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곽재식 작가가 3년 만에 내놓는 두 번째 주기율표 이야기다. 전작 《휴가 갈 땐, 주기율표》에 원자 번호 1번부터 20번까지 스무 가지 원소를 소개한 데 이어 《출출할 땐, 주기율표》에는 원자 번호 21번부터 40번까지 스무 가지 원소 이야기를 담았다. 그런데 많은 사람에게 1번부터 20번까지의 원소는 학창시절에 학교에서 외우라고 해서 이름이라도 친숙한 편이지만, 21번부터는 살펴볼 기회조차 많지 않았던 탓에 이름마저 낯선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저자는 생소한 원소들을 조금이라도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모든 원소를 우리가 먹는 음식과 관계 지어 이야기를 풀어 간다.‘먹고사는 일에 닿아 있는 금속 열전’이라는 부제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번에 다룬 원소 가운데는 금속이 많다. 금속이라고 하면 언뜻 날카롭고 딱딱한 쇠붙이가 떠오르는데, 그런 금속이 우리가 먹는 음식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철분을 많이 먹으라고 하는 의사를 볼 수 있고, 아연이 든 영양제가 시중에 팔리는 것처럼, 알고 보면 어떤 금속 원소들은 정말로 음식의 중요한 성분이다. 그래서 저자는 그것을 왜 먹는지, 먹으면 몸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긴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그런가 하면 음식을 만들 때 사용하는 도구나 장비에 꼭 필요한 원소들도 있고, 가끔은 특정 원소 때문에 어떤 음식이 피해를 보는 일도 있었던 만큼 그런 이야기들도 모아 담았다. 공학박사이자 소설가인 저자는 과학 지식뿐 아니라 역사, 시사, 경제, 대중문화까지 종횡무진 누비며 원소 이야기를 맛깔나게 풀어 놓는다. 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갖가지 원소들이 그야말로 다양한 형태로 우리가 먹고사는 일에 닿아 있음을 알게 된다.매연 속에서 이산화황을 계속 빼낸다고 생각해 보자. 그러면 버릴 곳도 마땅치 않은 오염 물질이 점점 쌓이게 된다. 이 많은 이산화황을 어쩌면 좋을까? 이럴 때, 모아 놓은 이산화황에 오산화바나듐을 넣어 화학반응을 일으키면 황산을 만들 수 있다. 그렇게 만든 황산 또는 이산화황 계통의 성분을 빼내고 남은 물질은 그 물질이 필요한 곳에 돈을 받고 팔 수 있다. 다시 말해, 공기 오염을 막기 위해 억지로 제거해야 했던 골칫거리이자 비용일 뿐이었던 이산화황을 오산화바나듐을 이용해 가치 있는 제품으로 바꾸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나는 환경 오염을 막기 위해 지구를 사랑하는 마음이나 착한 일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강조하는 것 못지않게 환경 보호를 위한 조치가 이득으로 연결되는 길을 찾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산화바나듐을 사용하는 기술처럼 환경 보호 활동을 이득과 연결해 놓으면 그때부터는 정부에서 강제로 시키고 단속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이익을 얻기 위해 스스로 나서서 그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환경을 보호하면서 이익도 얻는 것을 나는 “꿩 먹고 알 먹고 방법”이라고 부르는데, 바나듐은 바 로 꿩 먹고 알 먹고 방법 중에서도 대표로 내세울 만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가 산성비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된 데도 바나듐의 역할이 작지 않았다. - <23 바나듐: 생수 맛을 음미하며> 중에서
