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한 사람이 기록한 삶의 증언. 이 책은 몸이 무너진 이후, 다시 살아오며 통과한 시간들을 담은 체험 수필집이다. 절집에서의 탁발과 수행, 혼과 기(氣), 업과 인연을 몸으로 겪어 낸 날들, 그리고 일상의 고통과 죄책감 속에서도 끝내 버텨 낸 삶의 기록이 꾸밈없이 펼쳐진다. 이 책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설명하거나 믿음을 권하지 않는다. 다만, 이해할 수 없는 시간 속에서도 끝까지 살아 낸 한 인간의 경험을 담담히 전할 뿐이다. 산다는 의미를 포기했던 시간, 그 끝에서 다시 시작된 기록. 이 책은 지금의 삶을 돌아보게 하고, ‘어떻게 살아 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조용히 남긴다.
출판사 리뷰
“전생과 업, 참회를 지나온 한 인간의 수기
산다는 것의 의미를 묻고, 삶의 본질을 말하다!”
이 책은 흔히 말하는 수행기나 종교서의 범주에 쉽게 머물지 않는다. 『산다는 것을 포기한 뒤』는 죽음의 문턱을 넘나든 한 개인이, 이후의 시간을 어떻게 통과해 왔는지를 기록한 증언의 글이다.
저자는 절집에서의 탁발과 수행, 그리고 일상으로의 복귀를 오가며 몸으로 겪은 경험들을 숨김없이 풀어낸다. 혼(魂)과 기(氣), 업과 인연, 전생과 현재를 넘나드는 이야기들은 설명이나 해설이 아니라, 철저히 ‘겪은 사실’의 기록으로 제시된다. 그 때문에 이 책은 독자에게 특정한 믿음을 요구하기보다, 오히려 각자의 삶을 스스로 돌아보게 만든다.
특히 이 책의 특징은 ‘몸의 기록’이라는 점이다. 저자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말하면서도, 그것을 관념이나 이론으로 풀어내지 않는다. 아픔, 죄책감, 침묵, 버텨 냄과 같은 감각적이고 현실적인 경험을 통해, 결국 인간이 끝까지 감당해야 하는 것은 ‘자신의 삶’임을 드러낸다.
또한 본문 곳곳에 배치된 시편들은 이러한 서사의 결을 한층 깊게 만든다. 「수련에게」와 같은 작품에서 드러나듯, 자연과 존재를 향한 시선은 불교적 수행과 체험의 긴장을 완화하면서도, 삶과 인연에 대한 저자의 사유를 더욱 밀도 있게 전달한다.
이 책은 답을 제시하는 책이 아니다. 대신, 산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묻게 하는 기록이다. 이해되지 않는 시간 속에서도 살아 내야 했던 한 사람의 이야기는, 오늘을 버티고 있는 독자에게 조용하지만 오래 남는 울림을 전할 것이다.
너희들은 불보살의 법法이 담긴 존재야.
인연이 있으면 반드시 만나는 필연의 카르마처럼.
개화와 번식, 씨앗에 담긴 의미를,
이기와 욕심으로는 결코 볼 수 없거든.
연화대가 왜 세상에서 가장 큰 바보의 자리인지,
걸림 없이 선택한 생의 가장 큰 헌신임을 몰라.
모든 것 던지며 살아 내신 사랑의 극極을 어찌 알겠어.
마당 넓은 곳에서 대빗자루 들 때쯤,
너희들을 다시 해후처럼 만나러 갈 거야.
돈 욕심에 눈도 뇌도 없는 세상을 가끔 욕하면서,
피눈물이 나는 어느 분을 그리워할 거야.
좌파와 딥스 꼬붕들은 너무나도 큰 죄를 지었다고.
몇 생으로도 감당 못 할 죄를 입과 몸으로 지었다고.
인과의 하늘법은 시작된 곳으로 반드시 돌아간다고.
법에 의지하고 분노를 달래며 마당을 쓸 거야.
때가 되면 너희들과 같이 살아 낼 거야.
죽어서는 보기 어려운 의미의 너희들이기에,
푸른 날에도 웃다가 울며 곁에 둘 거야.
잎장 위에서 놀던 물방울처럼 덧없이 살겠어.
