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바람그림책 165권. 학교 수업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 교실 문틈에 떨어져 있는 반지를 보았다. 아침에 미라가 이모가 사 줬다고 자랑한 유리 반지였다. 순간 나는 갖고 싶단 마음이 불쑥 들었다. 아무도 안 보는 걸 확인하고, 조심스레 무릎을 굽히고 앉아 슬쩍 반지를 주어 주머니에 넣었다. 길을 걸어가는데 가슴이 쿵쿵 뛰었다. 누가 알고 말을 걸까 봐 무서웠다. 거리에서는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게 꼭 나를 두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그날 밤엔 무서운 꿈도 꾸었다. 이러다 아플 것만 같았다. 나는 어떡해야 할까? <훔치다>는 친구의 물건인 걸 알면서도 갖고 싶은 욕심에 몰래 챙겼다가, 죄책감에 빠지는 아이의 심정을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출판사 리뷰
<훔치다>는 제 경험을 토대로 쓴 참회록 같은 글이에요.
저의 처음이자 마지막 도둑질이었답니다.
그때 제가 느꼈던 '양심의 무게'가 두고두고 제게 방향타 역할을 해 주었지요.
- 윤여림 작가 -
● 나의 행동을 늘 지켜보는, 내 안의 양심!다른 사람의 눈과 귀는 때때로 나의 생각과 행동을 엉뚱한 방향으로 이끕니다. 흔히 눈치를 본다고 하지요. 이런 모습이 심할 경우 나의 자존감은 크게 떨어집니다.
하지만 ‘눈치’를 살피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나의 생각이나 행동이 잘못되었을 때, 우리는 나도 모르게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됩니다. 다른 사람의 눈과 귀가 나의 나쁜 행동을 방지해 주기도 하지요.
<훔치다>의 주인공은 수업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문틈에 낀 친구의 반지를 보았습니다. 주인공 말고는 아무도 보는 이가 없었지요. 만약 누군가 함께 보았거나, 주인공이 반지를 줍는 모습을 보는 친구가 있으면 어땠을까요? 아마도 주인공은 그 자리에서 친구를 향해 “여기 반지가 떨어져 있어!” 하고 크게 소리쳤을 것입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주인공을 보는 친구가 없었어요. 주인공은 나쁜 욕심이 불쑥 들었고, 반지를 몰래 숨겼습니다. 그런데, 반지를 갖게 된 주인공은 행복하지 않았지요. 오히려 불안감과 걱정만 커졌습니다.
<훔치다>는 어느 날 뜻하지 않게 반지를 훔친 아이의 모습을 통해 독자에게 이야기합니다. 나의 생각과 행동을 늘 지켜보는 내 안의 양심이 있다고요. 그렇기에 우리는 다른 사람의 눈과 귀를 의식하기 이전에, 스스로에게 떳떳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 주인공의 불안한 마음을 재미있게 표현한, 다의어와 동음이의어<훔치다>에서 주인공은 친구의 반지를 몰래 주운 뒤, 스스로 잘못된 행동임을 알기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참 재밌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꿀떡이 꿀떡>, <항아리 산 너머 훌쩍 넘어>, <이 상한 도서관장의 이상한 도서관> 등 우리말을 활용한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 구성한 윤여림 작가가 ‘훔치다’는 다의어와 동음이의어를 활용해서 주인공의 심리를 나타냈지요.
주인공이 거리를 지나갈 때 ‘마음을 훔치다’, ‘야구 선수가 베이스를 훔치다’, ‘더러운 유리창을 훔치다’ 등등 다양한 뜻을 가진 ‘훔치다’를 사람들이 말합니다. 그때마다 주인공은 깜짝깜짝 놀라지요. 아무도 주인공의 주머니에 반지가 들어있는 걸 모르지만, 주인공은 불안하고 불편합니다. 겨우 집에 돌아왔는데, 사정을 모르는 엄마가 주인공을 붙잡고 말합니다. “왜 그렇게 땀을 훔치니?” 하고요.
주인공의 심리를 이해하고 있는 독자들은 스스로 혼쭐 나는 주인공의 모습에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훔치다’는 여러 표현을 통해 자연스레 다의어와 동음이의어의 개념을 이해하게 되지요. 독자는 <훔치다>를 통해 이야기에 공감하고, 낱말의 뜻과 표현의 다양성을 이해하며 어휘력을 키울 것입니다.
* 다의어: 두 가지 이상의 뜻을 가진 단어
* 동음이의어: 소리는 같으나 뜻이 다른 단어
● 아이들의 마음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그림<훔치다>의 앞면지를 보면 학교에 등교하는 아이들마다 물건에 노란색이 칠해져 있습니다. 누구는 모자, 누구는 책가방, 안경, 신발, 머리핀 등 다양하지요. 이것은 김고은 작가가 아이마다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물건들을 색깔로 표현한 것으로, 우리는 누구나 가치 있게 여기는 물건이 있고, 그것은 서로 다 다르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깟 반지쯤이야 하고 나는 하찮게 여길지라도, 상대방에겐 너무나 아끼는 소중한 물건일 수 있다는 뜻이지요. 그렇기에 남의 물건은 내가 함부로 가치를 매겨서 욕심내거나, 몰래 갖거나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본문에서는 반지를 훔친 뒤 심리적 압박을 느끼는 아이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나타냅니다. 쿵쿵쿵 점차 움츠러들다가 머리가 사라지는 주인공의 모습, 반지가 든 주머니에서 절대로 손을 빼지 않는 모습, 집에 와 어두운 색깔의 커튼을 치고 웅크린 모습, 거대해진 반지에 묻은 선명한 지문과 그것을 닦아내려고 애쓰는 모습, 주인공의 두 팔이 반지에 빠지는 모습 등 굳이 글로 설명하지 않아도 주인공의 마음이 어떤지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야기가 끝나는 뒷면지에는 사물에 색이 들어간 앞면지와 달리 아이들의 얼굴에 색이 들어가고, 그 색들이 서로서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내 마음이 당당하고 가치 있을 때, 상대와 어우러지고 환경이 눈에 밝게 들어오며 행복해짐을 색으로써 표현하고 있습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윤여림
처음 ‘양심’을 느꼈던 순간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썼습니다. “친구야, 솔직하게 사과하지 못해 미안해. 널 생각하며 양심에 따라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지금까지 쓴 책으로 <상자 세상>, <콩가면 선생님> 시리즈, <말놀이 그림책> 시리즈, <맑음이와 여우 할머니>, <수달 씨, 작가 되다>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