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숨 가쁜 미래는 이미
아이들의 몸에 도착했다
가장 뜨거운 도시의 소아과 의사가 전하는
기후 위기 속, 가장 작고 취약한 몸들의 목소리
★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조천호, 『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작가 정여울 강력 추천 ★
★ 2024 퍼블리셔스 위클리 추천 도서 ★최근 미국에서는 10만 에이커(400제곱킬로미터) 이상의 면적을 태우는 초대형 산불, ‘메가파이어(megafire)’가 급증하고 있다. 2024년에는 최소 14건의 초대형 산불이 발생했으며, 미국 내무부의 2022년 보고서는 초대형 산불의 수가 이전 10년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지적한다. 급격한 기후 변화로 인한 건조하고 뜨거운 대기 속에서 산불은 점점 더 통제 불가능한 재앙이 되고 있다. 계속해서 뜨거워지는 지구는 산불뿐 아니라 허리케인과 사이클론을 만들고 그 파괴력을 키운다. 일상화된 재난에서 고통받는 것은 몸집이 작고 어른들보다 가쁘게 숨을 쉬는 아이들이다. 매년 여름, 미국 서부 700만 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눈처럼 떨어지는 재 아래에서 독한 연기를 들이마신다. 1500밀리미터의 집중 호우를 쏟아낸 허리케인 하비는 수십만 명의 아이들에게서 집과 가족과 웃음을 빼앗아갔다.
아이들의 숨결 높이에서 다시 쓰는 첫 번째 기후 위기 책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뜨거워지는 도시 리노에서 소아과 의사로 어린 환자들을 돌보는 저자 데브라 헨드릭슨은 최근 몇 년 사이, 호흡기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아이들이 급증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미국 서부의 월 평균 기온은 매년 최고를 경신하고 있었고, 진료에서는 ‘독감 유행 기간’이 아니라 ‘산불 기간’을 헤아려야 할 만큼 여름마다 대형 산불이 발생해 탁한 공기가 몇 주간 이어졌다. 아이들의 병 뒤에는 환경의 문제가 있었다.
헨드릭슨은 진료실에서의 진단과 치료만으로는 아이들을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어린아이들의 눈에서 기후 위기를 살펴보기로 결심한다. 가장 작고 가벼운 몸으로 가장 크고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개인의 노력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을 것만 같은 기후 무기력, 기후 우울의 시대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날들을 꿈꿔야 할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의사가 되기 전 10년간 환경 분석가로 일했던 경험을 더해, 극한 환경이 아이들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균형 있게 분석한다.
뜨거운 태양이 아이들에게서 앗아가는 것어렸을 적, ‘세계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뜨겁고 선선하고 쾌적한 날씨는 우리가 마음껏 숨 쉬고 뛰어노는 밑바탕이 되어주었고, 사계절의 날씨가 주는 다채로운 감각 속에서 기억과 추억을 쌓으며 성장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아이들은 이런 ‘어린 시절’을 빼앗기고 있다.
“침묵의 봄이었다.” 레이첼 카슨은 1962년, 환경 재난이 자연의 노래와 어린이들의 목소리처럼 익숙한 일상생활의 소리를 모두 지워버린 미래를 상상하며 이렇게 썼다. 그리고 『침묵의 봄』의 섬뜩한 경고는 오늘날 아이들이 겪는 몸과 마음의 병으로 선명하게 실현되고 있다.
헨드릭슨은 탁한 하늘 아래서 호흡기 질환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의 이야기로 글을 시작한다. 미국 서부의 아이들은 여름 인사처럼 찾아오는 산불 때문에 몇 주 정도는 파란 하늘을 보지 못한다. 0.1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초미세 입자가 가득한 대기에서, 폐가 약한 아이들에게는 단 하루 몇 시간의 놀이도 치명적이다. 알레르기, 아토피, 습진 환자 역시 폭증했다. 평균 기온이 상승하며 대기 중 알레르겐(allergen, 가루, 곰팡이, 집 먼지 진드기, 땅콩 등에 들어 있는 단백질) 농도가 높아졌고, 꽃가루 등의 독성 자체도 강해진 탓이다. 1980년에서 2010년 사이 미국 어린이들의 천식 발병률은 3배 늘었다.
지구 온난화는 열만으로 아이들을 죽인다. 건강에 이상이 없던 열두 살의 코디는 40도가 넘는 어느 여름날 아빠와 함께 하이킹을 떠났다가 신체 활동으로 발생한 열을 배출하지 못해 열사병으로 쓰러졌다. 열사병은 심부 온도가 섭씨 40도 이상으로 올라간 상태를 가리킨다. 아이는 그저 하루 여름을 즐겼을 뿐인데 목숨을 잃었다.
