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밤에 자려고 침대에 누울 때마다 두건을 뒤집어쓴 귀신들을 보는 남자, 기억을 잃어가는 탓에 자신의 남편과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고 믿기 시작한 여자, 자기 손발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자꾸 실수를 하는 여자……. 뇌질환으로 자아의 일부를 잃어버려 한순간에 딴사람이 된 환자들로부터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인간의 뇌는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존재이다. 그리고 뇌는 자아와 정체성의 문제에서 가장 핵심에 자리하기도 한다. 우리를 우리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탐구하는 옥스퍼드 대학교의 저명한 신경학자 마수드 후사인은 이 책에서 정체성의 본질과 자아의 다양한 측면을 신경과학적으로 탐구하는 여정에 독자를 초대한다.저자는 우리의 뇌가 우리를 만든다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면서, 자아가 신체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환자 7명의 강렬한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개인 정체성과 사회 정체성이 모자이크처럼 얽혀서 우리의 자아가 구성되며, 이 정체성은 아주 작은 인지 기능 장애로도 쉽게 무너질 수 있을 만큼 연약하다는 점을 흥미진진하게 설명한다.무엇보다도 우리가 본능적으로 느끼는 집단 소속감에 대한 예리한 성찰이 돋보인다. 뇌질환 환자들은 집단에서 용인되지 않는 행동을 하게 되면서 각자 속했던 집단으로부터 배제되어 아웃사이더가 되고 말았다. 환자들의 질환과 증상, 그리고 그 원인과 치유 과정을 전문적인 식견으로 전달하는 동시에 저자 본인의 내밀한 과거 이야기와 철학, 그리고 인간에 대한 애정을 담아낸 이 책은 자아와 뇌의 연결 고리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해줄 기회를 전달할 것이다.

누구나 몸에 영향을 미치는 병에 걸릴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뇌에 영향을 미치는 장애를 가장 두려워한다. 왜 그럴까? 신경계 질환이 우리를 아주 딴사람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의미 지식이 뇌에서 정확히 어떻게 표상되든 간에 이 표상의 주요 부분이 왼쪽 관자엽의 끝에 들어 있다는 데에 오늘날 이 분야 연구자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이 의미 저장소는 다감각적이다. 시각, 청각, 촉각, 심지어 관련이 있다면 그 항목의 후각과 미각 정보까지 저장한다. 따라서 의미 치매 환자가 “열쇠”라는 단어의 이해 능력을 잃기 시작하면, 열쇠와 관련된 모든 속성들―재료, 크기와 모양, 무게와 느낌, 열쇠 뭉치가 짤랑거리는 소리―뿐 아니라 열쇠가 무엇인지,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어떻게 쓰이는지를 판단하는 쪽으로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마수드 후사인
옥스퍼드 대학교 신경학 및 인지신경과학 교수이자 옥스퍼드 대학교 뉴 칼리지의 교수이다. 건강한 사람과 뇌질환 환자 모두의 인지 기능을 이해하기 위해서 신경과학, 뇌 영상, 심리학을 넘나들며 연구하고 있다. 1878년에 처음 간행된, 전 세계 신경학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학술지인 「브레인(Brain)」의 편집장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