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내 마음을 꼭 맞는 말로 표현하고 싶다!" ‘섭섭하다’, ‘애틋하다’, ‘포근하다’, ‘덤덤하다’… 우리말에는 유난히 마음의 결을 세밀하게 표현하는 단어들이 많지만, 우리는 이 섬세한 감정의 언어들을 잊은 채 ‘좋다’, ‘싫다’는 몇 개의 단어로 뭉뚱그려 표현하곤 합니다.
이 책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거나 잊고 지냈던 우리말 속 감정의 온도를 체온이라는 감각의 신체적 직관으로 새롭게 조명하는 감성 에세이 사전입니다.
현직 국어교사인 저자는 우리 몸과 마음의 기준점인 체온 36.5℃를 기준으로, 우리가 잊고 지냈던 110여 개의 감정 단어들을 네 가지 온도로 새롭게 분류합니다.
체온보다 살짝 높아 기분 좋은 편안함과 위로를 주는 ‘다정하다’(약 37.0℃) 같은 온기(溫氣)가 있고, 심장을 뛰게 하는 열병 같은 간절함과 열정의 ‘애타다’(약 40.0℃) 같은 열기(熱氣)도 있습니다. 또한 손끝이 시릴 듯한 거리감과 싸늘한 마음이 담긴 ‘쌀쌀맞다’(약 5.0℃) 같은 냉기(冷氣)와, 뜨겁지도 차지도 않은 무감각과 모호함이 깃든 ‘덤덤하다’(약 28.0℃) 같은 미온(微溫)으로 말들을 구분합니다.
반만년의 정서를 오롯이 담아내며 다양한 감정과 감각을 표현하는 어휘가 독보적으로 발달한 특성을 갖고 있는 우리말은, 그 어떤 외국어로도 쉽게 번역할 수 없는 우리 영혼의 미묘한 결까지도 품어 안습니다.
저자가 포착한 삶의 순간과 우리말의 단어가 만나 '따뜻한' 공감, 때로는 '서늘한' 성찰을 건네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자신의 마음을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이름 붙이지 못했던 감정들에 알맞은 온도의 이름을 찾아주게 될 것입니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지금 내 마음을 말로 표현하기 참 어렵다." 누구나 이런 순간을 만납니다. 우리는 우리가 아는 낱말만큼의 세계를 보고, 그만큼의 자신을 이해합니다. 만약 우리에게 '좋다'와 '싫다'라는 큰 그릇만 있다면, 그 사이에 존재하는 수없이 미묘한 감정들은 어디로 갈까요? 이름 붙여지지 못한 감정은 그저 막연한 무언가로 내면을 떠돌다 흩어지기 쉽습니다. '포근하다', '애틋하다', '섭섭하다', '먹먹하다'… 이처럼 섬세한 낱말들은 하이데거의 말처럼 우리 존재가 머무는 '의 방들이며, 그 방들이 많고 다채로울수록 우리는 자신의 내면을 더 깊이 환대할 수 있습니다.
'정서적 입자도'를 높이는 우리말의 힘 자신의 마음을 얼마나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이름 붙일 수 있는가를 정서적 입자도(Emotional Granularity)라고 부릅니다. 이 능력이 깊어질수록, 우리는 감정에 휩쓸리기보다 자신의 마음을 더 잘 돌보고 건강하게 다스릴 수 있게 됩니다. 우리말은 이 '정서적 입자도'를 키우기에 참 좋은 토양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시원섭섭하다'는 말처럼, 우리 선조들은 이미 감정의 복합적인 결을 꿰뚫어 보는 지혜를 언어에 담아두었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잊고 지냈던 그 값진 우리말의 감각을 부드럽게 일깨우며, 스스로의 마음을 더 세밀하게 읽어낼 수 있도록 돕습니다.
36.5℃, 추상적 감각을 신체적 직관으로 번역하다 이 책의 저자는 왜 하필 '온도'를 기준으로 삼았을까요? 36.5℃는 우리 몸의 온도이자, 우리가 살아있다는 따뜻한 증거이며, 타인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기준점입니다. 저자는 이 따스함을 기준으로, 차가운 말과 뜨거운 말, 미지근한 말들을 가만히 나누어 봅니다. '다정하다'는 말에서 머리로 뜻을 이해하기 전에, 먼저 따뜻한 온기를 가슴으로 느끼게 되는 것이죠. '쌀쌀맞다'는 단어에서는 개념적 서늘함이 아닌, 실제 피부에 와 닿는 듯한 냉기를 감각하게 됩니다. 이 책은 낱말들을 추상적인 개념의 세계에서 끌어내어, 우리의 가장 원초적인 감각인 촉각과 온도의 세계로 데려옵니다.
다정한 언어 처방전 이 책은 한 국어교사가 교실에서 발견한 작은 깨달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할머니를 그저 '좋은 사람'이라고만 표현했던 아이가 '포근한 분'이라는 낱말을 찾았을 때, 아이의 얼굴에 번지던 안도감과 기쁨. 그 소중한 순간들이 모여 이 책이 되었습니다. 낱말의 뜻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말이 절실하게 필요한 마음의 순간들을 하나하나 어루만집니다. 곁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펼쳐보는 이 책은, 독자 스스로 자신의 마음결을 살피고 스스로에게 가장 알맞은 위로를 건넬 수 있도록 돕는 따뜻한 처방전이 되어줄 것입니다.

뜻이 통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감정을 섬세하게 나누기보다 ‘좋다’, ‘싫다’, ‘괜찮다’는 몇 개의 단어로 뭉뚱그려 표현하는 데 익숙해진 나머지, 정작 내 마음의 미세한 결을 들여다보고 이름 붙여주는 법을 잊어가고 있습니다.
- 「서문」 중에서
국어교사로서 저는 아이들이 시의 함축적 의미를 외우고 소설의 복선을 찾아내는 것만큼, 혹은 그보다 더 중요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언어를 갖게 되기를 바랍니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움직임을 정확히 알아차리고 그에 맞는 단어를 찾아낼 때, 우리는 비로소 스스로를 이해하고 타인에게 온전히 가닿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마음의 문해력(文解力)’이며, 우리가 살아가는데 더없이 필요한 능력이 아닐까요.
- 「서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