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봄이 오면 찾아오는 것은 화사한 새 기운만이 아니다. 눈까풀이 스르르 내려앉고 고개가 꼬박꼬박 방아를 찧는 춘곤증도 함께 찾아 온다. 봄나물 같은 글과 삽화로 마음의 춘곤증을 물리칠 수 있는 산뜻한 봄 그림책이다.
봄날의 햇빛, 봄날의 바람, 봄날의 색깔, 봄날의 졸음과 그 졸음을 씻어 줄 싱그러운 꽃향기까지, 솜씨 참한 작가가 정성으로 버무렸다.
출판사 리뷰
나른한 봄날, 그림책으로 전하는 향기로운 봄 내음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 / 건너 마을 젊은 처자 꽃 따러 오거든 / 꽃만 말고 이 마음도 함께 따가 주~”
우리 가곡 「봄이 오면」입니다. 노랫말처럼, 봄이 오면 산에 들에 꽃이 피고 우리네 마음속에도 야릇한 설렘이 피어납니다. 춥고 무겁고 칙칙한 묵은 기운이 물러가고, 훈훈하고 가볍고 화사한 새 기운이 찾아오는 것이지요.
그런데 찾아오는 것은 화사한 새 기운만이 아닙니다. 눈까풀이 스르르 내려앉고 고개가 꼬박꼬박 방아를 찧는 춘곤증도 찾아옵니다. 의학용어로는 ‘봄철피로증후군’이라 하던데요, ‘계절의 변화를 신체가 따라가지 못해 일시적으로 생기는 생리적 부적응 현상’(두산백과사전)이라지요. 이럴 땐 냉이, 달래, 씀바귀 같은 봄나물이 좋다고 합니다.
봄나물로 몸의 춘곤증을 물리친다면, 그림책으로 마음의 춘곤증을 한번 물리쳐 보는 건 어떨까요? 여기 봄나물 같은 그림책이 있습니다. 봄날의 햇빛, 봄날의 바람, 봄날의 색깔, 봄날의 졸음과 그 졸음을 씻어 줄 싱그러운 꽃향기까지, 솜씨 참한 작가가 정성으로 버무렸습니다. 나른한 봄날, 식구들의 밥상에 봄나물을 올리는 주부의 마음으로 독자 여러분의 마음 상에 살포시 올려 드립니다.
편집자 추천의 글
노곤하고도 화사하고, 곱고도 익살맞은 봄날의 풍경
꽃밭 같은 표지를 열면, 면지 가득 연분홍, 연노랑, 연보라, 연초록, 온통 연한 빛의 기운이 몽실몽실 피어나 흘러갑니다. 그 기운을 따라가며 책장을 하나씩 넘겨 봅니다.
속표지, 자그마한 화분에 연둣빛 새싹이 지금 막 흙 속에서 고개를 빼어들려 합니다.
한 장을 더 넘기니 이제 벌어진 떡잎 사이로 본잎이 나온 화분은 창턱에 놓여 있고, 얄따란 커튼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어요. 창 너머 방 안에선 아가에게 그림책을 읽어 주던 엄마가 팔을 괸 채 꾸벅꾸벅 졸고 있습니다. 엄마 품의 아가도 꼬박꼬박. 햇살 쏟아지는 마당가의 백구도, 거실의 곰돌이와 호랑이 인형도 꾸벅꾸벅 꼬박꼬박 졸고 있어요. 누가 와서 느른한 자장노래라도 불러준 걸까요?
옆집 뜰로 가 볼까요. 널어놓은 빨래는 나풀대는데, 장난감 말을 타고 놀던 아이도, 양지쪽에 앉아 신문을 보던 할아버지도 사르르 스르르 잠들었어요. 가게 앞은 또 어떻고요. 평상에 앉아 나물을 다듬던 가겟집 바지런한 아주머니도 고개를 주억거리고 얼룩얼룩 고양이들은 아예 길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렸네요. 누가 와서 긴긴 옛이야기라도 들려준 걸까요?
냇가 오리 가족도, 풀잎에 앉은 무당벌레도, 채마밭 널따란 머위 잎 그늘 아래 생쥐도 콜콜 졸고, 집짓던 거미도, 나뭇가지에 앉은 참새 부부도, 돌고래 모양의 구름도, 심지어는 바람도, 어이쿠! 산까지도, 모두모두 꼬박꼬박 스르르 쿨쿨.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누가 와서 달콤한 잠 가루라도 뿌린 걸까요?
아하! 그랬군요. 봄이었어요! 은밀하게 찾아와 온 마을을 나른한 졸음에 적셔 놓은 것은, 벌써 어느 들판엔가는 한가득 화사한 꽃 잔치를 벌여 놓은 봄, 그 부드러운 향기였어요!
한숨 잘 주무셨나요? 이제 그만 깨어나 봄을 맞이하세요. 봐요, 아가는 진즉 일어나 화분의 벌써 맺힌 콩 꽃망울을 바라보고 있어요. 생명이 움트고 자라는 봄이에요.
가겟집 바지런한 아주머니도
얼룩얼룩 고양이도
스르르르 사르르르
누가 와서 소곤소곤
옛이야기 들려주었나?
- 본문 중에서
작가 소개
저자 : 한자영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SI 일러스트레이션 학교에서 그림책을 공부했습니다. 자연이 들려주는 작은 비밀들에 귀 기울이고, 그것을 그림과 이야기로 조곤조곤 나누고 싶어요. 모든 이들의 마음에 한가득 따스한 봄이 전해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