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1977년 스쿨라이브러리저널 선정 최우수 도서. 아프리카 마사이 부족의 옛이야기를 가면극으로 구성한 딜런 부부의 그림책이다. 딜런 부부는 유머러스하고 풍자적인 마사이 부족의 옛이야기를 동물 가면극 형식으로 재해석한다. 허풍만 센 덩치 큰 동물들과 작지만 재치 있는 동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한바탕 떠들썩한 해프닝이 딜런 부부의 참신한 해석을 통해 한 편의 연극으로 탈바꿈한다.
출판사 리뷰
“도대체 누구야! 내 집에서 당장 나오지 못해!”
아프리카 마사이 부족의 옛이야기를 가면극으로 풀어낸 딜런 부부의 그림책
1977년 스쿨라이브러리저널 선정 최우수 도서
리오 딜런과 다이앤 딜런은 세계 곳곳의 다양한 문화를 편견 없는 시각과 독창적인 스타일로 표현해 온 일러스트레이터 부부입니다. 《북쪽 나라 자장가》에서는 알래스카 이뉴잇 족의 정신문화를 정갈하고 깊이 있는 그림에 담았고, 《모기는 왜 귓가에서 앵앵거릴까?》에서는 서아프리카 동물 유래담을 스테인드글라스처럼 밝고 화려한 색감으로 그려 냈습니다.
《도대체 누구야!》 역시 딜런 부부의 다문화주의적인 시각과 관심이 반영된 그림책입니다. 이 책에서 그들은 저 멀고도 낯선 동아프리카 초원으로 독자들을 안내합니다. 훤칠한 키와 용맹스러움으로 유명한 마사이 족 마을이 바로 그곳입니다.
딜런 부부는 마사이 족의 유머러스한 옛이야기를 동물 가면극 형식으로 풀어 나갑니다. 크고 힘센 동물과 작고 약한 동물 사이에서 벌어지는 떠들썩한 해프닝이 딜런 부부의 독창적인 해석을 통해 한 편의 가면극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책을 펼치면, 마사이 마을 사람들이 아프리카 특유의 주홍빛 천을 나무에 걸고 있습니다. 바로 연극 무대의 막입니다. 막 뒤에서는 배우들이 무대를 꾸미고, 대사를 외고, 가면을 씁니다. 모든 준비가 끝나면, 막이 열리고, 연극이 시작됩니다.
“옛날 옛날에 토끼 한 마리가…….”
아프리카의 숨결이 살아 있는 그림책
버나 아데마는 아프리카 옛이야기를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다시 쓰는 작업을 많이 한 작가입니다. 딜런 부부에게 칼데콧 상을 안겨 준 서아프리카 옛이야기 그림책 《모기는 왜 귓가에서 앵앵거릴까?》도 버나 아데마가 글을 쓴 작품입니다.
이 책 《도대체 누구야!》에서 버나 아데마는 아프리카 토속어를 솜씨 좋게 살려 쓰고 있습니다. ‘끄덩 끄덩 끄덩’, ‘끄빠다 끄빠다’, ‘라스 라스 라스’, ‘느기시’ 같은 의성어와 의태어가 아프리카 옛이야기의 본래 맛을 살리면서도 소리 내어 읽는 재미까지 더해 줍니다.
딜런 부부는 검정, 주홍, 녹색 같은 아프리카 특유의 색감으로 아프리카의 풍광을 생생하게 재현합니다. 머리 모양, 의상, 장신구, 집, 지형 들은 면밀한 고증을 통해 그려진 것으로, 마사이 족의 전형적인 생활상을 단순하면서도 명쾌하게 보여 줍니다.
이처럼 아프리카의 숨결이 물씬 느껴지는 이 작품은 어린 독자들에게 다문화 체험의 장을 열어 주고, 편견 없는 시각과 열린 마음을 길러 줄 것입니다.
반복과 반전의 묘미가 살아 있는 이야기
다른 많은 옛이야기들처럼 이 작품 역시 반복의 묘미가 효과적으로 살아 있습니다. 여러 동물들이 차례로 등장해서 토끼네 집을 향해 ‘도대체 누구야?’ 소리를 질러 대고, 안에서는 ‘썩 꺼져라! 안 그러면 밟아 뭉개 버리겠다!’ 험악하게 받아칩니다. 같은 질문과 대답이 반복되면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침입자가 누구인지 궁금증이 고조됩니다. 덩치 큰 동물들의 물불을 못 가리는 행동 탓에 상황은 점입가경으로 치닫습니다. 이렇게 점점 고조되던 긴장감은 허를 찌르는 반전 덕에 순식간에 통쾌한 웃음으로 뒤바뀝니다.
