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고전문학이라는 자칫 지루해 보이는 분야를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선으로 풀어내는 책이다. 총 열다섯 편의 고전문학 작품을 통해 만남, 고백, 연애, 위기, 결말 등 남녀 간의 다양한 모습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대화체로 되어 있어서 책장은 술술 넘어가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은 그리 가볍지만은 않다.
작품의 줄거리뿐만 아니라 쌤과 아이들이 생각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그를 둘러싼 시대상황,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것, 당시 사람들의 고민과 관심사 등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이야기를 통해 얻는 이러한 폭넓은 경험의 공유는 시험을 위한 작품 공부가 아닌 이야기를 읽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고전으로 연애를 배운다?
국어 쌤에게 배우는 ‘고전문학 연애학개론’ <십대를 위한 고전문학 사랑방>은 고전문학이라는 자칫 지루해 보이는 분야를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선으로 풀어내는 책이다. 총 열다섯 편의 고전문학 작품을 통해 만남, 고백, 연애, 위기, 결말 등 남녀 간의 다양한 모습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현직 교사인 저자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하면 고전문학을 제대로,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사랑’이라는 주제와 함께 고전문학을 이야기하기로 했다. 조선 시대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남녀 간의 사랑 혹은 이별,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은 21세기를 살고 있는 지금과 별로 다를 것이 없고 아이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청소년 도서에서 어째서 사랑이냐고 묻는다면 반대로 누구보다 사랑에 대해서 알고 싶은 것이 많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라야 하는 것이 바로 십대가 아니겠냐고 되묻고 싶다. 국어, 영어, 수학에 대해서는 하루 몇 시간씩을 투자해서 배우는 반면 누구나 다 하고, 또 해야 할 아주 소중한 것인 사랑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해 주려 하지 않는 이상한 현실, 그렇기에 저자는 고전문학과 함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미안하오, 사랑은 움직이는 거라오’ <주생전>의 바람둥이 주생
‘밀당은 나처럼 하는 거란다’ 조선 여인의 밀당을 보여주는 <홍계월전>
옛 사람들을 설레게 했던 조선의 베스트셀러를 만나다<주생전>의 주인공 주생은 기생 배도와 평생을 함께하자고 약속했지만 승상댁 딸 선화에게 첫눈에 반해 양다리를 걸치고, 마음의 상처를 입은 배도는 결국 병에 걸려 죽게 된다. 사랑의 빠진 사람의 마음이 언제나 한결같지 않음은 지금 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홍계월전>의 여장부 계월은 또 어떤가. 남편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할 때는 수줍은 여인의 모습이다가도 휘어잡을 때는 무섭게 당기는 당대 최고의 밀당녀로 남편을 호령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책에 실려 있는 작품을 보면 요즘 드라마 뺨치는 다양한 인물들과 이야기 전개가 펼쳐진다. 첫눈에 반하고, 고백을 하고, 차이고, 상사병에 걸려 죽기도 한다. 게다가 이렇게 순정적인 이야기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질투를 한 나머지 상대방을 모함하거나 자기 짝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로 눈을 돌려 바람을 피는 일도 종종 나온다.
고전으로 알아보는 사랑의 5단계짜릿한 만남 <하생기우전> <삼선기> <정진사전>
과감한 고백 <사씨남정기> <숙영낭자전> <소설인규옥소선>
달콤씁쓸한 연애 <홍계월전> <옥단춘전> <소대성전>
사랑의 위기 <왕경룡전> <주생전> <심생전>
행복한 결혼 <방한림전> <조신전> <영영전>
이러한 이야기를 선생님의 일방적인 설명이 아닌 대화체로 이어가는 것도 책의 생생함에 큰 몫을 한다. 마치 내 옆자리에 앉아 있는 것 같은 친근한 아이들 나정이, 붕이, 동구와 고전문학을 읽어주는 ‘쌤’이 ‘고전문학 사랑방’에 모여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전개되는 내용은 대화체로 되어 있어서 책장은 술술 넘어가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은 그리 가볍지만은 않다.
