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타인과 어떻게 살아야 좋을지 생각해 보는 그림책
어느 날, 낯선 펭귄이 하늘에서 얼음 배로 떨어졌다!
우리는 함께 어울려 살려고 노력하는 존재들입니다!
차별과 분리가 아니라 작은 관심과 나눔을 쌓아 주세요! 그림책향 시리즈 서른세 번째 그림책 『우리 같이』는 얼음 배에 탄 펭귄들이 낯선 펭귄과 북극곰을 쫓아내려다 마침내 모두 힘을 모아 갑자기 나타난 상어를 물리친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느 무리에선가 따로 떨어진 펭귄과 북극곰을 받아주지 않으려는 펭귄 무리를 보며, 우리가 타인과 어떻게 살아야 좋을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 그림책이지요.
이곳에 침입자가 숨었다!차은실 작가는 작가 소개에서 말합니다.
“타인이 우리가 되는 것만큼 경이롭고 신나는 경험은 없습니다.
우리 안에서 당신과 같이 어울려 살아가려 노력합니다.”
그림책 『우리 같이』가 나누려는 뜻을 어쩜 이렇게 멋진 문장으로 표현했을까요?
하지만 이런 말과는 다르게 우리는 책장을 넘기자마자 한 펭귄이 누군가한테 뻥 차여 날아가는 모습과 맞닥뜨립니다. 이 펭귄은 어디까지 날아갈까요? 속표지를 지나 본문으로 이어지는 첫 그림은 쓸쓸하기 그지없습니다. 펭귄은 딱 자신만 한 크기의 얼음에 떨어져 잔뜩 쭈그러졌습니다. 그림을 가만히 보세요. 넓은 바다에 버려진 펭귄이 얼음과 함께 금방이라도 녹아버릴 것만 같아요. 펭귄이 오른쪽으로 돌아다봅니다. 펭귄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나 봅니다. 망설일 까닭 없이 힘껏 뛰어올라 살짝 내려앉습니다.
그곳은 다른 펭귄들이 탄 얼음 배였습니다. 얼음 배는 무척 커서 펭귄 하나쯤 더 타도 끄떡없을 듯 보였는데, 펭귄들의 우두머리가 ‘침입자’라고 말하는 바람에 침입자가 되었습니다. 그러자 침입자가 무슨 말인지도 모르던 펭귄들도 이제 침입자가 무섭다며 소리칩니다. 우두머리는 침입자를 찾아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펭귄들이 너무 비슷해서 누가 누군지 가릴 수가 없습니다. 우두머리가 꾀를 냅니다.
“300미터 잠수할 수 있는 용감한 사냥꾼은 이쪽으로!”
“같이 사냥할 때 생긴 상처가 있으면 저쪽으로!”
“사우스조지아 섬을 떠나 바다를 건너왔으면 이쪽으로!”
이렇게 오엑스문제를 내며 침입자를 가려내다 보니, 끝내 낯선 펭귄이 누구인지 드러납니다. 이제 낯선 펭귄은 얼음 배를 떠나야 합니다. 하지만 낯선 펭귄을 골라내자 이번에는 북극곰이 나도 끼워 달라며 나타납니다. 펭귄들은 저마다 곰과 저들의 차이를 말하며 곰한테 나가 달라고 외치지요. 이렇게 펭귄들이 북극곰을 내보내려던 찰나, 이번에는 상어가 나타나 무시무시한 말로 겁을 주며 펭귄들을 잡아먹으려 합니다. 그러자 낯선 펭귄과 곰은 얼음 배에 타고 있던 펭귄들과 함께 지혜를 모아 상어를 물리치지요.
그냥 함께 살 수 있는 게 아니라 어울려 살려고 노력해요처음엔 혼자였던 펭귄과 북극곰이 펭귄 무리와 어울려 상어를 물리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뭉클합니다. 자연스럽게 오월동주(吳越同舟)라는 사자성어가 떠오릅니다.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이 같은 배를 탔다는 말인데요, 사이가 안 좋은 두 나라 사람이 같은 배를 타고 가다 풍랑이 일자 서로 도와 위기를 헤쳐 나갔다는 옛이야기입니다. 어때요, 우리 그림책 『우리 같이』의 내용과 비슷하지요? 아무리 사이가 안 좋다 해도 위기 앞에서는 힘을 모아야 살아남을 수 있지요.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꽤 여러 사람을 만납니다. 이 가운데 처음부터 알던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언뜻 생각해보면 적지 않을 듯하지만, 정답은 ‘아무도 없다’입니다. 태어날 때도 혼자 태어나 낯선 엄마와 아빠를 만났고, 친구와 이웃도 처음에는 모두 낯선 사람이었지요.
