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우리나라 최초의 소방관인 멸화군에 대한 이야기. 우리문화 그림책 시리즈 8번째 책이다. 어중이떠중이 모여든 멸화군에게 맡겨진 첫 번째 임무는 나루터에 나타난 불귀신 잡기! 우왕좌왕 하는 사이에 불귀신이 나룻배를 홀랑 집어삼키고 만다.
불귀신한텐 비웃음을 사고 사람들에겐 손가락질을 당하고…… 그야말로 망신살이 무지개 뻗듯 한 멸화군에게 명예를 회복할 기회가 찾아온다. 그동안 훈련한 대로 손발을 척척 맞춰 곡식 창고에 기어든 불귀신에게 혼쭐을 내 준 것이다.
하지만 모처럼 칭찬을 받고 우쭐하던 것도 잠시, 잠시 불침번을 소홀히 한 틈을 타서 불귀신이 초가집 서너 채를 꿀꺽 삼켜 버리는데...
출판사 리뷰
“여봐라, 불귀신아!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이면 뎅뎅뎅 불종 울린다.
어이, 여봐라, 불귀신아! 꼭꼭 숨어라. 엉덩이 보이면 물볼기 딱딱 맞는다.
예끼, 여봐라, 불귀신아! 얼른 도망가거라. 우리 멸화군 달려오면 너는 죽은 목숨이다.”
조선 시대에도 소방관이 있었을까?
조선 시대에도 소방서와 소방관이 있었을까요? 정답은 ‘그렇다’입니다. 지금과 같은 모습은 아니지만 조선 시대에도 소방서와 소방관이 있었습니다. ‘금화도감’과 ‘멸화군’이 바로 그것이지요. 세종 대왕 때 생겨난 금화도감은 오늘날로 치면 소방방재청이나 소방본부 같은 일을 하는 관아이자, 우리 역사에 처음으로 등장한 소방 기구입니다. 성종 임금 때는 이 금화도감을 대신하여 수성금화사라는 관아가 새로 생겨났는데, 이곳에는 스물네 시간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불이 나면 가장 먼저 달려가는 군사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들이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소방관인 멸화군이지요.
《천하무적 조선 소방관》은 이 멸화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오늘을 사는 어린이들에게 ‘조선 시대에 멸화군이라는 소방관이 있었다’는 것은 그다지 의미 있는 정보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정보가 어린이들에게 ‘옛날에도 가수가 있었을까? 우체부가 있었을까? 통역관이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면 어떨까요? ‘지금 우리 곁에 있는 것이 옛날에도 있었을까, 있었다면 어떤 모습일까, 지금과는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를 생각해 보는 것은 결코 의미 없는 일이 아닙니다. 어제와 오늘이 서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지금껏 멀게만 느껴졌던 우리 역사와 문화가 한층 가깝게 다가올 테니까요. 나아가 우리 역사와 문화를 더 알고 싶다는 바람까지 품게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요.
오합지졸, 천하무적 멸화군으로 거듭나다!
《천하무적 조선 소방관》은 ‘성장’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사실 ‘천하무적’과는 거리가 먼 어중이떠중이들입니다. 물에 빠지면 입만 동동 뜨게 생긴 떠꺼머리총각, 하고한 날 빈둥대다 쫓겨난 마당쇠, 쓸데없이 힘만 센 돌쇠와 깜상이, 키만 멀쑥하게 큰 꺽다리, 꺽다리 반 토막도 안 되는 땅딸보, 사흘에 피죽 한 그릇도 못 얻어먹은 것 같은 비실이, 거적때기를 둘러쓴 비렁뱅이까지……. 사람 구실 한 번 해 보겠다고 나선 건 가상하지만, 저래 가지고는 불귀신을 잡기는커녕 불귀신한테 잡히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싶습니다.
