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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플
바람북스 | 부모님 | 2026.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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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개와 사람은 같은 공간에 살아도 서로 다른 세계를 본다. 시야각과 색을 인식하는 방식, 어둠과 움직임을 감지하는 능력의 차이 속에서 시간도 사랑도 다르게 흐른다. 이 그래픽노블은 이러한 인식의 차이를 바탕으로, 개와 사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이야기는 키우던 개의 죽음을 앞두고 이를 외면하려는 늙은 남자와 딸의 통화로 시작된다. 병든 개의 안락사를 준비하는 딸과 끝내 마주하지 않으려는 아버지, 그 침묵의 순간 모노톤의 세계는 점차 강렬한 색으로 전환되며 기억 속 과거로 흘러간다.

중년의 호세 루이스와 그의 아내, 그리고 새로 맞이한 강아지 트러플은 평범한 일상에 균열과 온기를 동시에 불러온다. 『트러플』은 개의 시선과 인간의 감정을 교차시키며, 함께 산다는 것과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를 깊고 조용하게 묻는다.

  출판사 리뷰

우리는 얼마만큼 같은 세상을 보고 있을까
두 개의 시선과 여러 겹의 사랑에 대하여


개와 사람은 세상을 다르게 바라본다. 대부분의 개들은 인간보다 훨씬 시야각이 넓어 약 270도를 볼 수 있다고 한다. 흔히 색맹으로 알려졌지만 개들이 모든 색을 못 보는 것은 아니다. 환한 대낮에 노랑에서 빨강으로 이어지는 구간의 색을 잘 분간하지 못할 뿐이다. 더 많은 원뿔세포를 갖고 있는 인간이 세부적인 디테일이나 색감의 변화를 잘 알아본다면 개들은 막대세포가 많아 움직임이나 색감의 대조를 잘 감지하고 어두운 환경에서 사물을 더 잘 분간할 수 있다. 이런 사정으로 개와 사람은 서로의 반려가 되어 같은 환경에서 살아가더라도 다른 세계를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그 속에서는 시간도 다르게 흐르고 사랑도 다르게 보인다.
『트러플』은 이러한 차이를 바탕으로 개와 사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래픽노블이다. 이야기는 키우던 개의 죽음을 앞두고 필사적으로 외면하려는 늙은 남자와 딸의 통화로부터 시작한다. 어찌된 일인지 딸에게 개를 맡겨두고 있던 남자는 병든 개가 곧 죽게 될 거라는 소식을 듣고도 모른 체하는 중이다. “이젠 날 알아보지도 못한다고. 내가 가든 안 가든 크게 달라질 것도 없잖아.” 그러자 개의 안락사를 준비하고 있던 딸이 애원한다. “혼자 두면 안 되는 거잖아.” 전화를 끊고 자리에 털썩 주저앉은 남자는 생각에 잠기고 그의 가슴께에서는 빨갛고 노랗고 파란 빛이 번져나오기 시작한다. 모노톤으로 그려진 도입부는 이제 강렬한 색깔로 전환된다.
“호세 루이스!” 누군가 남자의 이름을 부르자 단숨에 거슬러 올라간 시간 속에는 아직 창창한 중년의 남자와 그의 아내가 있다. 주말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호세는 아내의 만류에도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만끽하고 잦은 출장에 대해 불평하는 아내에게 능글능글 대꾸한다. “당신을 만난 게 최고의 행운이지, 내 사랑.” 끊임없이 사랑 표현을 하는 남편에 비해 아내는 매사에 시큰둥하다. 심지어는 출장이 잦은 걸 보니 해외에 다른 가족이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며 투덜거리는데, 자동차 안에는 이제 막 지인에게서 받아온 강아지 한 마리가 함께 타고 있다. 까만 강아지에게 흔히 붙이는 ‘트러플’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강아지는 오래지 않아 부부의 삶에서 중요한 존재가 된다. 특히나 열정적인 호세 루이스는 강아지와 함께할 때면 더없이 쾌활하고 명랑해진다.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된 호세 루이스와 트러플. 온몸으로 기쁨을 표현하는 강아지는 늘 똑같이 흘러가는 부부의 삶에 윤기를 보태준다. 삶이 늘 이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외로움과 쓸쓸함이 깃드는 모든 순간
언제나 내 옆에는 네가 있었지


