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하얀 아이 펠레와 갈색 고릴라 고고의 우정 이야기. 큰 배의 선장인 아빠와 함께 여행을 떠난 펠레. 그러나 펠레는 큰 파도와 마주치고, 조난 당하게 된다. 낯선 섬에 떠내려온 펠레는 자신에게 바나나를 따서 주는 고릴라 고고를 만나 친구가 된다.
이 동화는 원래 스웨덴 작가 안나 마리아 루스 <어네무에서>에 실려 있는 이야기다. 지은이가 원작의 슬픈 결말을 바꿔서 고고와 펠레가 이별하지 않는 결말을 새로 쓴 것이다. 새로운 이야기는 회그룬드의 딸, 안나가 그린 천진한 그림과 함께 꾸몄다.
출판사 리뷰
고고! 펠레와 만나다.
펠레 아빠는 큰 배의 선장이다. 어느 날 펠레는 아빠를 따라 머나먼 나라로 떠나기로 한다. 푸른 물이 드넓게 펼쳐지고, 그 위로 금빛 은빛 물고기가 팔랑 뛰어오르는 바다를 여행하던 펠레네 배는 갑자기 큰 파도와 마주친다. 우지끈, 풍덩.
정신을 차려 보니 낯선 섬이다. 오렌지와 바나나가 주렁주렁 매달린 숲이 보이고, 그 숲에서 누군가 달려나온다. 갈색 고릴라 고고와 하얀 아이 펠레는 그렇게 만난다.
고고! 바나나를 건네다.
고고는 펠레가 참 이상하다. 살갗이 하얀 아이를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섬에는 살갗이 갈색인 아이들밖에 없다. 하지만 자꾸 보니까 괜찮아져서, 바나나를 하나 따서 펠레에게 준다. 펠레는 숲에 사는 다른 동물, 다른 아이들과도 친구가 되어 술래잡기를 하고 논다. 집에서 놀 때와 똑같이 즐겁다. 배가 고프면 호두나 오렌지를 먹으면 되고, 졸리면 고고의 아늑한 움막에서 자면 되는,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펠레, 펠레, 펠레!”
배가 난파되면서 헤어졌던 아빠가 펠레를 찾아온 것이다.
고고! 아빠를 만나다.
행복한 나날을 보냈지만, 이제 아빠가 돌아왔으니 집으로 돌아가며 펠레와 고고가 슬픈 이별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일까? 그렇지 않다. 아빠를 따라 집으로 가는 펠레를 보며 고고가 슬픈 눈물을 흘리자, 펠레가 이렇게 말한다. “우리 돌아가요, 아빠.”
그렇다면 이때 아빠는 어떻게 했을까? 엉덩이를 때리며 들쳐 메고 떠났을까? 아니면 슬픈 마음은 알겠지만 이제는 집으로 가야 할 때라며 펠레를 타일렀을까? 둘 다 아니다. 펠레와 아빠는 이 섬에 남기로 한다. 배는 바나나 나무에 묶어 둔다. 가끔 끈을 풀어 집에 가기도 하지만, 곧 고고가 사는 곳으로 돌아온다. 왜냐하면 그곳이 훨씬 재밌으니까.
펠레와 고고가 있는 ‘완전한’세상
이 작품은 원래 스웨덴 작가 안나 마리아 루스Anna Maria Roos(1862-1983)가 쓴 《어네무에서I Onnemo》에 실려 있는 이야기다. 바르브루 린드그렌은 어머니가 쓰던 초등학교 교과서를 들추어 보다가 이 이야기를 읽었다. 원작에서는 우리들이 예상하듯이 고릴라와 아이가 슬픈 이별을 한다. 린드그렌은 자신이 어릴 때 읽은 이 이야기를 오래 기억하고 있었다. 고릴라 고고가 서글프게 우는 장면을 떠올리며 가슴이 저렸던 기억이 깊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린드그렌은 마침내 이 이야기를 다시 쓰기로 한다. 고고와 펠레가 이별하지 않는 이야기로 말이다.
새롭게 쓰여진 이 이야기는 안나 회그룬드와 그의 어린 딸 이사도라 회그룬드가 그린 밝고 따뜻한 그림과 만나, 완벽한 그림책으로 태어났다. 이사도라의 천진한 그림은 책 속에 진짜 아이의 숨결을 입혔다. 세 작가가 이 그림책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세상은 달고 향긋한 바나나 색이다. 어려운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세상, 생각하면 하는 대로 되는 세상이 우리 눈앞에 그대로 보여진다. 물론 세상에는 생각대로 되지 않는 일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보여주어야 할 세상은 고고의 마음, 펠레의 마음이 깃든 환한 세상이 먼저 아닐까?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스스로 일구어내기 위해 어린 시절에 반드시 이루어야 할 과제는 바로 세상을 살 만한 곳으로 인식하는 일이고, 어린이 문학의 소명이란 그러한 위안과 안도감을 주는 것이다. 세 작가가 이 오래된 이야기에 저마다의 언어로 새 생명을 불어넣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이들의 언어로 서술된 이 이야기는 안나 회그룬드, 이사도라 회그룬드의 천진하고 생동감 넘치는 그림 언어와 만나 비로소 살아납니다. 원시림과 동물들, 아이들 모두 하나가 되어 마침내 모두가 행복해지지 않습니까? 이 이야기가 이렇게 밝고 장난스럽고 행복한데, 다른 게 무슨 상관일까요? ”_스벤스까 다그블라드 신문, 2007.7.2.
그림책은 저마다, 그 수신자인 아이들에게 전하는 이야기를 한 가지씩 가지고 있다. 그 이야기를 말하는 방법도 책마다 다른데, 앉혀 놓고 조곤조곤 들려주는 책이 있고, 손을 붙들어 데리고 가서 보여주는 책도 있고, 고요히 눈만 마주쳐 전하는 책도 있다. 그 중에 이 책을 말하자면, 가만히 와서 옆구리를 쿡 찌른 다음에 눈을 한번 찡긋 하며 이야기하는 그림책이라고 하겠다. 만나기 쉽지 않은.
고고는 펠레의 손을 잡고 숲으로 갔어.
펠레는 무섭지 않았어. 텔레비전에서 고릴라를 본 적이 있었거든.
동물들이 멈춰 서서 펠레를 구경했어. 하얀 아이를 처음 봤으니까.
다른 동물들도 펠레를 자기 것으로 하고 싶었어.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지.
펠레를 처음 발견한 건 고고니까 말이야!
- 본문 중에서
작가 소개
저자 : 바르브루 린드그렌
스웨덴의 유명한 어린이 책 작가로 1965년 <마티아스 Mattias>시리즈를 출간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간결하고 소박한 문체로 자신의 어린 시절을 그린 <일급비밀>, <최고의 비밀>, <불타는 잎>이 출간 당시 베스트셀러로 주목을 받으며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못 말리는 아기>시리즈와 <막스>시리즈는 스웨덴 어린이 문학의 클래식으로 인정받는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상, 헤파클룸프(Heffaklump) 상, 닐스 홀게숀(Nils Holgersson) 상, 문학진흥협회 그랑프리 등 많은 문학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