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사소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책이다. 신라 진흥왕이 순행 길에 얼음을 띄운 메밀국수를 먹었다는 ‘기원’에서 시작해, 진주냉면의 부활과 물냉면의 탄생에 이르는 ‘분화’까지 냉면의 발자취를 밝혀냈다. 15세기 《산가요록》을 비롯해 《음식디미방》, 《주방문》, 《계미서》 등 고조리서를 뒤져내 선조들의 국수 조리법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이다. 여기에 문학, 과학, 경제학, 사회학 등 다양한 측면에서 냉면을 조명하기에 냉면에 관한 거의 모든 이야기를 다룬 ‘완결판’이라 할 수 있다.
출판사 리뷰
문학·과학·경제학·사회학을 고명으로 얹어
‘찬 국수’에 관한 온갖 궁금증을 풀어내다
진흥왕의 별식에서 조리법·분화까지-냉면의 역사
사소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책이다. 신라 진흥왕이 순행 길에 얼음을 띄운 메밀국수를 먹었다는 ‘기원’에서 시작해, 진주냉면의 부활과 물냉면의 탄생에 이르는 ‘분화’까지 냉면의 발자취를 밝혀냈다. 15세기 《산가요록》을 비롯해 《음식디미방》, 《주방문》, 《계미서》 등 고조리서를 뒤져내 선조들의 국수 조리법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이다. 여기에 문학, 과학, 경제학, 사회학 등 다양한 측면에서 냉면을 조명하기에 냉면에 관한 거의 모든 이야기를 다룬 ‘완결판’이라 할 수 있다.
이색에서 장유를 거쳐 이광수까지-문학 속 냉면
냉면, 그리고 국수가 우리 곁에 온지 오래인 만큼 이를 소재로 한 문학 작품이 없을 수 없다. 고려 문인 이색이 노래한, 회화나무 잎 즙이 들어간 ‘도엽냉도’를 노래한 고려 문인 이색의 〈하일즉사〉며 장유의 시 〈자줏빛 장물에 말아낸 냉면〉, 1930년대 서북 지방에선 메밀국수가 대세임을 전하는 이광수의 여행기 〈남유잡감〉, 함경도 냉면이 가장 검지만 맛은 평양냉면이나 서울 냉면에 비해 낫다고 평가한 이효석의 에세이 〈유경식보〉 등 다양한 작품을 소개한다. 여기에 “냉면을 먹었더니 발바닥이 차가워졌다”해서 한국 음식문화사에서 처음으로 ‘냉면’이란 낱말이 등장하는, 조선 인종 때 선비 이문건의 《묵재일기》 1558년 기록도 놓치지 않는다.
국수틀에서 아지노모도까지-냉면과 과학
지은이의 엽렵한 손길은 냉면을 둘러싼 ‘과학’에까지 미친다. 찰기 없는 메밀로 보다 편리하게, 보다 맛있는 국수를 만들기 위해 ‘세판’이 도입되었다거나 국수틀의 모양을 복원하고, 서울식과 평양식은 어떻게 달랐는지 설명하는 대목이 그렇다. 국수의 쫄깃한 식감을 돋우기 위해 국수 반죽에 넣었던 응이가루 대신 가성소다를 쓰면서 냉면 애호가들의 위장병이 늘었다든가 1939년을 전후해 박병천, 최응도란 인물이 “인력과 시간을 줄이고 위생을 개량한” 국수기계를 개발했다는 기사도 마찬가지다. 냉면 육수의 감칠맛을 높이려 인공조미료 ‘아지노모도’의 첨가가 늘어나자 비용 부담에 겨웠던 면옥업자들이 가미제 중단을 금하기로 결의했다는 내용도 냉면에 스며든 과학 에피소드라 하겠다.
국수가게에서 자전거 배달까지-냉면의 경제학
냉면의 쉬 상업화 할 수 있는 음식이었다. 국수틀 도입으로 노동력이 절감되고, 균질한 국수를 별다른 준비 없이 제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해서 이미 18세기 후반 황윤석은 대궐에서 하인을 시켜 국수를 사 오게 해 먹은 기록을 남겼다. 정약용의 《목민심서》에도 “지방의 장시場市에서 국수를 누르고 닭을 잡고 돼지를 잡는다”고 메밀국수를 파는 국수가게가 등장한다. 뿐만 아니다. 갑오개혁 이후 인천 등 개항장을 중심으로 외식업이 활성화하자 이미 19세기에 “사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었던 냉면은 ‘직장인의 음식’ 메뉴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또한 종이 연에 붙였던 갈개발을 이용해 홍보를 하는가 하면, 전화 주문을 받아 자전거로 배달하는 시스템이 도입하는 등 냉면은 도시화·근대화의 선두에 섰다. 냉면 경제학의 자취다.