『트러플』에서는 사람들의 보는 세상과 트러플이 보는 세상을 컬러로 구분해 표현한다. 실제와는 반대로 사람들의 이야기가 흑백으로 펼쳐질 때 강아지 눈에 비친 세상은 밝고 환한 색깔로 빛나고 있다. 트러플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사람들의 신발과 고무호스, 풀숲의 안경처럼 바닥에 놓인 물건들이 커다랗게 존재하는 곳이다. 트러플은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거나 잃어버린 물건들에 호기심을 보이다가 망가뜨리기 일쑤고 수풀과 소파 사이를 빠르게 질주한다. 더 크고 더 높다란 세상 속에서 강아지 트러플의 시간이 빠르게 흘러갈 때 사람들의 시간도 제 속도대로 흘러간다. 이야기 속 시간은 트러플의 전 생애에 해당한다. 강아지가 성견이 되었다가 노견이 되어가는 동안 사람들도 나이를 먹는다. 정년퇴직을 맞은 호세 루이스는 잠시 낙담의 시간을 보내는가 싶지만, 이내 창업을 하고 다시 예전처럼 바쁜 출장길에 오른다.
중년에서 노년에 이르는 부부의 삶은 은퇴와 노화, 질병 등으로 이어지는 후반부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누구나 다 비슷하게 겪을 법한 지루하고도 평탄한 노년의 삶. 그런데 부부의 삶을 한겹 더 들어가 보면 거기에는 모든 관계에 필수적으로 존재하는 소외감과 쓸쓸함이 깃들어 있다. 아내에게 시시때때로 사랑을 표현하고 출장길에 선물을 잊지 않던 남편은 정말로 아내가 원하는 사랑을 주었을까? 출장길에 나서는 남편이 트러플에게 요란한 작별인사를 퍼부을 때 아내는 어째서 그렇게나 허전한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 묘하게도 아내에게 잠시 온기가 돌던 시기는 남편이 은퇴 후 실의에 빠져 있던 때였다. 그러나 남편이 다시 일을 시작하고 활력을 되찾게 되자 아내는 남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한다. “중요한 건 바람을 피우냐 안 피우냐가 아니라, 진짜 마음이 어디를 향해 있느냐인 것 같아.” 아내가 암 투병 중에도 한사코 홀로 병원 진료를 받았던 것은 평생 회피형 남편에게 길들여졌거나 실망이 거듭된 나머지 아예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홀로 소파에 앉아 천천히 노쇠해져 가던 아내는 마침내 남편의 곁을 떠난다.
『트러플』은 인간이 바라보는 모노톤의 세상과 개가 바라보는 컬러풀한 세상을 번갈아 배치함으로써 무언가 바라보는 일이 보는 이에 따라, 자리에 따라, 입장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일러준다. 사실은 인간이 개보다 더 다채로운 색깔을 경험하는데도 이 작품에서는 개의 시선에 색깔을 입혀 트러플이 바라보는 부부의 세계를 따뜻하고 밝게 그린다. 개의 애정과 호의에 힘입어 밝게 빛나던 삶은 실제로도 그런 모습이었을까? 아내의 외로움도, 키우던 강아지의 짧은 수명도 외면하기 급급해하던 호세 루이스는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용기를 내 트러플에게 인사를 하러 간다. 그리고 뒤늦게 “삶에선 가끔, 웃기 위해서 울어야 할 때도 있다는 걸” 깨닫는다. 트러플이 환한 꽂밭을 신나게 뛰어가는 장면으로 끝맺는 이야기는 특별한 드라마가 없어도 우리 삶이 얼마나 많은 감정과 의미로 가득 차 있는지 보여주는 듯하다. 세상의 모든 개와 그 개들이 가르쳐준 사랑을 되새겨볼 수 있는 그래픽노블이다.




“내가 늘 외우는 말이 있지, 행복한 결혼 생활의 비밀은 말이야, ‘그럼요, 내 사랑, 그렇게 합시다!’라고 모든 대답을 통일하는 거야.”

“며칠이나 다녀오는지 알려주고 가실 생각은 있어?”
“내 트렌치 코트 봤어?”

  작가 소개

지은이 : 글라피라 스미스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래픽 스토리텔러다. 영화 제작을 전공했으며, 일상을 배경으로 친밀함과 인간 관계를 탐구하는 작업을 한다. 강렬한 원색부터 절제된 흑백까지 서로 다른 시각 언어와 톤을 서사 안에 직접 엮어 넣고, 색과 스타일이 이야기의 전개와 감정을 이끌도록 한다. 바르셀로나에서 남편과 두 아들, 반려견 ‘스시’, 그리고 닭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트러플』은 그녀의 첫 그래픽노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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