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한국 빌라를 배경으로 삶과 건축,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간극을 성찰하는 자전적 프로젝트. 추상적인 건축 개념과 구체적 일상의 충돌, 서구적 관념과 한국적 정서 사이에서의 고민을 담았으며, 미완의 ‘타워’를 통해 건축가로서의 정체성과 실천의 가능성을 탐색한다.하나의 작업을 진행하면서 다른 아이디어가 떠오른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가슴 뛰는 흥분 속에 당장 해야 할 일마저 손에 잡히지 않는 그런 순간 말이다. 생각이 곁가지를 치며 뻗어나가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러나 그 생각을 머릿속에서 끄집어내 마무리 짓기까지는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실체화하는 것은 결국 시간인 셈이다.
두 번째 갈등은 건축가로서의 정체성이었다. ‘빌라 로톤다’와 ‘한국 빌라’라는 두 세계, 즉 이론과 실천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인으로서 서구 건축을 학습한 나의 이중적 정체성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물론 이런 정체성 갈등이 모든 이에게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닐 터이다. 한국에서 자라고, 한국에서 건축을 배우며, 한국에서 실무를 경험한, 소위 ‘뼛속까지 한국인’인 내가 겪는 이 정체성의 갈등을 과연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처럼 동일한 단어가 문화적 맥락에 따라 전혀 다른 대상을 가리킬 때, 그 양의성을 시각적 언어로 드러낼 수는 없을까? 빌라라는 공통된 단어를 매개로 완전히 다른 두 세계를 버무린다면, 어떤 결과를 낳게 될까?
작가 소개
지은이 : 권태훈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2006년 김태수 건축장학제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으며 다수의 건축설계 사무실에서 실무 경력을 쌓았다. 2014년 독립해 대한민국에 지어진 일상 속 건물들을 건축 도면 형식의 드로잉으로 옮기고 분석하는 ’드로잉 리서치‘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그 첫 결과물로 건축사진가 황효철과 함께 펴낸 『파사드 서울』(아키트윈스, 2017)이 있고, 『빌라 샷시』(드로잉 리서치, 2020)에 이어 『타워 빌라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파사드 서울』과 『빌라 샷시』는 2016년과 2019년, 서울문화재단의 예술연구서적 지원사업에 당선되었다.
목차
프롤로그: 연대기적 타워, 자전적 프로젝트
그 빌라와 이 빌라
우아한 시체
세 개의 파스티치오
창의적이고 영감을 주는 병치: 존 소안 경의 박물관
부디 건축적 심각함에 삶 전체가 매몰되지 않기를
푼크툼
50 로그
: 시작/ 콜라주가 아닌/ 명령어: 미러/ 제거된 문화적 의미/ 대칭형 평면/ 중앙 집중형 평면/ 입면에서 평면으로/ 진부한 구조체/ 팔라디안 파스티치오/ 허름하지만 성스러운/ 계단 없는 계단실/ 타워 빌라/ 연대기적 타워/ 고리타분하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무엇이 동네 빌라의 가치를 만드는가/ 취향 벽지/ 기하학적 평면/ 몽유도원도와 그리스 오더/ 몰딩, 샹들리에, 벽기둥, 아치/ 한 단어, 한 문장, 한 문단/ 불법 확장/ 슬래브집/ 디즈니랜드/ 슬래브 없는 슬래브집/ 원본과 변형/ 코리안 팔라디아니즘/ 무례한 디테일/ 루프탑과 옥탑방/ 검박한 장식들/ 스물여덟 장의 A4/ 장식 타워/ 의기소침한 도면/ 나선과 첨탑/ 집요함은 집착으로/ 빌라 로톤다의 귀환/ ‘서울, 기록의 감각’ 전/ 일관성이라는 감옥/ 우아한 시체/ 라멘과 포셰/ 검은 피부 하얀 가면/ 타워의 상층부/ 자전적 렌더링/ 일 레덴토레/ 도제의 궁전/ 양식의 혼종/ 흐릿해져가는 맥락/ 재해석을 재고한다/ 화해 불가라는 차이점들/ 끊어진 연대기성/ 미완성의 타워 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