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아카네’는 대학 졸업 후 3년간 일하며 영혼까지 탈탈 털린 악덕 부동산 회사를 그만두고 집 안에 틀어박혀 아무렇게나 쌓인 빨랫감처럼 무기력하게 지낸다. 언제까지고 이렇게 살 수는 없다는 생각에 빨래를 하기로 마음먹지만, 공교롭게도 세탁기가 고장 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망연자실해진 아카네는 고민하다 집 근처에 있는 요코하마 코인 세탁소를 찾아가고, 우연한 기회로 그곳에서 일하게 된다. 정갈하게 다림질한 옷처럼 늘 보드랍고 단정한 분위기의 점장 ‘마나’와 각자의 상처와 아픔을 지닌 채 세탁소를 방문하는 사람들. 옷의 묵은 때를 지워내는 것처럼 오래된 마음의 얼룩까지 지워낼 수 있을까?
회사를 그만두기 전까지는 하던 일이 신경 쓰여서 휴일에도 사무실에 얼굴을 내밀었다. 드물게 아무 일도 없는 날이면 학창 시절 친구와 점심을 먹고 밤에 또 다른 친구와 만나 술 마시러 가는 등 무언가에 홀린 듯 하루 종일 약속을 만들어 밖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물론 그러고 나서는 녹초가 되어 집에 돌아오기 일쑤였지만. 그때는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었다. 별다른 목적 없이 혼자서 집 주변을 산책한다는 것이 어쩌면 굉장히 사치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어떻게 하지?’ 아카네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눈을 가늘게 뜨고 바다를 바라보았다.
“제가 아는 요코하마는 언제나 이래요. 꿀꿀한 기분을 싹 날려주는 것 같은 기운 넘치는 바람이 불지요.”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즈미 유타카
1982년, 일본 가나가와현 출생. 와세다대학 졸업 후동대학원 석사과정 수료. 2016년 『스승님, 준비 다됐습니다!お師匠さま、整いました!』로 제11회 소설현대장편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했고, 2019년 『수모백화髪結百花』로 제8회 일본역사시대작가협회상 신인상과 제2회 호소야마사미츠상을 수상했다. 그 외의 저서로는 『에도시대 이별 중개사의 수첩お江戸縁切り帖』 『잠을 잘 자게 해드립니다眠り医者ぐっすり庵』『여자 목수 오미네おんな大工お峰』 시리즈와 『너를 보낸다君をおくる』 『아줌마에게 말해보렴おばちゃんに言うてみ?』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