병이 나는 까닭을 알고 미리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백성들이 병에 걸리는 일을 미리 막을 수 있고, 병이 나더라도 스스로 쉽게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라 본 것이에요. 병이 나는 원인을 알려면 우리 몸이 어떻게 생겼는지, 몸 안에는 어떤 기관들이 있는지, 각각의 특성은 무엇인지 알아야 하지요. 그래서 우리 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담은 내경, 외형편으로 시작해 병이 생기는 원인과 증상을 다룬 잡병편, 그리고 자세한 치료 방법을 담은 탕액, 침구편 순서로 정리하여 활용도를 높였어요.
이 책에서는 이러한 「동의보감」의 편찬 과정과 편제별 내용을 재미있는 그림과 풀이글로 쉽게 정리해 놓았습니다. 또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몸에 좋은 음식과 어린이들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동의보감」 속 건강법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이 이 책을 읽다 보면,‘아하, 어른들이 곡식과 채소를 많이 먹으라고 한 까닭이 여기에 있구나.’,‘이런 간단한 방법으로 건강을 지킬 수가 있다니!’하며 감탄하게 될 거예요.
「동의보감」의 내용을 쉽고 재미있고 알려주는,
경쾌하고 세밀한 목판화 그림이 책의 그림은 오랫동안 판화 작업을 해 온 원혜영 작가가 그렸습니다. 이 책에서 작가는 「동의보감」의 주요 내용과 일상적인 활용법을 어린이들의 모습에 투영해 재미있고 유쾌하게 그려냈습니다. 목판화로 작업했지만 너무 묵직하지 않게 경쾌한 느낌을 주었고, 약재나 침구 등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대상의 특징을 섬세하고 세밀한 필치로 잘 표현했습니다. 이 책의 그림을 보면 「동의보감」은 일반들이 접하기 힘든 어렵고 딱딱한 의학책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두고 건강에 이상이 있을 때, 건강 문제에 관심이 있을 때 수시로 활용하면 좋을 친근한 책으로 여겨질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