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어느 날 보니, 그가 마당을 너무 곱게 쓸었기 때문에 흙이 쓸려나갔던 것인지 마당 한가운데에 그동안은 보이지 않던 주먹만 한 돌이 뾰족이 튀어나와 있는 것이 보였다. 주먹만 한 돌멩이가 옥에 티처럼 눈에 거슬렸다. 저것만 파낸다면 소원하는 것이 이루어질 거 같았다.
저놈의 돌멩이, 오늘은 저놈의 돌멩이를 뽑아버리리라 마음먹고 호미를 가져와 파내기 시작했다. 쉬이 뽑아 버릴 것 같았던 주먹만 한 돌멩이였다. 허나 호미자락으로 힘을 주어 들어내려 하였지만 꿈쩍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어라? 이놈 봐라.
그는 돌부리를 캐내기 위해 땅을 파헤쳤다. 그렇게 마당 쓸기로 시작하던 하루의 일과가 이젠 돌부리 주변의 땅을 파내는 일로 해가 뜨고 졌다. 돌부리는 생각보다 훨씬 컸고, 구덩이는 어느 새 한 길이나 파내려갔다.
오늘도 어느덧 햇살이 머리끝 정수리를 따갑게 내리쬐고 있었다. 온몸이 땀으로 젖어 작업복 삼아 입고 있는 운동복 바지와 긴소매 남방셔츠가 삽질할 때마다 쩍쩍 들러붙어 일손을 더디게 했다. 아내는 점심을 짓다 말고 그를 안쓰럽게 바라보며 머리를 내둘렀다.
끙 앓는 소리와 함께 그는 허리를 폈다. 양쪽에 흙이 가득 담긴 등지게를 지고 위태롭게 사닥다리를 오르는 모습이 보이자, 아내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그것을 받아들어 주었다. 마당 위로 올라선 그는 아내의 손에서 양동이를 받아 들고는 흙더미가 높고 넓게 쌓여있는 곳에 그것을 쏟아내고는 다시 사닥다리를 타고 내려갔다.(「무채의 뜰」 부분)
작가 소개
지은이 : 강해원
2019년 월간 《문학세계》로 등단한국소설가협회 회원한국작가회의 회원문학세계문인회 회원대전소설가협회 부회장중등학교 교사
목차
높은음자리
낮달 아래에서
무채無彩의 뜰
배회하는 나무
바람 불어 좋은 날
그림 맞추기
나비춤
아내가 무서워요
| 해설 - 연용흠 |
타자와의 관계성을 묻는 여성 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