이제 다시 작가의 말을 떠올려봅니다.
“우리 안에서 당신과 같이 어울려 살아가려 노력합니다.”
맞아요.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심지어 부모와 자식 사이라도 서로 어울려 살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함께 사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하물며 낯선 사람과 함께 살기는 더 어렵겠지요. 얼음 배에 탄 펭귄들도 그랬습니다. 함께 살기 어려울 것 같아 낯선 펭귄을 쫓아내려 했지요. 그런데 그 쫓아내려는 구실이 조금 씁쓸합니다.
잠수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 싸울 때 생긴 상처가 있느냐 없느냐, 심지어 사우스조지아 섬에서 왔느냐 아니냐를 가리려 합니다. 꼭 우리가 생각 없이 남을 대할 때 저지르는 실수와 비슷하지요. 그러다 결국 발이 같은 색이냐 아니냐를 가려 낯선 펭귄을 찾아내고야 맙니다. 이 대목에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지배자였던 백인들이 원주민인 흑인을 비롯해 유색 인종을 차별하려고 만든 ‘아파르트헤이트’가 떠오릅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할 것 없이, 우리는 이 지구라는 땅에 잠깐 왔다가 돌아갑니다. 사는 곳과 생김새는 다르지만 이 사실만은 모두 같아요. 그래서 우리는 다른 존재들이기도 하면서 같은 존재들인 셈이지요. 그러니 우리는 어떻게든 낯선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려 애써야 합니다.
차별과 분리가 아니라 작은 관심과 나눔을 쌓아요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바뀝니다. 추위에 떨던 북극은 얼음이 녹고 기온이 오릅니다. 중동 사막에는 눈이 내리고, 동남아에서는 사람이 얼어 죽습니다. 하지만 한 시대를 주름잡던 공룡도 한 순간에 사라진 걸 생각하면, 이런 일쯤 일어나는 건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요.
눈치 빠른 독자라면 얼음 배에 탄 펭귄들도 사실 남극에서 왔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생각해 보세요. 펭귄은 남극에 살고, 북극곰은 북극에 사는데 어떻게 북극에서 둘이 마주칠 수 있었겠어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남극의 얼음이나 먹이가 북극보다 빠르게 줄어들었을까요?
펭귄 우두머리 말처럼 이들은 남극에 있는 사우스조지아 섬을 떠나 북극에 집터를 마련할 생각이었지요. 사실 알고 보면 낯선 펭귄이나, 북극곰이나, 얼음 배에 탄 펭귄들이나, 모두 같은 처지에 놓였던 이들이었어요. 그런데도 얼음 배에 탄 펭귄들은 처음엔 낯선 펭귄과 북극곰과 서로 어울리려고 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같은지 다른지 나누고 내쫓으려다 상어가 와서 어쩔 수 없이 힘을 모았을 뿐이지요.
그래도 희망이 보입니다. 펭귄 우두머리와는 달리 펭귄 무리들 가운데 몇몇은 낯선 펭귄의 이름을 물어보고, 반갑게 달려가 인사도 하고, 얼음 배에서 떨어지려던 낯선 펭귄을 구하기도 합니다. 북극곰이 상어 쪽으로 물고기를 던질 때는 펭귄들도 잘 던진다며 칭찬도 하고, 북극곰처럼 서로 힘껏 던지려고 힘을 쓰기도 하지요.
이렇게 차별과 분리가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관심과 나눔이 쌓이면 세상은 좀 더 살만 한 곳으로 바뀌겠지요. 우리는 누구나 낯선 것을 경계하고 두려워하는 본능이 있습니다. 처음엔 무서워서 경계하지만, 이내 같이 사는 법을 익히려고 노력하지요. 하지만 인종 차별은 이런 문제와는 전혀 다른 일입니다. 일부러 나누고 갈라서 떼어내는 일이기에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하지요.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하며, 평등하다.’
세계 인권 선언을 떠올려 봅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다른 존재와 어울려 사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이제 우리 그림책 『우리 같이』를 펼쳐보며 나와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하고, 어떻게 어울려 살아야 하는지 함께 나누고 풀어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