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그림책도시가 펴낸 열두 번째 원주역사그림책이다. 손곡 이달은 조선 중기에 활동한 당대 최고의 시인이다. 시에 빼어난 재능이 있었지만, 서얼이라는 신분 탓에 세상에 널리 쓰이지 못했다. 손곡은 세속을 벗어나 방랑하면서 오로지 시로 위안을 삼고 시로 자신을 성찰하고 표현했다.
인간의 감정과 솔직한 마음을 담은 당시(唐詩)에 매료되어 원주 부론면 손곡 마을에 머물며 다섯 해 동안 시 쓰기에 몰두했다. 특히 임진왜란 이후 전쟁과 가난, 이별과 죽음을 겪는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생생하게 그린 작품들이 이름났다. 허난설헌과 함께 손곡 선생에게 시를 배운 허균이 스승의 시편을 모아 손곡집을 편찬한 덕분에 그의 시가 더욱 널리 알려졌다.
출판사 리뷰
송시와 당시를 두루 섭렵한 시인,
손곡 이달의 시 세계를 그림책 장면으로 담아내다
집 가까이 푸른 시내에 외나무다리 있어
다리 끝 버드나무 여린 가지 간들거렸지
양지쪽에는 햇볕 따뜻이 들어 남은 눈도 녹았겠네
아마도 잔디 뜨락엔 작약 싹 자라고 있겠지
- 길을 가다 옛집을 생각하며, <손곡 이달 시선집> -
이 그림책은 마치 손곡 이달의 시 한 편을 고스란히 그림으로 살려낸 듯합니다. 김병하 작가는 손곡 이달의 시 수십 편을 읽고 작가의 마음속에 자연스레 떠오른 장면을 그림에 담았습니다. 시인의 집에 밥을 나르는 아이의 모습도 떠올렸지요. 독자는 다섯 해 동안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냇가집의 풍경과 함께 커가는 아이의 모습을 만나게 됩니다. 날마다 시인의 집을 오가며 시를 듣고, 시를 따라 읊고, 시를 외는 아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시인의 모습을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손곡 이달의 마음과 시 세계를 마주하게 됩니다.
”좋은 시는
들일하는 사람들 손에 있고,
하늘 나는 새 날갯짓에 있고,
먹이 찾는 족제비 눈빛에 있고,
석양에 튀어 오르는 물고기
등 비늘에 있지.”
손곡 이달은 조선 문장가들의 칭찬을 한 몸에 받으면서도 신분적 한계 탓에 뜻을 제대로 펼칠 수 없었습니다. 평생을 떠돌이 시인으로 방황하면서 발길 닿는 곳마다 멈추어 시를 썼습니다. 그는 인생을 관조하며 거리를 두고 조망하는 송나라 시풍에 능했지만, 그동안 배운 것을 모두 버리고 원주 부론면 손곡 마을에 머물며 새로이 시 공부를 했습니다. 그곳에서 이달은 한시의 최고 경지라고 일컬어지는 당나라 때의 시를 익혀 백성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눈으로 직접 보듯이 시에 담았습니다. 이후 자신이 머물던 마을의 이름으로 호를 삼았고, 후대 사람들은 이달이 공부하던 곳을 기리며 원주 부론면 손곡리에 그의 시비를 세웠습니다.
허난설헌과 허균의 스승, 손곡 이달
허균은 열네 살에 형의 친구인 손곡 이달을 처음 만나 그의 시에 매료되었고, 그를 스승으로 따랐습니다. 서얼을 홀대하는 현실 속에서 스승의 탁월한 재능을 참으로 안타까워했지요. 허균은 스승의 시가 천년을 넘어 후대에 이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흩어져 있던 이달의 시를 모아 <손곡집(蓀谷集)>을 펴냈습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병하
방정환 선생님 장편 동화 《칠칠단의 비밀》에 그림을 그린 이후 오랫동안 어린이책과 역사책, 그림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언제나 마음에 다가오는 이야기를 다듬어 그림책으로 만들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이 그림책은 이달 시인이 손곡 마을에 머물며 사람들 속에서 공부하고 시상을 떠올리고 새로운 시풍을 익히던 때의 이야기입니다. 날마다 시인의 집에 밥을 나르는 아이의 시선으로 시인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그림책 《고라니 텃밭》《우리 마을이 좋아》《미안해》를 쓰고 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