작품의 줄거리만을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니라 쌤과 아이들이 생각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그를 둘러싼 시대상황,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것, 당시 사람들의 고민과 관심사 등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이야기를 통해 얻는 이러한 폭넓은 경험의 공유는 시험을 위한 작품 공부가 아닌 이야기를 읽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21세기 전기수를 꿈꾸는 고전문학 읽어주는 국어 쌤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읽는 즐거움을 돌려주다이야기는 사람을 매료시킨다. 조선 시대에는 당시 유명한 전기수에게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서 돈을 갖다 바치다가 전 재산을 탕진한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이 책에 나오는 작품들이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즐겁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남겨진 여러 종의 이본과 수십 권의 필사본이 이 사실을 증명한다.
조선 시대에 가진 재산도 아깝지 않을 만큼 재미있었던 이야기들이 지금 학생들을 즐겁게 해주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시험을 위해 일부만 발췌하여 암기하듯 공부하는 이야기라니, 얼마나 지루하고 재미없을까. 고전문학에 대한 이러한 접근은 아이들에게서 이야기를 읽는 재미를 빼앗고 결과적으로 고전은 딱딱하다고 어렵다는 인식만을 남겨 주게 되었다.
이 책은 고전문학이라는 말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청소년들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접하며 느끼는 순수한 즐거움과 그 속에 담긴 지혜를 배우는 것, 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쌤: 그러게 말이에요. 어쩌면 점쟁이는 현실 속 인물이 아니었는지도 모르지요. 자, 어쨌든 오늘 배운 <하생기우전>을 보면서 쌤이 말해 주고픈 게 있는데요.
붕이: 넵. 받아 적을 준비되었답니당!
쌤: 하하, 적을 필요까지는 없고요. 그냥 듣고 이해만 해도 충분해요. 앞으로 살면서 세상일이 항상 잘 풀릴 거라고만 생각하면 안 됩니다. 대입이나 취업, 승진, 혹은 연애나 사랑 모든 면에서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도 많거든요.
나정: 정말 그런 것 같아요. 벌써부터 걱정이 돼요.
쌤: 물론 미리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답니다. 또 주저앉아 있거나 좌절해 있을 필요도 없지요. 가만히 있다면 아무 것도 변하지 않습니다. 하생이 학사에 계속 머물렀다면 과연 지금보다 잘 되었을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았을 겁니다. 어쨌든 상황을 바꾸도록 조금씩 움직이는 것이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때가 많답니다. 커피라도 마시면서 도서관이나 집 근처 공원에도 가 보고요. 짧게 여행을 다녀오는 것도 좋아요. 그래서 다른 이와 만나고, 함께 이야기해 보세요. 그리고 이어질 짜릿한 운명에 몸을 맡기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나정: ‘짜릿한 운명’이라는 말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 <하생기우전> 중에서
쌤: 네. 당길 기회가 왔으니 또 확 잡아당기는 겁니다. 게다가 전장에서 보국이 적과의 전투 중에 또 한 번 위기에 빠지게 됩니다. 말에서 떨어져 적에게 꼼짝없이 죽을 상황에 처한 것이지요.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계월이 몸소 뛰어들어 적들을 베고 땅에 떨어져 뒹구는 보국을 구해 자신의 말 뒤에 태웁니다. 그리고는 진영으로 돌아와 한 마디 내던지지요.
나정 뭐라고 하나요?
쌤: “겨우 이 정도이면서 평소에 나를 업신여겼느냐?”라고요.나정 깔깔깔, 너무 멋져요.
붕이: 이건 뭐 남자 망신 소설인가요?
쌤: 하하, 대체적으로 여성 우위의 관점이 드러나긴 하지요.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반란군을 무사히 평정하고 계월과 보국은 다시 집으로 들어옵니다.
- <홍계월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