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도시는 모쪼록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 이야기가 되면 우리는 더 알게 되고, 더 알고 싶어지고, 무엇보다 더 좋아하게 된다. 자기가 사는 도시를 아끼고, 도시를 탐험하는 즐거움에 빠지게 되고, 좋은 도시에 대한 바람도 키운다. ‘살아보고 싶다, 가보고 싶다, 거닐고 싶다, 보고 싶다, 들러보고 싶다’ 등 ‘싶다’ 리스트가 늘어난다. ‘싶다’가 많아질수록 삶은 더 흥미로워진다.
도시 이야기엔 끝이 없다. 권력이 우당탕탕 만들어내는 이야기, 갖은 욕망이 빚어내는 부질없지만 절대 사라지지 않는 이야기, 서로 다른 생각과 이해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얽히며 벌이는 온갖 갈등의 이야기, 보잘것없어 보일지도 모르지만 삶의 세세한 무늬를 그려가는 이야기,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수많은 인간관계의 선을 잇는 이야기,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과 함께 인간의 한계를 일깨우는 이야기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도시 안에 녹아 있다.
_ <프롤로그_ 사람이 들어오면 도시는 이야기가 된다>
익명성이라는 조건 위에서는 길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도시의 약속이다. 길을 다니는 즐거움을 만드는 것은 가장 고도화한 도시 예술이다. 광장에서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익명의 시민들을 보호하는 가장 기본적인 도시의 약속이다. 광장에서의 환희를 독려하는 것은 순간이나마 도시의 익명성을 넘어서게 하는 가장 고도화한 도시 예술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길과 광장에 대해 저마다 어떤 감정을 갖고 있다. 추억, 그리움, 설렘 그리고 부러움 같은 것들이다. 아마도 ‘문화 유전자’로 사람들의 마음 깊이 자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도시에서
길과 광장이 끊임없이 재소환되는 현상을 봐도 그렇다.
_ <콘셉트 1_익명성>
영화감독들은 우리 공간에서 나타나는 혼성적 성격을 아주 잘 포착해내곤 한다. 생각하건대, 우리 영화가 급성장한 배경에는 우리 공간의 특성에 대한 긍정이 작용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다. 공간 감성과 영화 감성이 맞아떨어졌다고 할까, 공간적 상상력과 영화적 상상력이 같이 성장했다고 할까? 이명세 감독은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부산의 40계단과 달동네의 미로와 같은 골목 세계의 심리를 귀신같이 포착해냈고, 박찬욱 감독은 <박쥐>에서 일본풍과 근대풍과 전통 한복집의 혼성적 공간이 풍기는 기묘한 욕망의 세계를 그려냈다. <아가씨>나 <올드보이>처럼 완벽하게 설계한 세트 공간에서 연출된 감성과는 또 다른 리얼한 상상력이다. 봉준호 감독의 첫 번째 장편영화 <플란다스의 개>에서 시대 의식과 공간 의식을 버무리는 솜씨에 감탄했었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고층 아파트 단지의 외피가 품고 있는 공간들, 그 안을 찾아다니고 헤매고 숨으며 펼치는 좌충우돌과 희망을 그려냈던 그 봉준호 감독이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설국열차>에서 인류적 군상을 포괄하는 선형이자 원형적인 열차의 잡종 공간을 그려내는 것이 흐뭇했다.
_ <콘셉트 4_알므로 예찬>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진애
김진애 삶의 테마는 사람이고, 그의 지적 뿌리는 도시와 건축이다. 건축으로 시작해 도시로 넓혀 공부하고, 현장 실무를 넘어 다양한 저작 활동과 정치 행위로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정의한 ‘활력적 삶(vita activa)’을 살아가려 애쓴다. 그래서 김진애는 이야기를 하고 글을 쓴다. 항상 사람을 가운데 두고.김진애에게는 꼬리표가 많다. 20대엔 건축학도로 서울대 공대 800명 동기생 중 유일한 여학생으로, 30대엔 미 MIT 도시계획박사로, 40대엔 《타임》지가 선정한 ‘차세대 리더 100인’ 중 유일한 한국인으로, 50대엔 열정적인 18대 국회의원으로,60대엔 <김어준의 뉴스공장> ‘김진애의 도시 이야기’의 유쾌한 코너지기로, 또한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의 첫 여성 출연자 등으로. 김진애의 별명은 ‘김진애너지’다.김진애는 일 년에 한 권 꼴로 책을 쓴다. 그가 전해주는 사람과 인생과 성장 이야기, 여행 이야기, 여자와 남자 이야기, 책 이야기, 집 이야기, 건축 이야기, 도시 이야기는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