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현대정치의 중심에는 언제나 국가의 본질과 역할에 관한 논쟁이 있어왔다. 하지만 정작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은 어렵기로 정평이 나 있으며, 이 개념은 천차만별로 해석되어왔다. 저명한 국가이론가 밥 제솝은 이 책에서 국가의 개념과 현실에 대해 비판적 시각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그는 국가와 국가권력을 이해하는 다양한 관점을 명쾌하게 설명하고, 국가들의 세계를 올바로 조망하며, 국가와 더 넓은 사회 사이의 역동적인 관계를 심도 있게 분석한다. 이 책은 국가의 형성과정, 발전단계, 국가 스케일의 재편과 미래 전망, 국가와 정치질서의 위기, 국가 간 관계 등 국가 연구의 핵심 쟁점들을 포괄적으로 다룬다. 제솝은 헤게모니·강제력·통치·거버넌스 등 주요 개념들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정상국가’와 ‘예외국가’, ‘실패한 국가’나 ‘불량국가’의 의미를 날카롭게 분석하며, 예외가 정상이 되어버린 현실을 예리하게 짚어낸다.사회과학자들에게 문제는 국가의 신화를 해체하고 근본적으로 그 정체를 폭로하면서 국가가 실체적・통일적 개체로서 ‘언제나 이미’ 존재하는 것은 아님을 입증하는 것이다. 이는 국가요원들과 그 밖의 다른 이들이 실제로 존재하는 국가체계에 약간의 일시적이고 불안정한 통일성이나마 부여하려고 하고 다양한 행위의 장들에 있는 공식적 정책들 사이에 상대적인 일관성을 창조하려고 하는 노력들에 대해 연구할 수 있는 공간을 연다.그것은 또한 국가관념 그리고 그것이 정치 무대의 주인공들에 행사하는 물신주의적 지배력을 비판할 수 있는 공간을 열고, 그러한 비판을 촉구한다. 실로 ‘국가’라는 물화된 개념을 포기할 때에만 우리는 국가관념에 내재한 모든 지저분한 복잡성을 염두에 두면서도 국가체계에 대한 진지한 연구를 시작할 수 있고, 여러 다른 국가관념에 대해 진지한 비판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런 후에야 우리는 ‘국가관념’ 때문에 생기는 국가에 대한 오인을 뛰어넘어 국가를 있는 그대로, 그 자체로, 그것의 정치적・사회적 맥락 속에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장[3장]은 국가에 대한 전략관계적 접근법strategic-relational approach을 상세히 설명한다. 이 접근법SRA은 국가에서 국가권력이라는 주제로 초점을 옮기며, 국가는 사회적 관계라는 수수께끼 같은 주장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 주장은 겉보기에 순환논리적인 여섯 부분으로 이루어진 명제로 번역될 수 있으며, ‘국가’를 다음과 같은 용어로 생산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해준다. (1) 더 넓은 자연적・사회적 환경과 연결된 (2) 여러 기회와 제약이 다양하게 조합된 구체적 국면에서 (3) 정체・정치・정책의 형태・목적・내용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는 (4) 여러 세력의 변동하는 균형이 (5) 제도와 담론을 통해 매개된 응축(반영과 굴절)으로서 (6) 국가권력의 행사.
국가는 권력을 행사할 수 없다. 국가란 그 안팎에 있는 여러 다른 세력에 불평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권력의 중심들과 역량들의 앙상블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국가 그 자체가 아니다. 대신 (복수의) 권력들을 활성화시키는 것은 국가의 특정한 부분과 특정한 정세 속에 위치한 정치인들과 국가 공직자들의 변동하는 집단들이다. 이 ‘내부자들’은 국가권력의 행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행위자들이지만 언제나 특정 국가의 안팎에 걸쳐 있는 더 넓은 범위의 세력균형과의 관계 속에서 행동한다. 국가 그 자체는 고사하고 국가 관리자에 관해서만 말해보자면, 권력의 행사는 국가체계와 그것의 고유한 역량 너머로 확장되어 있는 복합적 사회관계들을 감춘다. 기능적인 근대국가에서 국가권력의 헌정화와 집중화는 구체적인 공직자와 기관에 공식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하고, 선거나 기타 토론장에서 정치적 행위자들을 문책하는 데 유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국가 내부와 그 너머에서 권력이 복잡하고도 [다른 것들을 통해] 매개되는 방식으로 순환한다는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기도 하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밥 제솝
영국 랭커스터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이자 국가이론의 세계적 대가로 인정받고 있다.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역사사회학자 필립 아브람즈Philip Abrams의 지도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케임브리지대학교 다우닝컬리지의 리서치펠로우와 에식스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정치사회학에서 시작된 그의 연구는 국가이론, 정치경제학, 지리학, 거버넌스 연구를 거쳐 문화정치경제학에 이르고 있다. 국가이론 분야의 대표작으로는 『자본주의와 국가The Capitalist State』(1982), 『풀란차스를 읽자Nicos Poulantzas: Marxist Theory and Political Strategy』(1985), 『전략관계론적 국가이론: 국가의 제자리 찾기State Theory: Putting CapitalistStates in Their Place』(1990), 『자본주의 국가의 미래The Future of the Capitalist State』(2002), 『국가 권력: 마르크스에서 푸코까지, 국가론과 권력 이론들State Power: A Strategic-Relational Approach』(2007)이 있다.나이링 섬Ngai-Ling Sum과 함께 쓴 『조절접근을 넘어서: 자본주의 경제의 제자리 찾기Beyond the Regulation Approach: Putting Capitalist Economies in Their Place』(2006)는 2007년 유럽진화정치경제학회EAEPE: European Association for Evolutionary Political Economy에서 수여하는 뮈르달상Myrdal Prize을 수상했으며, 그 외에도 『문화정치경제학을 향하여: 정치경제학에서 문화의 제자리 찾기Towards a Cultural Political Economy: Putting Culture in Its Place in Political Economy』(2013, 나이링 섬과 공저) 등의 대표 저서와 다수의 논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