‘식중독’에서 면옥노조 파업까지-냉면의 사회학
냉면이 확산하면서 이를 둘러싼 사회문제도 부각됐다. 냉면에 올린 돼지고기의 부패로 인한 식중독이 늘어나자 해방 직후인 1946년엔 냉면 제조 및 판매 금지령이 내려지기도 했고, 일제강점기인 1940년엔 업자들이 냉면 가격 동결을 피하기 위해 양을 줄이자 조선총독부가 나서 아예 냉면 가격과 국수 양을 정하는 일도 벌어졌다. 또한 반죽꾼, 발대꾼, 앞자리, 고명꾼에 배달부까지 냉면 노동자들이 늘면서 권익 확보를 위한 노조가 결성된다. 1925년 평양에서 105명의 면옥 노동자가 참여한 최초의 면옥노동조합이 결성되어 그해 임금인상 등을 위한 파업을 시작했다. 지은이는 이들의 요구조건, 투쟁 과정과 결말은 물론 다른 지방의 노조 활동까지 촘촘하게 추적해냈다. 가히 냉면의 사회학이라 할 만하다.
지은이는 방대한 한문 텍스트를 뒤져내 독특하면서도 굵직한 저작을 내온 한문학자. 자칭 ‘냉면주의자’인 그가 어느 날 문득 이런저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파고든, 거창하지 않되 맛깔난 ‘냉면 책’이다. 냉면을 맛있게 먹기 위해 혹은 만들기 위해 필요한 책은 아닐지라도 냉면을 즐기는 데 도움이 될 이야기가 풍성하다.
신라 진흥왕이 어느 여름날 북부 국경 지대로 순찰을 나갔다. 무더위에 가지고 갔던 궁중 음식이 모두 상해 먹을 수가 없게 되었다. 이에 신하들이 산속에 사는 화전민의 음식인 메밀국수에 얼음 두어 개를 띄워 진흥왕에게 올렸다. 이것이 냉면의 시초라는 이야기다.
고려시대에 만두를 먹었다는 기록은 몇 있지만, 국수를 먹었다는 기록은 아주 드물다. 앞서 말한 송의 사신 서긍 이후 고려 말 이색에게 와서 비로소 국수를 먹었다는 말이 보인다. 그는〈점심[午飧]〉이라는 시에서 “흰 국수는 향기로운 국물에서 매끄러운데, 쇠한 창자에는 냉기가 서렸구나”라고 했다. 흰 국수가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알수 없으나, 점심으로 ‘차가운’ 국수를 먹은 것은 분명하다.
15세기 조리서에서 국수를 만드는 재료는 밀가루가 압도적이었다.…메밀가루는 밀가루가 대체할 수 있었고(육면, 만이창면), 메밀은 기장이 대체할 수 있었다(진주면)…만드는 방법은 칼국수 방식, 곧 절면법切麵法이 일반적이다.…적어도《 산가요록》이 쓰인 1450년까지는 국수틀을 이용해 국수를 길게 내려 뽑는 제면 방식은 없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강명관
부산대학교 한문학과 명예교수. 조선 중기 서울의 도시적 분위기에서 활동했던 여항인의 역사적 실체와 문학을 검토해 한문학의 지평을 넓혔으며, 방대한 한문학 텍스트에 근거한, 풍속사, 사회사, 음악사, 미술사를 포괄하는 다양한 저서들로 독자에게 다가가고 있다. 근래에는 조선시대 지식의 생산과 유통이 인간의 사유와 행위로 연결되어 어떤 인간형을 만들어 내는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은 책으로 《노비와 쇠고기》, 《이타와 시여》, 《가짜 남편 만들기》, 《조선 풍속사》(전 3권), 《열녀의 탄생》, 《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 《조선의 뒷골목 풍경》, 《허생의 섬, 연암의 아나키즘》, 《독서한담》, 《조선에 온 서양 물건들》, 《조선시대 책과 지식의 역사》, 《그림으로 읽는 조선 여성의 역사》, 《조선 후기 여항문학 연구》, 《공안파와 조선 후기 한문학》 등이 있다.
