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이별과 회한 속에서도 삶은 흐르고,
지나온 모든 순간이 우리를 단단하게 만든다.
평범한 순간이 쌓여 인생이 되고, 시간이 흘러도 그리움은 남는다
삶과 이별, 그리고 추억을 되새기는 홍창화 작가의 단편소설 7선
이 책은 잔잔한 추억의 불빛으로 비춰보는 삶의 의미와 소중함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린 날의 기억부터 이민생활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회한까지, 작가는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평범한 우리의 삶을 그려낸다.
일상의 작은 불빛 하나에도 저마다의 삶이 있듯, 우리의 인생 역시 저마다의 의미를 가지고 빛난다. 오래전 서로 다른 길로 떠난 이들이 우연히 다시 마주하며 잊고 지냈던 기억과 감정을 조용히 되살린다.
특별한 인생만이 가치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화려하지 않아도, 크지 않아도, 늘 같은 자리에서 지켜봐 주는 불빛처럼 평범한 삶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일상의 흔한 장면 속에서 빛나는 작은 기쁨과 아련한 그리움을 통해 인생이라는 긴 여정의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
인생의 갈림길마다 느껴지는 아쉬움과 사랑, 그리고 포근한 가족애가 담긴,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이다.
내가 애기 얘기를 묻자 자세를 고쳐 앉으며 말했다
“그럼. 다음다음 주에 벌써 백일이야. 거 참 진짜 이쁘더라. 손자 손녀를 보면 다 바보가 된다더니 나도 그렇게 되더라. 세영이가 너한테 또 아기 보여 주러 한번 오겠다고 하더라.”
“그래. 지난주에 다녀갔어. 그런데 나도 또 보고 싶다. 세영이는 애기 때부터 내 며느리라고 찍었었잖아. 그래서 그런지 애기가 하나도 낯설지 않더라. 애기도 나를 보면 벙긋벙긋 웃어.”
“그런데 애기를 안아보지도 않았다며?”
“안아보고 싶었지. 흐음. 안아보고 싶었지. 그런데 내 호흡이나 손길이 아기한테 안 좋을 것 같았어.”
경수가 쿡 웃었다.
“암은 전염되는 게 아니잖아. 다음에는 안아보고 싶으면 꼭 안아봐.”
“그래. 손가락은 꼭 쥐고 발을 내치는 게 참 너무 이뻤어.”
잠시 말이 멈추었다.
“우리 아기도 이쁠 텐데….”
아내가 내 얼굴을 살폈다. 안쓰럽다는 듯이 내 손을 잡아 쓸어내렸다.
경수가 용기를 냈다는 듯이 물었다.
“그나저나… 준우는 안 오는 거야?”
“금방 온대요. 유럽에서 필름 축제가 있는데 그거 끝나면 온다고 했어요.”
아내가 끼어들면서 대답했다. 아내는 다음 말을 찾는 듯했고 나는 먹다 남긴 커피 잔을 들었다. 경수가 내친 김이라는 듯이 말했다.
다음날은 햇살이 환히 비추고 있는 전형적인 봄 날씨였다. 병원에 도착하니 이미 퇴원절차를 마치고 모두들 커피를 마시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버지는 소파에 길게 앉아 무심히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다가 나를 보자 일어나 고쳐 앉으며 반가워했다.
“좀 늦었네요.”
“아니다. 우리도 이제 막 끝났어. 때 맞춰 온 거다.”
어머니가 내게도 커피를 한 잔 내밀었다.
“아버지가 너하고 갈 데가 있다고 기다리셨다. 세수도 말끔히 하고.”
“예. 아버지 모시고 드라이브하듯이 잠깐 다녀올게요.”
“그래라. 산소가 뭐 그리 급하다고. 그냥 집으로 가셨으면 좋으련만….”
“얼마나 갑갑하셨겠어요. 휑하니 다녀올게요.”
“나는 희경이하고 갈테니 조심해라. 길도 익숙지 않을텐데….”
어머니는 왠지 마뜩잖다는 표정이었다. 아버지는 편하게 쉬시라는 뒷자릴 마다하고 조수석에 앉았다.
“일단 경춘가도로 나가야는데 알겠니?”
분위기가 좀 더 편해졌습니다.
“학교 다닐 때 친했어요. 같이 미술반도 하고 착하고 공부도 잘해서 인기가 좋았어요. 또 잘생기고.”
아가씨가 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웃었습니다.
“착하긴 하지. 승천이는 오늘 친구네 집에서 자고 온다고 했는데….”
할머니도 삼촌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 것 같았습니다.
“예. 그렇군요.”
아가씨가 약간 실망하는 것 같았습니다.
“오빠 장례식 때 승천이가 많이 도와줬다고 들었어요. 아버지가 많이 칭찬하셨어요.”
“뭘.”
“근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한 번도 못 봤어요. 저는 졸업하자마자 서울에 있는 아버지 친구 분 회사에 취직해서 가고 승천이는 예산농전에 입학했다고 들었어요.”
“음. 그랬지. 그나저나 서울에서 회사 다니는구먼.”
“예. 영등포에 있는 조그만 회사에요. 밤에는 학교도 다니고요.”
“학교?”
“예. 집에서 가까운 데에 신학교가 있어요. 거길 다녀요.”
“아이구. 잘했네. 잘했어.”
할머니가 아가씨의 손을 잡아 흔들다가 내려놓고는 어깨를 두드려 주었습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홍창화
1957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났다.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 후 공군 중위로 예편하였다.한국 외환은행, KEB 하나은행 캐나다 지점에서 근무하였다. 현재 캐나다 밴쿠버에서 거주하고 있다.
목차
불빛
Nights in white satin
그리움
재회
경국이 형님께
지평리에서
회상
인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