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브로워르 선장의 루트 개척 덕분에 지난 30년 동안 암스테르담에서 출발하는 모든 동인도선은 새로운 항로로 다녔다. 빠르고 안전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새로운 항로를 ‘노호(怒號)하는 40도선(Roaring Forties)’이라고 불렀다.
브로워르 선장이 못 이룬 꿈을 타스만이 이루어냈지만 그는 단지 거인의 어깨 위에서 한 발자국 더 내디딘 것에 불과하다. 나의 평가가 너무 인색한가. 그럴 수밖에. 브로워르 선장의 항로 개척에 참여했던 나로서는 우리의 업적이 훨씬 더 위대하다고 여기니까._「미지의 항해」
랭글러 박사에 의하면 진화 자체도 하나의 프로그램이다. 진화는 그동안 개별 생물체가 인식하지 못할 정도의 속도로 천천히 진행해왔지만 점점 가속적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생물체의 한계를 뛰어넘는 가속의 단계가 오게 되어 있다. 진화의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는 것이다. 그때는 인간의 속도로는 진화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한다. 우주가 진화하기 위해 지능이 필요했고, 그 지능을 선택받은 것이 호모 사피엔스였으나 이제 호모 사피엔스도 그 바통을 넘겨주어야 할 때가 왔다. 호모 사피엔스가 스스로 종의 변화를 기하지 않으면 진화의 과정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글쎄요, 인간보다 더 똑똑한 존재가 있을까요. 진화가 지능을 선택했다면 앞으로도 진화를 담당하는 것은 인간밖에 없지 않을까요. 구 박사가 반문하자, 우주는 자신보다 더 똑똑한 지능을 창조하는 쪽으로 나아간다고 랭글러 박사는 답했다._「고스트 테스트」
그러나 아빠는 인류가 완전히 파멸해버린다는 비관적 전망에 동의하지 않는단다. 늘 그랬듯 인간은 이번에도 해법을 찾아낼 것이라 믿는다. 희생은 따를지언정 종말은 없을 것이라고 보지. 왜냐면 이대로 멸종해버리면 인간이 성취한 과학이라는 도구가 너무나 초라해지기 때문이다. 과학은 우주의 언어란다. 아빠는 우주가 과학이라는 언어를 통해 인간을 다시 인도할 것이라고 본다. 외계문명을 끌어들여 지구에게 도움을 손길을 내미는 것도 한 가지 예라고 본다. 그러니 절망하지 말기 바란다._「인류 비행에 관한 몇 개의 보고서」
작가 소개
지은이 : 황인규
2004년 영남일보·구미문예대전 대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디고』, 『사라진 그림자』, 『마지막 항해』, 『책사냥』, 장편르포 『신발산업의 젊은 사자들』 등을 썼다. 2002년 CJ문학상, 2019년 해양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