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까마득한 옛날부터 우리 겨레의 건강을 지켜 온 김치 특공대!
지금, 위험에 빠진 어린이들을 구하기 위해 김치 특공대가 다시 나섰다!김치는 우리 겨레와 역사를 함께해 온 전통 발효 음식입니다. 과거에는 강한 맛과 향 때문에 외국인들이 꺼리는 대표적인 우리 음식이었지만, 지금은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건강 음식이 되었지요.
실제로 김치는 세계의 여러 발효 음식 중에서 가장 영양소가 풍부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요구르트나 낫토 같은 발효 음식은 기껏해야 한두 가지 재료로 만드는데 비해, 김치는 비타민과 무기질, 섬유소가 풍부한 갖은 채소와 한약재로도 쓰이는 양념을 두루 섞어 만드는 까닭이지요. 게다가 김치가 익으면 시판되는 요구르트의 최고 4배에 이르는 유산균이 생겨난다고 합니다. 김칫국물 한 방울에 들어 있는 유산균만도 1억 마리에 이른다고 하지요. 그렇다 보니 지난 2002년 아시아를 강타한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 ‘사스(SAS)’가 우리나라를 피해 간 유력한 이유로 김치를 꼽는 이들도 많습니다. 채소가 나지 않는 겨울철에도 채소를 맛있게 먹기 위해 짜낸 지혜가 수천 년에 걸쳐 겨레의 건강을 지켜 온 셈입니다.
그런데 이런 김치가 우리 어린이들 사이에서는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유치원이나 학교 급식에서 가장 많이 버려지는 반찬이 김치라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오는 걸 보면 말입니다. 이렇듯 김치를 좋아하는 아이가 오히려 별나게 느껴지는 지금, 우리 어린이들에게 김치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나선 무리가 있습니다. 배추, 무, 고추, 젓갈, 파, 마늘, 양파, 소금 대원으로 이루어진 김치 특공대가 바로 그들이지요.
김치 특공대가 들려주는, 아기자기 재미난 김치의 변천사오늘은 김치 특공대가 장독대 본부에 모여 ‘김치의 역사’ 영화를 보는 날입니다. 김치 특공대씩이나 되어 가지고 김치의 역사도 몰라서 영화까지 보느냐고요? 그럴 리가요. 각자가 김치의 역사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그 증거를 찾아서 동료들 앞에 들이밀기 위한 요식 행위일 뿐이지요. 아니나 다를까. 영화가 미처 끝나기도 전에 왕소금이 나서서 거들먹거립니다. “거봐, 나 아니면 김치가 생겨나지도 못했다고!” 하면서요. 채소를 소금에 절인 게 김치의 시작이니 그럴 법도 하지요. 하지만 그 꼴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김치 특공대원들이 아닙니다. 파, 마늘, 생강, 양념 삼총사가 바통을 이어받나 싶더니, 고추와 젓갈이 튀어나오고, 급기야 무까지 끼어들어 제 자랑을 늘어놓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 보면, 이게 고스란히 김치의 역사입니다. 자칫 딱딱하게 여겨질 수도 있는 정보가 귀여운 말다툼 속에 자연스레 녹아 있는 것이지요.
김치 특공대, 어린이의 건강을 지켜라!“그래그래, 너희 말도 다 옳아. 그래도 김치 하면 배추지…….” 김치 특공대에 들어온 시기로 보자면 가장 막내. 하지만 배추김치를 오늘날과 같은 모습으로 완성한 공이 있기에 대장 노릇을 하는 배추가 점잖게 입을 떼려 할 때입니다. “앗, 구조 요청이다!” 파가 소리칩니다. 일곱 살 난 은지가 배탈·설사로 고생을 하고 있다는군요.
“김치 특공대, 변신 준비!” 배추 대장의 외침에 김치 특공대는 재빨리 변신·합체할 준비를 합니다. 가장 먼저 배추 대장이 소금과 합체해 절인 배추가 됩니다. 뒤이어 무는 무채로, 마늘과 생강은 콩콩 다진 모습으로, 파는 송송 썬 모습으로, 고추는 보슬보슬 가루로 변신, 젓갈과 합체해서 김칫소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절인 배추와 김칫소가 합체해 배추김치로 변신해 은지네 집으로 날아갑니다. 김치 담그는 과정을 로봇 만화의 한 장면처럼 재미나게 그려 본 것이지요.
이윽고 은지를 만난 김치 특공대는 발효를 서두릅니다. 설사를 일으키는 세균을 잡는 데는 젖산균만 한 것이 없기 때문이지요. 그 뒤로도 구조 요청은 계속 이어집니다. 여덟 살 난 시후는 변비, 아홉 살 난 희조는 비만 때문에 김치 특공대를 호출하지요. 그때마다 김치 특공대는 섬유소나 캡사이신 빔 같은 ‘무기’를 써서 아이들을 도와줍니다. 장기적인 건강 관리가 필요한 희조에게는 균형 잡힌 식단과 운동 처방도 잊지 않습니다. 그리고 온 세상 사람들의 건강을 지키는 슈퍼 김치 특공대로 거듭날 그날을 꿈꾸며 또 다른 어린이를 도우러 출동합니다.
‘온고지신’의 신(新)을 보여 주고자 한 그림책책읽는곰의 온고지신 시리즈는 ‘어제에서 건져 올린 빛나는 것들을 오늘에 맞게 갈고 다듬어 전하는 우리 문화 그림책’을 표방해 왔습니다. 그러나 온고와 지신이 동시에 이루어지기란 쉽지 않은 일인지라, 주로는 옛것을 제대로 전하는 쪽에 무게 중심을 두어 왔지요.
그에 비해《김치 특공대》는 ‘온고’보다는 ‘지신’ 쪽으로 무게 중심이 ‘조금’ 옮겨 와 있는 책이라 하겠습니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슈퍼 히어로물에서 빌려 온 형식이 그렇고, 완전식품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김치의 영양학적 우수성에 초점을 맞춘 내용이 그렇습니다. 김치가 낡은 태를 벗고 어린이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 김치가 수천 년에 걸쳐 우리 밥상의 중심에 있었던 까닭을 어린이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담긴 시도였지요.
이천 살도 더 먹었다는 김치가 발랄하기 이를 데 없는 김치 특공대로 거듭난 데에는 나이 차가 제법 나는 두 작가가 환상의 호흡을 이룬 덕이 큽니다. 글을 쓴 최재숙 작가는 진지함과 발랄함 사이에서 끝까지 균형을 잃지 않았고, 그림을 그린 김이조 작가는 김치 특공대 캐릭터 하나하나에 글에는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태양이 기른 김치 특공대 최고의 무술 고수인 고추 대원, 열혈 운동 마니아인 마늘 대원, 김치 특공대에 끼고 싶어 늘 장독대 본부에서 알짱대는 무말랭이……. 그림 속에 숨은 이야기를 발견하는 것 또한 이 책을 보는 즐거움 중 하나가 되어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