태양이 뜨겁게 빛나는 것도 태양 속에서 핵융합 현상이 일어나서 수소라는 원소가 헬륨으로 바뀌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핵융합 과정에서 열이 발생하면 그만큼 주변이 더 뜨거워진다. 주변의 압력도 더 높아진다. 그래서 한 번 핵융합이 일어나면 그 열 때문에 주변에서 또 핵융합이 이루어진다. 주변에서 핵융합이 이루어지면 거기에서 또 그만큼 열이 발생할 것이다. 그러면 그 때문에 다시 그 주위에서 핵융합이 이루어진다. 이렇게 해서 핵융합은 한 번 일어나면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다. 별 속에서는 이런 일이 수 억 년, 수십억 년 동안 이어진다. 그러면서 한 원소가 다른 원소와 합쳐지면서 새로운 원소들이 계속 만들어진다.그런데 여기에 단 한 가지 이상한 걸림돌 같은 현상이 있다. 그게 바로 철이다. 원소들이 뭉쳐서 새로운 원소들이 생겨나다가 철이 만들어지면, 그때부터는 사정이 달라진다. 철은 거기에 무슨 다른 원소를 억지로 갖다 붙여 핵융합을 일으키려 해도, 다른 원소들의 핵융합이 일어날 때만큼 열을 내뿜지 않는다. 도리어 주변을 더 차갑게 식힌다. 따라서 일단 철이 생겨나면, 핵융합으로 발생한 열이 연달아 핵융합을 일으키는 현상이 더는 이어지지 않는다. 다시 말해 철은 별이 핵융합으로 빛을 내면서 여러 원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마지막으로 만들어지며 열의 연결 고리를 끊는 물질이다. 별의 잿더미가 철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 <26 철: 도다리쑥국을 기다리며> 중에서
그렇다고 사람 몸속에서 구리가 아무 쓸모 없는 것은 아니다. 극히 적은 양이지만 인체에서 구리를 유용하게 사용하는 몇몇 효소들이 있다. 그러므로 구리 성분이 든 음식을 전혀 먹지 않으면 분명히 몸에 무슨 탈이 날 것이 고, 그 정도로 구리가 아주 부족한 상황이라면 구리를 보충해 주어야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보통은 여러 음식에 들어 있는 아주 약간의 구리만으로도 사람 몸에 필요한 정도는 얼마든지 흡수할 수 있다. 간장게장처럼 구리가 많이 든 편에 속하는 해산물을 어느 정도 먹으면 몸에 필요한 양을 더 쉽게 채울 수도 있다.하지만 구리 공장에서 나온 폐수 같은 것을 벌컥벌컥 마시거나 하면 몸에 구리가 지나치게 많이 쌓여서 오히려 병이 든다. 특히 간에 구리 성분이 많이 쌓이면 제 역할을 못 하게 돼서 몸 곳곳이 병드는 사례도 알려져 있다. 한국인에게 가끔 나타나는 사례로는 윌슨병이 있다. 희소병이기는 하지만 간에 나타나는 질환 중에서는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한국인에게 사례가 많은 편이어서, 한국인 수만 명당 한 사람 정도는 이 병이 있다고 한다. 윌슨병은 유전성 질병으로, 타고난 체질이 구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서 생긴다. 사람이 음식물 등으로 구리를 먹었을 때, 몸에서 필요한 만큼은 사용하고 나머지는 노폐물로 배출하는데, 체질 이상으로 구리가 몸의 엉뚱한 곳에 조금씩 쌓이다 보면 윌슨병이 된다. - <29 구리: 꽃게를 손질하며>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곽재식
작가이자 숭실사이버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교수. 카이스트에서 원자력 및 양자 공학 학사 학위와 화학 석사 학위를, 연세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6년 단편소설 〈토끼의 아리아〉가 MBC 〈베스트극장〉에서 영상화된 이후 《지상 최대의 내기》, 《신라 공주 해적전》, 《가장 무서운 이야기 사건》, 《빵 좋아하는 악당들의 행성》 등 다수의 소설을 썼다. 인문과학 교양서로 《휴가 갈 땐, 주기율표》, 《곽재식의 세균 박람회》,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곽재식의 유령 잡는 화학자》, 《그래서 우리는 달에 간다》, 《곽재식의 속절없이 빠져드는 화학전쟁사》, 《미래 법정》 외 여러 권, 글 쓰는 이들을 위한 책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한국 전통 괴물을 소개하는 책 《한국 괴물 백과》 등 분야를 넘나들며 다양한 책을 썼다. TV와 라디오, 유튜브 등 여러 매체에서 과학 지식으로 사회 현상을 해석하는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