폭우와 폭설, 홍수와 태풍 등 자연 재해는 전례 없는 세기로 ‘우리 집’을 공격한다. 아이들은 초강력 허리케인으로 하룻밤 새 집을 잃고, 세상이 자신을 보호해주리라는 희망 역시 잃고 우울증, PTSD에 시달리고 ADHD를 겪는다. 2005년의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그 피해를 나란히 하는 2017년 허리케인 하비는 수십만 명의 아이들을 이재민으로 만들었다. 곤충이 많아지며 뎅기열, 라임병, 지카 바이러스 같은 모기 매개 질병 역시 급증했고, 소두증으로 태어난 다라는 미국 본토에서 태어난 최초의 ‘선천성 지카 증후군’ 환자로 기록되었다.
아이들의 이야기는 마치 SF소설, 혹은 기후 재난 영화처럼 믿기 어려운 장면으로 가득하지만, 모두가 부정할 수 없는 실제 현실이다. 공기와 물, 햇빛과 바람 속에서 벌어진 이 사건들은 통계나 수치로 환원되지 않는 구체적인 얼굴과 목소리를 지닌다. 헨드릭슨은 자신이 직접 마주한 아이들의 숨 가쁜 호흡, 피부에 남은 열의 흔적, 공포로 굳은 눈빛까지 생생하게 되살려내며 이 모든 아픔과 고통을 함께 감각해보자고 말한다.
우리에게는 아직 ‘가능한 세계’가 남아 있다기후 위기 문제에 희망이 있을까? ‘지구 평균 기온 상승 1.5도의 제한’, ‘온실 가스 순 배출량 2050년까지 완전 제로’… 문제 해결을 위해 제시되는 거대한 목표들은 우리를 무력하게 만들고, ‘이미 끝났다’며 체념하고 냉소하게 한다. 그러나 헨드릭슨은 말한다. “우리의 과학은 우리의 종말을 기록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이상을 해낼 것이다. 기후 변화에는 얼굴이 있고, 그것은 우리 아이들의 얼굴이다.” 인류는 어린이들의 목숨을 위협했던 질병을 정복하고 기술과 제도를 발전시켜 다음 세대에 더 나은 삶을 전해주었다. 우리의 조상은 우리에게 ‘과학’과 ‘돌봄’을 선물했다. 우리가 가능성으로 가득한 세계를 전해 받은 것처럼, 우리도 아이들에게 더 나은 세계를 물려줄 수 있다고 그는 이야기한다.
헨드릭슨은 변화를 만들어갈 우리의 작은 선택들을 함께 이야기한다. 화석 연료에서 전기 에너지로의 전환, 육류 섭취를 줄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되는 제품을 소비할 것, 친환경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정치인에 투표하고, 그들이 좀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낼 것. 덜 소비하고 덜 버릴 것. 개인들의 ‘친환경 선택’이 전기 에너지와 전기차 개발을 이끈 것처럼, 미래를 위한 우리의 좋은 선택들이 큰 물줄기를 바꾸어 기후 위기의 시간을 늦출 수 있다.
『아이들이 쉬는 숨』은 기후 위기를 아이들의 숨결 높이에서 다시 써내려간 첫 번째 책이다. 아이들에 대한 도덕적 책임과, 이 유일무이하고 대체 불가능한 세계와 아이들이 맺고 있는 깊은 연결을 일깨우는 메시지다. 우리는 지구를 지키는 슈퍼맨을 꿈꾸며 망토를 두르고 여름날의 들판을 내달렸었다. 이제 아이들에게도 그 계절을 돌려주어야 한다. 재난과 공포를 강조하는 기후 위기 담론에 지친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미국소아과학회는 10년이 넘게 기후 변화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위험을 경고해왔다. 전 세계 기후 위기 관련 질병의 약 90퍼센트가 다섯 살 미만의 아이들에게서 발생한다. 나는 매일 어린이 환자의 부모를 만나는데, 아이를 카시트에 정성스레 앉혀 버클을 채우고 매일 아이와 씨름하며 이를 깨끗이 닦이고 예방접종과 정기 검진을 절대 빠트리지 않는 이 다정하고 부지런한 부모들도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부모들은 이토록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우리가 만든 변화에 가장 결정적으로 영향을 받는 존재들이라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한다. (머리말 「영웅이 될 수 있다면」)
그해 여름 한 달 동안 우리는 파란 하늘을 거의 보지 못했다. 세상이 시야 몇 미터만 보이는 세상으로 축소된 느낌이었다. 우리의 신경은 위태로워지고 있었다. 한번은 차를 운전해서 병원으로 가고 있는데 뿌연 연기 속에서 패스트푸드점 유니폼을 입은 십 대 소녀가 갑자기 튀어나와 기겁한 적이 있다. 소녀는 얼굴에 흰 수건을 덮고 있었다. (…) 이제 병실 안에서 나는 그때 얼굴에 수건을 덮고 있던 소녀와 코와 귀에 산소관이 연결된 어린 소년들에게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 생각한다. 리엄은 보통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뛰어다니는 꼬마 소년이지만 지금은 산소 펌프와 모니터에 연결된 채로 병원 침대에 축 늘어져 누워 있다. (…) 이 아이는 최악의 공기가 지속되는 날들 중 엄마 몰래 딱 하루 바깥에 나가 놀았고 결국 병원에 입원까지 하게 되었다. (1장 「하나의 숨과 하나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