늙어지면 알게 되는 삶의 멋과 맛을 확인하며,
항심恒心으로 살던 너희들을 다시 눈에 담겠어.
떨리도록 좋았던 너희들과의 시간은 결국,
과거생으로부터 이어진 인연이었어.
세상살이는 결국 자신의 길을 스스로 만들며 걷는 것이다. 저마다 홀로 가야 할 코뿔소의 뿔이자 무소의 길이다. 배를 채운 육식동물은 다른 동물의 먹이를 빼앗고자 싸우진 않는다. 보다 인간답기는, 식물만 뜯어 먹으며 고요히 사는 온순한 무소를 닮을 일이다. 채식주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적인가 식물적인가 하는 심성도 따질 일이다.
어떻게 걷느냐. 방향과 질, 내용과 순수한 과정에 따라서 영혼靈魂의 등급이 생긴다. 물질계에 지고 살았느냐, 정신계를 향해 살았느냐는 살아온 이력과 발자국이다. 과거가 모여 오늘이 되었고, 오늘들이 모여서 미래가 되고 다음생이 된다.
마음의 짐 내려놓기에서 평온해지기와 만족하기로 들어가면, 살아 있음과 자연에 대한 감사가 저절로 찾아온다. 기의 세상 허공계虛空界도 마음가짐과 성숙도에 맞추어 반대급부를 돌려주는 것이다. 방해하기나 해당 수준에 머무르기, 털어 내고 나아가기에도 기의 세상은 반드시 보답한다.
어떤 요구나 욕심도 없는 ‘사랑하기’에도 기의 세상은 대우를 해 준다. 물 흐르듯 끝낸 것은 무조건 잊고, 모자라고 잘못된 것은 곱씹어 가며 고쳐 가야 한다. 걱정거리나 답답한 것도 비워 내야 한다. 비워 내기에 따라서, 기의 세상은 엎드려 감사할 만큼 보상의 선물을 준다. 작은 각覺은 또 다른 각을 불러오기도 한다.
늘 고요해야 한다. 마음이나 일상이 고요하지 않으면 무조건 내 잘못이다. 찾아보고 점검하면, 떠오르고 돌아다니는 감정과 원인이 찾아진다. 모든 결과는 내 탓이고, 내 잘못이다. 나의 모자람도 내가 눈을 뜨지 못했음에 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기문열
• 청일靑日 기문열奇文悅• 대구고등학교 졸업(16회, 기세정)• 계명대 신문방송학과 졸업(83학번)• 대구불교대학 졸업• 블로그: 네이버 [삶에 부치는 시간들]
목차
서문
1부 연화蓮華는 가득했다
다육이에게
수련에게
연꽃에게
숨어 있는 시간
그리운 아이들
하늘 향한 노래 1
하늘 향한 노래 2
하늘 향한 노래 3
하늘 향한 노래 4
하늘 향한 노래 5
2부 털어 보는 먼지 같은 것
비양도의 추억
술과 담배의 차이
줄이고 줄인 인연
키스로 깨어난 꿈
복수하러 온 수녀님
마지막 목숨 구하기
49재와 천도재의 차이
꿈이 생시에서
봄은 늘 아팠어
고요한가 묻기
남은 날 언약
3부 5백 년 만에 드리는 편지
해량海量을 바라는 변명
프롤로그
지키지 못한 약속
첫 번째 구명지은求命之恩
출가의 이유
소름 끼치던 공부들
알게 된 출가업出家業
글쓰기와 탁발
환속의 이유
재창업과 좌절
찾아온 님의 혼魂
다시 밝혀진 환속 이유
다시 오신 님
5백 년 만에 드리는 편지
낯선 경험의 시작
죽음을 준비하며
네 번째 넘긴 죽음
자책의 시간
경주에서 들은 얘기
또 하나의 경험
궁금증 추적
단아했던 ㅇㅎ사
이해를 돕기 위해
거부의 1개월
빗장을 치운 혼과의 대화
은애隱愛에 대한 소회
하늘을 보며……
4부 부치지 못한 잡문雜文
물안개에
거래去來
갓바위 회상
고독사에게
같이 살아 볼래요?
입춘立春에게
엄마라는 소리
길에게
봄날은 간다
가난한 인간에게
세상살이 소회
오랜 친구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