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문자에 물질성을 만들고 문학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시인 김뉘연의 세번째 시집 『이것을 아주 분명하게』가 문학과지성 시인선 619번으로 출간되었다. 텍스트를 질료 삼아 시를 제3의 대안적 공간으로 만드는 그의 여정은 『이것을 아주 분명하게』에서도 이어진다. 총 61편의 시로 묶인 이번 시집은 별도의 부로 나누지 않고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었을 때 하나의 텍스트처럼 보이도록 구성했다. 각각의 시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결과물을 완성하기 위한 61가지 레이어로 층층이 쌓여 있다.이 시집은 전작처럼 시각적 요소를 다채롭게 활용하기보다 문자 자체의 ‘나’와 ‘너’가 곧 ‘우리’가 되는 상징성에 주목한다. 비슷한 듯 다른 말들이 씌어지고, 중첩되고, 연쇄되고, 반복되며 결국 “아주 분명하게” 목적지에 도달하는 시인 김뉘연의 “이것”으로 가득 찬 세계. 페이지를 열면 처음 등장하는 시의 제목 「여기서는 이렇게 끝나는데 그는 다른 곳에서 계속되었다」가 암시하듯 또 하나의 예술적 실험이 문을 연다.울음이 흘러넘친다. 그런 것도 이유가 된다.네가 울고 내가 웃어도 된다. 그렇게도 만난다.흘러흘러필요를 벗어난다.―「바깥에서 동시에」 부분
오늘은 보낼 수 있는 날이 되고 있고. 지나가고 있고.이곳이 현재형이라는 사실이 우리를 일으켜 세운다. 언제나라고 썼었다.―「조력자에게」 부분
이가 하나 비어 있다. 거기로 글자가 샌다. 그러니까 문장을 말하는데 글자가 하나씩 빠진 채. 문장이 문이 되고. 글자가 글이 되고. 빈 공간을 채우지 않고 있다. 어릴 적에 생긴 것을 어른이 가지고 있으면 안 된다.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좋다. 사실이어서 좋은 건 아니니까. 채워 넣어야 한다고 했고 그러지 않았다. 빈 시간이 이렇게 길어질 줄은. 덕분에 글자를 흘림. 자장. ―「부분적으로 망가진다」 부분
작가 소개
지은이 : 김뉘연
2020년 『모눈 지우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모눈 지우개』 『문서 없는 제목』 『제3작품집』, 소설 『부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