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무녀들이 집단 거주하는 마을 ‘무곡리’를 배경으로, 무속신앙은 물론 명리학과 풍수지리까지 아우르는 민속학 세계관의 정수를 담아낸 작품이다. 태곳적 수맥이 어긋나 음양의 균형이 무너진 무곡리에서 강한 양기의 소년이 태어나고, 무녀들은 음기를 탐하는 귀신들로부터 그를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한다. 마을을 뒤흔드는 정월 참사와 연쇄살인 사건, 봉인된 악신의 부활 징후가 겹치는 가운데, 떠돌이 학자가 이성과 논리를 무기로 무녀촌의 미궁에 뛰어든다. 주술과 추리, 신앙과 회의, 운명과 이성이 충돌하는 이 작품은 본격 미스터리의 장르적 관습에 도전하며,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새로운 서사의 지평을 열어 보인다.『“자질만으로 걸물이 탄생한다면 세상은 군자로 넘쳐날 것이다. 무당이 무엇이더냐. 자기 속이 타들어 갈 것처럼 쓰라려도 힘든 이를 웃겨주고, 더없이 즐거워도 슬픈 이의 손을 잡고 울어주는 것이다. 귀신이 진저리나게 무서워도 외로운 넋이 보이면 함께 놀아주는 것이다. 사람의 얼굴을 하고 신의 가면을 쓰다가도, 때로는 신의 얼굴에다 사람의 가면을 덧씌우면서 산 자와 죽은 자를 돌보는 것이 무당이다. 춘하추동 담백해도 모자란 운명인데 진심은 없고 사심만 있는 사람이 어찌 무당이 될 수 있겠냐.”』
『돌이켜 보니 이상했다. 소랑정에 오고 나서 벌레 울음소리 한 번 듣지 못했다. 손전등을 돌려보아도 산짐승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산의 모든 것이 숨죽인 듯 지나치게 고요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무녀들의 내외가 따로 노는 듯한 불협화음이 엿보였다. 굿을 풀어내는 방식이 어지럽다 못해 난폭한 구석이 있었다. 망자를 추모하는 씻김굿이므로 뿌리부터 잔가지까지 청결해야 하는데 그 기저에는 매콤한 양념이 배어있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고태라
2023년 계간 미스터리 봄호 신인상 「설곡야담」으로 데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