목차
머리말
[1] 냉면이란 무엇인가
[2] 냉면의 전사前史
신라의 냉면-진흥왕의 전설
고려의 냉면
《고려도경》의 국수|사원의 국수|이색의 도엽냉도
[3] 조선 전기의 국수
15세기의 국수 조리법, 《산가요록》의 국수
메밀로 만든 음식들|면법, 일곱 가지 종류의 국수 조리법|세면과 창면|국수 7종의 재료와 제조 방식|《산가요록》 국수의 전승
이문건이 먹었던 국수와 뜻밖의 ‘차가운 국수’
《묵재일기》의 국수|국수의 재료, 밀가루와 메밀가루|뜻밖의 차가운 국수
[4] 국수에서 일어난 변화와 국수틀의 출현
《음식디미방》 등 조리서에 나타난 국수의 변화
《음식디미방》 속 국수|《요록》과 《주방문》에 담긴 국수|세면과 창면, 차가운 국수의 탄생|〈자줏빛 장물에 말아낸 냉면〉
국수틀과 새로운 제면 방법
국수 만드는 방식의 변화|국수 재료, 메밀가루로 단일화되다|메밀국수는 국수틀에 눌러 뽑아야 맛이 좋다|국수틀은 이런 모양이었다|서울식 국수틀과 평양식 국수틀|국수틀, 출현하다|국수틀, 확산되다
[5] 냉면의 시작
평안도에서 시작된 동치밋국 냉면
메밀국수, 동치밋국에 들어가다|18세기 중반, 평안도에서 냉면은 유명했다
황윤석이 서울에서 먹었던 냉면
《이재난고》에 기록된 냉면|국수가게도 있었다|여름철에 냉면을 어떻게 먹을 수 있었을까
[6] 냉면의 확산
정약용의 냉면
‘눌러 뽑은 국수는 붉은 실이 차갑고’|‘눌러 뽑은 냉면에 배추김치 푸르네’
19세기 각 지방의 냉면
냉면, 전국으로|평안도, 냉면은 평안도 지방의 특미|함경도, 함경도 냉면도 동치밋국에 말아 먹는 메밀국수|강원도, 냉면이 널리 퍼져 팔리고 있더라|황해도, 평양 못지않게 냉면이 맛있는 지역|서울, 평안도와 황해도의 냉면이 흘러들어오다|남쪽 지방으로의 확산
국수틀의 보급
값비싼 기구도, 갖추기 어려운 도구도 아니었다|남쪽 지방에서 국수틀은 흔치 않은 도구
냉면의 상업화
냉면가게, 냉면 상업화의 방증|냉면장수, 시장에서 냉면을 팔다|국수의 건면화와 상품화
조리법의 변화
냉면, 경화세족 가문에 침투하다|고조리서에 담긴 조선시대 냉면 재료와 조리법
[7] 근대 이후, 냉면의 시대
근대와 외식업
외식업의 본격적 출현|근대 외식업은 19세기 음식점의 연장|냉면, 시정에서 가장 선호하던 음식 중 하나
냉면점의 성황
서울, 냉면의 대중화|평양과 평안도, 대표적인 냉면 지역|황해도, 평양냉면 못지않은 진미|함경도, 그럴듯한 냉면을 뽐내다|강원도, 막국수 지역이지만 냉면점도 있었다|전라도와 경상도, 냉면점이 극히 드물지만 없지는 않았다|해외 진출, 한국인 따라 냉면도 흩어져(러시아, 중국, 하와이)|민족의 음식 냉면
근대식 도구의 조력, 자전거와 전화 그리고 냉면기계
전화와 자전거의 도입|냉면기계의 발명
냉면에 일어난 변화
겨울냉면과 여름냉면|생치냉면과 가정냉면|가성소다와 아지노모도
냉면 식중독
중독의 양상과 원인|예방과 치료|식중독 사례
냉면값
냉면 가격, 물가와 재료값에 따라 오르락내리락|총독부, 가격과 양을 정하다
면옥 노동자와 면옥노동조합
면옥 노동자와 냉면배달부|면옥노동조합의 활동
[8] 8·15 해방 이후의 냉면
각지의 냉면점
해방 후 음식점의 폭발적 증가|서울의 냉면점|경기도, 강원도, 충청도의 냉면점|전라도, 제주도의 냉면점|경상도의 냉면점
냉면기계 판매
냉면기계 제작·판매 광고의 등장|서울의 냉면기계 제작소
냉면 식중독과 단속
냉면의 분화
끝맺음
후기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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