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도서 소개
“근처에 사찰이 있을까요?”
“흙을 맛보고 싶어요.”
삶이 요구한 역할에서 한 발짝 벗어나는 순간, 이야기는 시작된다.
결핍과 가난, 억눌린 욕망과 타인의 고통이 교차하고
이 단편집의 인물들은 문제보다 먼저, 자신이 갇혀 있던 자리를 발견한다.
다섯 개의 균열은 각자의 방식으로 새로운 선택을 향한다.
수록 작품 소개
『흙 먹는 아이』
흙은 모든 생물의 근원적인 바탕이 된다. 모성을 상징하기도 하는 흙은 인간이 인생을 완성해 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준다. 주인공 지평은 모성에 대한 갈망으로 흙을 먹게 되지만, 결국 자신의 성장이 그 간절한 갈망을 잠재워 준다. 안전한 공간인 부모님의 그늘은 지평에게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집을 뛰쳐나오면서부터 편안한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을 스스로 찾게 되고, 한 단계 성장하게 된다.
『2.5평 거미집』
가난한 예술가는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동우는 실용음악과를 졸업하고 밴드 활동을 하며 앨범을 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학원 강사로 생계를 이어가며 자신이 2.5평의 집에서도, 2.5평의 레슨실에서도 평생 벗어날 수 없는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 같아 절망한다. 누구든 고통스러운 경험이 있고, 힘든 삶의 과정을 겪는다. 가까이에 있는 주변 사람들의 아픈 사연을 통해 서로의 삶에 대해 공감하고 용기를 얻고 살아가기도 한다.
『니하오 차이나』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잠재된 욕구를 발현시킨다. 색다른 공간이 주는 자유로움은 평소와는 다른 정신세계와 교우한다.
민은 며칠 전 TV를 보다가 날카로운 것에 찔린 듯 심장이 쨍했다. TV 속 다큐에 제자였던 규빈이 나온 것이다. 규빈은 민에게 잊지 못할 진영과의 시간을 불러일으켰다. 다큐 속에서 규빈은 자신의 정체성을 공개하고 동성결혼의 합법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국내에서 어렵사리 결혼식을 올리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민은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다큐를 끝까지 지켜보았다. 그리고 노트북을 열어 상해행 비행기표를 결제했다. _작품 내용 중
『케어 매니저입니다.』
매일 낯선 집을 방문하며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케어 업무를 하는 인숙은 사람들의 다양한 일상을 엿본다. 그러던 중 가정폭력이 의심되는 집을 방문하게 되면서 마음속이 복잡해진다. 가정폭력에 노출되었던 과거가 떠올랐고, 감정이입이 되며 여자를 구해내야겠다는 일념으로 계획을 세운다. 인숙의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까.
눈이다. 틀림없이 눈이었다. 동공이 커다랗고 흰자위가 빨갛게 물든 눈은 암흑 속에서 떨고 있었다. 인숙의 눈과 그 빨간 눈이 마주친 건 찰나의 순간이었다. 살짝 틈이 벌어진 방문 사이로 번뜩이던 그 눈은 인숙의 눈과 마주치자 단 1초 만에, 아니 그보다 짧은 시간에 사라졌다. 인숙은 자신이 잘 못 본 건 아닌지 순간적으로 의심했다. 인숙은 반사적으로 남자를 돌아봤다. 남자는 인숙의 눈에서 무언가를 감지한 것인지도 몰랐다. 인숙 곁으로 남자가 천천히 다가왔다. 심장 소리가 머리에서 쿵쾅거렸다. 손이 바르르 떨렸다. 들고 있던 공기청정기 필터를 놓칠 뻔했다. _작품 내용 중
『순간포착』
당일치기 여행을 떠난 서연은 단체 관광버스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제각각 여행을 즐기며 여행사에서 제공해주는 서비스를 마음껏 이용한다. 여행지는 자작나무 숲이었다. 사진을 배우기 시작한 서연은 자작나무 숲에서 자신만의 주제를 담아낸 사진을 찍고 싶었다. 그런데 여행사의 실수로 시간이 늦는 바람에 숲 입장이 불가능해졌다. 관광객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까.
출판사 서평
이 단편집은 극적인 사건보다 인물이 놓인 감각의 순간에 집중한다. 흙의 냄새, 좁은 방의 공기, 낯선 도시의 거리, 타인의 집 안 풍경 같은 구체적인 공간은 인물의 내면을 비추는 장치가 된다. 삶을 견디게 했던 질서가 흔들리는 지점을 정밀하게 포착하며, 인물들이 스스로 숨 쉬는 법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방현희 소설가
이 소설들은 결핍을 설명하지 않고, 끝까지 감각으로 견디게 만든다. 버티는 삶을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서 스스로의 방향을 찾아가는 순간을 설득력 있게 쌓아 올린다.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삶의 토대를 다시 묻는 단편집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정윤
고려대 사범대 졸업, 오랜 직장생활 끝에 엔솔로지 작품집에 단편 하나를 실었다. 이를 시작으로 첫 단편 소설집을 내게 되었고, 앞으로 다양한 인생을 글로 써 보고자 한다.
목차
1장 · 흙 먹는 아이 · 7
2장 · 2.5평 거미집 · 37
3장 · 니하오 차이나 · 73
4장 · 케어 매니저입니다 · 99
5장 · 순간 포착 · 129
작가의 말 · 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