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最古)의 미스터리 공모전인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이 어느덧 8회째를 맞았다. 『순결한 탐정 김재건과 춤추는 꼭두각시』로 색다른 가능성을 보여준 작가 박하루를 시작으로, 흡입력 있는 구성과 캐릭터를 바탕으로 몰입도 높은 스토리텔링을 선보인 이소민의 『영원의 밤』, 간결한 문장과 빠른 전개로 숨 가쁘게 책장을 넘기게 하는 정은수의 『다른 남자』, 한국식 누아르를 소설로 완벽하게 옮겨온 레이먼드 조의 『마지막 소년』, 소설가 장강명으로부터 “대단한 내공의 소설가”라는 평을 받으며 이름을 알린 최들판의 『7분: 죽음의 시간』을 세상에 내보이며 한국 미스터리의 새로운 동력이 될 작가들을 꾸준히 발굴해왔다. 공모작을 장편이나 단편으로 한정 짓는 보통의 공모전과 달리,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은 단편 작품 발굴에도 매번 힘을 쏟아왔다. 제3회 단편부문 수상자인 김묘원의 『고양이의 제단』과 제4회 수상자인 현찬양의 『잠 못 드는 밤의 궁궐 기담』은, 중학교와 조선 초기 궁궐이라는 독특하고 한국적인 소재를 미스터리에 녹여내며 장르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렇듯 한국 미스터리 장르의 역사를 꾸준히 일구어온 ‘엘릭시르 미스터 대상’이 올해부터 새로운 발걸음을 뗀다. 미스터리 전문 잡지 《미스테리아》에서만 만나볼 수 있었던 단편부문 대상작과, 역량이 충분하지만 아쉽게 대상으로 선정되지 못한 후보작을 한 권으로 엮어 선보이게 된 것이다. “압력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이야기에 즐겁게 걸려 넘어지”(심사평, 김효선 MD)는 독서 경험을 선사할 대상작, 고수고수의 「거짓말쟁이의 고리」와 함께 후보에 오른 강연서의 「탈태」, 교묘의 「승은만은 원치 않소」, 김지윤의 「설원해담」, 송수예의 「조선 영아 발목 절단 사건」, 다채로운 다섯 편의 소설을 통해 한국 미스터리의 현재를 즐겁게 만끽하시길 바란다.이런 퍼즐 문제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진실 마을과 거짓 마을이 있다. 진실 마을 사람들은 반드시 진실만 말하고, 거짓 마을 사람들은 반드시 거짓만 말한다. 한 사람이 ‘우리 둘은 모두 거짓말쟁이고 이 마을은 진실 마을이다’라고 하자 옆 사람이 ‘그 말은 진실이다’라고 말했다. 이 마을은 진실 마을인가?그런데 진실만을, 혹은 거짓만을 말하는 마을이라는 점에서 우스꽝스럽게 느껴지던 이 퍼즐 문제의 배경이 고리 안에서는 현실이 되었다. 실험을 하던 과학자들은 이 구역에 들어가면 반드시 진실만을 말하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경악했다. 거짓을 말하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입이 제멋대로 움직여 진실을 말했다. 뇌과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이 주축이 되어 어떤 매커니즘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내려고 애썼지만 소용없었다. 다만 진실만을 말하게 된다는 것만큼은 확실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런 구역을 ‘진실의 고리’라고 부르게 되었을 뿐이다.-고수고수, 「거짓말쟁이의 고리」 중에서
“아, 생각이 났는데 예전에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이름의 신을 섬기는 어떤 종교단체가 있다고.”“무슨 단체요?”나는 어쩐지 입을 열 때마다 점점 멍청해지는 기분을 느꼈지만,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그녀의 답변을 재촉했다. “아주 오래전에, 티베트 불교의 사원에서 수도승이 될 수 없었던 여승들이 기독교로 개종하면서 자신들만의 종교를 세웠다고 들었어요. 그들은 차별적인 자신들의 옛 종교에 적대감을 가지고 돌아섰지만, 기독교도 딱히 다르지 않았죠. 그래서 특정 교리만 받아들였다고 들었어요.”여기까지 말하고 그녀는 작게 숨을 쉬었다.“그래서 그들은 바할데를 숭배한다고 들었어요. 그러나 그게 뭔지는 몰라요.”-강연서, 「탈태」 중에서
“죽으면 죽겠지요, 살면 살겠고요. 너무 걱정 마시어요.”오악이는 담담하게 말했다.늘 죽는 게 이상하지 않을 운명이었음에도 계속하여 살아남은 자만이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축시가 되자, 오악이는 발가벗겨져 큰 수건 한 장만을 두른 채 왕의 침소에 누웠다.알몸으로 비단이불에 누워 있자니 퍽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왕의 얼굴을 보지 못하도록 불빛 하나 들어오지 않게 한 어둠 속이라 벗은 몸도 수치심 어린 마음도 감출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지금, 오악이는 죽음을 앞두고 있었다. 다만 바라는 것은, 자신의 죽음이 십이 년간 자신을 궁에서 몰래 키워온 궁녀들의 떼죽음으로 번지지 않길 바랄 뿐이었다.-교묘, 「승은만은 원치 않소」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고수고수
특수설정 미스터리와 클로즈드 서클을 매우 좋아한다. 『추리소설 속 피해자가 되어버렸다』를 썼다.
지은이 : 강연서
장르 문학을 연구하고 읽고 쓴다. 숙명여자대학교에서 한국어문학과 영어영문학을, 서울대학교에서 비교문학을 공부했다.
지은이 : 교묘
웹툰 회사에 7년째 재직중이다. 영화 시나리오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다큐멘터리로 대상을 포함해, 공모전에서 다섯 차례 수상했다.
지은이 : 김지윤
미스터리 애호가. 계간 미스터리에서 주최한 미스터리 장르 초단편소설 공모에서 「만 오천팔백 원의 신간은 환불당한다」로 입상했다.
지은이 : 송수예
「조선 영아 발목 절단 사건」이 제8회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 단편부문에 입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