힘과 권력에 대한 유머러스한 풍자
《도대체 누구야!》는 슬랩스틱 코미디가 연상될 만큼 우스꽝스럽고 떠들썩한 이야기이지만, 그 의미만큼은 결코 만만하지 않습니다. 여기 등장하는 동물들은 하나같이 목청을 높여 분통을 터뜨리고 상대를 윽박지릅니다. 저마다 입장은 다르지만, 결국은 ‘나를 만만하게 보지 마라. 그랬다간 큰 코 다칠걸.’이라는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싶은 것처럼 보입니다.
그들은 제 힘이 얼마나 센지 증명하려 안달하고, 힘의 우위에 따라 태도를 바꿉니다. 무고한 피해자처럼 보이는 토끼조차 저보다 약해 보이는 개구리 앞에서는 네깟 별 볼 일 없는 녀석이 웬 참견이냐며 화를 내지요.
그런데 개구리 하나만큼은 예외적인 존재입니다. 뒷전에 물러서서 저보다 크고 힘센 동물들이 벌이는 가당치도 않은 꼬락서니를 구경하며 낄낄대지요. 우리 마당극으로 치면 말뚝이 같은 캐릭터라고나 할까요. 그런 개구리가 아무도 해결하지 못한 사건을 지혜로 해결한다는 결말은 이 이야기가 힘과 권력에 따라 우왕좌왕하는 인간들에 대한 풍자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제멋대로 토끼네 집에 침입한 괴물이 알고 보니 고작 애벌레일 뿐이더라는 결말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됩니다.
형식미의 정수를 보여 주는 독특하고 창의적인 구성
이 책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딜런 부부의 창의적인 해석 덕입니다. 딜런 부부는 이 유머러스하면서도 의미심장한 옛이야기를 마사이 배우들이 동물 가면을 쓰고 마을 사람들 앞에서 공연하는 연극으로 보여 줍니다.
책을 펼치면 나무에 막을 설치하는 마사이 배우들이 등장합니다. 이어지는 장면에서는 막이 오르기를 기다리는 관객들이 무대 앞에 자리하고 있고, 막 뒤에서는 배우들이 연극 준비에 여념이 없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막이 오르면, 연극 속의 상황으로 시점이 이동하면서 독자는 이 독특한 연극의 관객으로 변모합니다.
한바탕 흥겨운 연극이 모두 끝나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다시 포커스가 바뀝니다. 저 멀리 언덕 너머에서 사자들이 호기심에 찬 모습으로 연극 무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사실 이 사자들은 이전 장면들에서도 등장합니다. 연극이 한창 진행되는 동안 저 멀리 언덕 너머에서 어슬렁어슬렁 한가롭게 오가는 모습이 원경으로 자그마하게 표현되어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 사자들이 전경에 등장하면서, 그림책의 포커스는 또 한 번 절묘한 변화를 맞이합니다.
이처럼 딜런 부부는 연극 밖의 현실과 연극 속의 허구, 그리고 다시 사자의 시점으로 바라본 연극 밖의 현실을 한 작품 속에서 매우 유려한 흐름으로 보여 줍니다.
치밀한 화면 구성이 돋보이는 그림책
딜런 부부의 그림은 한 장면 한 장면 뜯어보면 볼수록 무릎을 치게 하는 구석이 눈에 띕니다. 펼침 그림처럼 보이는 양쪽 페이지의 중앙에는 나무가 서 있습니다. 언뜻 보기엔 무대 중앙에 나무 한 그루가 서 있고, 그 나무를 가운데 두고 무대가 마련된 듯 보입니다. 그런데 가만 들여다보면 왼쪽 페이지에 나오는 나무는 무대 오른쪽에 서 있는 나무이고, 오른쪽 페이지에 나오는 나무는 무대 왼쪽에 서 있는 나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무대 양쪽에 서 있는 나무 두 그루를 치밀한 화면 구성을 통해 한 그루처럼 보이게 처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텍스트와 그림을 나누고 있는 일직선도 단순한 선이 아니라 막을 걸기 위해 양쪽 나무에 친 줄입니다. 이 줄은 텍스트와 그림을 깔끔하게 경계 짓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양쪽 페이지가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가늠할 수 있게 힌트도 줍니다.
딜런 부부의 그림은 이 밖에도 곳곳에 재미있는 요소를 숨기고 있습니다. 연극 속 동물들의 극적인 행동을 연속 동작으로 표현한 것이라든지, 한두 마리씩 한가롭게 어슬렁거리던 사자들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조금씩 모여들다가 나중에는 아예 한자리를 떡 잡고서는 두런두런 사이좋게 연극 구경에 열중하는 모습 등, 그림 곳곳에서 딜런 부부의 재기발랄하고 유머러스한 아이디어를 만날 수 있습니다.
작가 소개
저자 : 버나 알디마
미국의 어린이책 작가로 아프리카 옛이야기를 다시 쓰는 작업을 해왔다. 지은 책으로 <이야기 모자>, <모기는 왜 귓가에서 앵앵거릴까?>, <코조, 네가 어떻게!> 등이 있으며, 칼데콧 상과 페어런츠 초이스 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