이 엉성하기 짝이 없는 멸화군에게 맡겨진 첫 번째 임무는 나루터에 나타난 불귀신 잡기! 물가에서 불을 잡는 게 무에 그리 어려운 일인가 싶은데, 우왕좌왕 하는 사이에 불귀신이 나룻배를 홀랑 집어삼키고 맙니다. 불귀신한텐 비웃음을 사고 사람들에겐 손가락질을 당하고…… 그야말로 망신살이 무지개 뻗듯 합니다.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지요. 멸화군은 이튿날부터 새벽 훈련을 시작합니다. 훈련이 끝나면 거리로 나가 불이 나면 우르르 몰려가기 좋도록 길을 넓히고, 불이 이웃으로 번지지 않도록 집과 집 사이에 돌담을 쌓고, 여기저기에 물을 저장할 웅덩이를 파지요. 또 밤이면 종루에 올라 불침번을 서고 도성 안을 돌며 순찰도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멸화군에게 명예를 회복할 기회가 찾아옵니다. 그동안 훈련한 대로 손발을 척척 맞춰 곡식 창고에 기어든 불귀신에게 혼쭐을 내 준 것이지요. 하지만 모처럼 칭찬을 받고 우쭐하던 것도 잠시, 능구렁이 같은 불귀신에게 또 다시 뒤통수를 맞고 맙니다. 잠시 불침번을 소홀히 한 틈을 타서 불귀신이 초가집 서너 채를 꿀꺽 삼켜 버린 것이지요.
멸화군은 잿더미가 된 집 앞에서 말없이 고개를 떨굽니다. ‘노느니 이 잡는다’는 마음으로 멸화군에 지원한 이도, ‘사람들이 날 좀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멸화군에 지원한 이도, 이제 자기가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은 듯싶습니다. 다시 지혜와 힘을 모아 불귀신을 물리칠 차비를 하는 걸 보면 말이지요. 이렇듯 실수와 실패를 거듭하며 한걸음씩 나아가는 멸화군의 모습은 우리 아이들의 모습과 꼭 닮아 있습니다.
글 쓰는 남편, 그림 그리는 아내가 함께 만든 첫 번째 그림책
이 책은 ‘조선 시대에도 소방관이 있었나?’ 하는 작은 호기심에 그 뿌리를 대고 있습니다. 작가 고승현을 만나지 못했다면 꽃도 피워 보지 못하고 사그라질 호기심이었지요. 작가는 터럭만 한 이야기의 싹을 황소만 하게 키워 내는 힘센 상상력과 옛 장터에서 사람을 울리고 웃기던 이야기꾼 못지않은 구수한 입담으로, 조선 시대 법전인 《대전후속록》속에서 잠자던 멸화군을 깨워 우리 앞에 데려다 놓습니다. 물론《조선왕조실록》에서 찾은 수많은 화재 관련 기록을 꼼꼼히 읽고 추려《대전후속록》의 규정만으로는 결코 알 수 없는 디테일을 만들어 낸 성실함도 빼놓을 수 없지요.
화가 윤정주는 작가가 울퉁불퉁 재미나게 빚어 놓은 멸화군의 형상에 생기와 개성을 불어 넣는 일을 맡았습니다. 자칫 멸화군이라는 이름에 가려질 수도 있었던 떠꺼머리총각, 마당쇠, 돌쇠, 깜상이, 꺽다리, 땅딸보 들을 팔딱팔딱 살아 뛰게 만든 것이지요. 화재의 다른 이름에 그칠 수도 있었던 불귀신에게 다양한 표정을 부여한 것도, 글에는 없는 댕기 머리 처녀 아이를 멸화군 틈에 슬쩍 끼워 넣어 여자아이들을 배려한 것도 오롯이 화가의 아이디어입니다.
사실 이 작은 세계의 조물주들은 이십 년 가까이 한 지붕 아래서 살아온 부부입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함께 그림책을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지요. 《천하무적 조선 소방관》이 앞으로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 갈 수많은 그림책의 서막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작가 소개
저자 : 고승현
홍익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금융 회사에서 일하다 뒤늦게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재봉틀 소리 가득한 창신동 비탈길을 걸으며 100년 전 그곳에 살았던 작은 아이 연이 이야기를 책에 담고 싶어졌습니다. 쓴 책으로 《천하무적 조선 소방관》, 《세상이 처음 생겨난 이야기, 창세가》, 《못난이 삼형제의 하루》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