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역사적 사건은 빛과 그림자의 복합체다. 명암을 아울러 봐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폭군을 축출하고 새로운 시대를 연 극적인 순간을 서로 다른 관점에서 들여다본다. 1506년 9월 1일부터 3일까지 중종반정을 여러 사람의 시선에서 재구성했다.연산군은 광기에 사로잡혀 대소 신료와 만백성을 겁박했다. 그가 입버릇처럼 외던 말이‘ 능상지풍(凌上之風)’, 위를 능멸하는 풍습이었다. 그것을 ‘혁거(革去)’, 고쳐 없애는 것이야말로 지상과제라고 믿었다. 감히 신하가 임금을 업신여기는 못된 풍습을 엄히 다스려 뿌리뽑겠다는 것이다. 이는 선전포고였다. 임금에게 무조건 복종하라는 것이었다. 토를 달면 죽여버리겠다는 것이었다. 본보기로 신하들이 간언한 기록을 샅샅이 뒤져 지난날 왕에게 바른말이나 쓴소리한 자들을 추렸다. 날이면 날마다 처참한 국문이 이어졌다. 주리를 틀고, 인두로 지지고, 압슬을 가하며 능상의 경위를 추궁했다.
변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왕은 불만 세력을 선제적으로 색출했다. 1504년에 어머니 폐비 윤씨 사사를 빌미로 처형한 대신들이 떠올랐다. 죄인과 직계가족은 다 죽였지만 친인척들이 꺼림칙했다. 혈족과 처족을 마구 잡아들여 죽을 때까지 고문했다. 바른말을 하다가 멀리 귀양 간 관리들은 감찰관을 파견해 닦달하고 의심스러우면 처형했다.인심은 묘한 것이다. 폭군이 잔인무도하게 나올수록 모반의 기운은 더욱 무르익었다.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무시무시한 왕인 줄 알았는데 가만 보니 정변이 일어날까 두려워 광기에 휩싸인 나약한 군주였다.
집에 돌아온 박원종은 마당에서 활을 쏘며 허전한 마음을 달랬다. 이때 청지기가 달려와 급보를 전했다. 전라병영 종사관으로 있는 박원종의 옛 부하가 보낸 것이다. 놀랍게도 호남으로 귀양 갔던 이과, 유빈, 김준손 등이 현지의 수령 및 장수들과 함께 거병한다는 소식이었다. 그들은 서울로 진격하기에 앞서 격문을 지어 팔도에 돌렸다.“주상의 죄가 하나라 걸왕과 은나라 주왕보다 심하니, 백성들의 죽을 고생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왕조가 바뀌는 화가 생길까 두렵다. 이에 진성대군을 추대하여 의병을 일으키려 하니,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은 9월 보름까지 서울에 모여 위태로운 종묘사직을 구하라.”사태는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박원종은 결단해야 할 때가 왔음을 직감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권경률
작가·칼럼니스트. 서강대학교에서 역사학을 공부했다. 《가요로 읽는 한국사》(2025), 《사랑은 어떻게 역사를 움직이는가》(2023), 《모함의 나라》(2022), 《시작은 모두 사랑이었다》(2019), 《조선을 새롭게 하라》(2017), 《조선을 만든 위험한 말들》(2015), 《드라마 읽어주는 남자》(2011)를 썼다. 《월간중앙》에 〈사랑으로 재해석한 한국사〉(2020~2022)에 이어 현재 〈노래하는 한국사〉(2022~)를 매달 연재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정책자문위원과 경기게임문화센터 워킹그룹 전문가로 활동했으며, 고용보험 적용 e-러닝 ‘불패의 전략, 명량·한산·노량 그리고 이순신’ 등을 강의했다. 인생의 정답이 아니라 좋은 질문을 구하기 위해 역사를 읽고 생각하고 쓰고 있으며,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역사채널 권경률’을 열어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