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우리나라 역사와 맥을 함께한 숭례문
“숭례문은 국보 1호다!”어쩌면 이 말은 당장 올해부터 틀린 말이 될지도 모릅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상징물로, 지난 600여 년을 우리와 함께해 왔지만, 숭례문이 2008년에 불에 타 버렸고 지금 재건 중이기 때문입니다.
숭례문은 세워질 때부터 불의 위협을 안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문과는 다르게 현판을 세로로 달고, 문 앞에 커다란 연못을 지어 놓는 등 화재에 대한 여러 가지 대비책을 마련했었습니다. 하지만 한 순간의 실수로 화마에게 숭례문을 빼앗겼습니다. 그래도 슬픔에 잠겨 있을 수만은 없어 복원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불에 타기 전, 아니 그 이전 처음 세워질 때의 모습으로 되돌리려고 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숭례문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아니, 서울 한복판 도로가에 세워져 있었던 옛날 문을 기억이나 할까요? 단지 ‘국보 1호’라는 문화재의 이름으로 그저 외우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2008년, 화재로 숭례문을 잃었을 때의 어른들이 보여 준 큰 슬픔은 아이들에게 과연 어떻게 비쳤을까요? 정말 숭례문은 우리에게 무엇이었을까요? 더 나아가 왜 이렇게 복원을 해야 하는지도 함께 이야기 나누고 고민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마음에서부터 『숭례문』은 시작되었습니다.
태조 이성계가 나라를 세우고, 가장 중심이 되는 수도 주변에 성곽을 쌓으며 사대문을 지었는데, 그중에서도 중심이 되는 게 숭례문이었습니다. 이렇게 조선의 건국과 함께한 숭례문은 600여 년의 역사를 조상들과 함께했습니다. 사람들의 삶의 터전으로 자리하기도 하고, 조선의 얼굴로 사신들을 맞이하기도 하고, 나라를 빼앗겼을 때 침통해 하다가, 일제의 수난을 몸소 겪어내며 우리 민족과 함께해 왔습니다. 이 책 『숭례문』은 유물인 숭례문이 아니, 이와 같은 우리의 역사이자, 문화, 얼굴이었던 숭례문의 진면목을 담담하고 간결하게 보여 주고 있습니다.
▶ 교과서 속 유물로만 자리하던 숭례문을 아이들 삶으로 가깝게 이끌어 낸 그림책
인문그림책 11 『숭례문』의 시선은 특별합니다. 지금까지 ‘숭례문’을 봤을 때 우리의 시선은 늘 하나였습니다. ‘국보 1호 숭례문’. 즉, 유리문에 유기시킨 채 바라보기만 하는 유물로써 존재했던 숭례문을 600여 년간 살아 숨 쉬어 온 조선의 얼굴이자 우리의 혼이었던 숭례문으로 새롭게 살려냈습니다.
그 첫 번째가 숭례문에 담겨져 있는 지리적, 정서적 의미를 밝힌 것입니다. 흔히 남대문이라 부르는 숭례문은 한양 성곽의 사대문 중 남쪽에 위치한 대문입니다. 풍수지리설은 예부터 우리 조상들이 중요하게 생각한 풍습으로, 이에 따르면 남쪽은 복을 가져다주는 방향으로 집을 지을 때 남쪽을 향하면 좋은 일도 많이 생기고, 햇빛도 잘 들어 건강에도 좋고 위생적이었습니다. 또한 한양의 남쪽은 지방과 서울을 연결하는 요충지로, 전국을 잇는 교통망의 중심지라 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숭례문이 위치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이런 사상적 토대와 지리적 이점은 숭례문의 위상을 드높였습니다.
두 번째로 숭례문에는 우리 조상들의 삶이 묻어 있음을 조망합니다. 교통의 요충지 역할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들이 숭례문으로 드나들게 되었습니다. 또한 세금으로 받은 쌀을 모아두는 창고인 ‘선혜청’이 근처에 있어 자연스럽게 물건을 사고파는 이들이 등장했고, 그러면서 시장이 생겨났습니다. 이렇게 생겨난 시장은 백성들의 삶에 뿌리를 박고 하나의 터전으로 자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세 번째로는 외교적 위치를 나타내는 숭례문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 것입니다. 숭례문은 임금이 살고 있는 한양 도성에 세워진 문입니다. 이곳으로 다른 나라의 사신을 맞이하며 선진국의 발전된 학문과 사상, 과학과 문물 등을 받아들였습니다. 이렇듯 숭례문은 조선은 대표하는 상징이자 얼굴이었습니다.
그래서 일제 강점기에는 수많은 상처를 받게 됩니다. 근처에 세워진 기차역(서울역)을 통해 일본이 우리의 쌀과 생산물을 수탈해 가는 걸 고스란히 지켜봐야 했고, 일본이 황태자가 지나간다는 걸 구실 삼아 양쪽 날개를 부셔버리는 걸 견뎌내야 했습니다. 일본에게 숭례문은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관문이자, 얼굴이었기에 숭례문을 망가뜨리는 일은 곧 우리의 얼을 짓밟는 일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 후 해방은 됐지만, 안타깝게도 숭례문은 급속한 도시화로 인해 높다란 건물들 속에 갇히고, 전철과 자동차의 진동 때문에 흔들리면서 점점 외로운 섬처럼 변해 버렸습니다. 이런 숭례문을 우리 곁으로 가까이 두겠다고 한 것이 그만 화마를 부르는 사고를 초래했지요.
지켜주지 못했기에 그 슬픔이 더 컸고,미안한 마음을 가득 담아 현재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리고 있습니다. 비록 국보 1호로 남아 있을 수 없다고 해도 지난 600여 년을 우리 곁에서 든든하게 우리를 대표하는 얼굴로 자리했던 숭례문은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와 예전처럼 그렇게 앞으로도 우리와 함께할 것입니다.
이렇듯 『숭례문』은 그 안에 담긴 상징성만큼 어린이들에게 우리나라와 관련된 인문하적인 시각을 넓혀 주고자 시작한 이야기입니다. 좀 더 깊이, 다시 새롭게 우리의 것을 되짚어보고 생각해 보게 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 김정 이입을 돕는 사실적인 그림
『숭례문』의 그림은 굉장히 세밀하고 색깔이 화려합니다. 조선을 대표하는 얼굴로 자리했던 숭례문의 모습을 크고 웅장하면서도 강직하게 표현했습니다. 비록 불타 없어졌지만 남아 있는 자료들을 바탕으로 꼼꼼하게 다시 그림책 안에 부활시켰습니다. 이렇게 되살아난 숭례문은 우리의 역사와 함께 어떤 순간에는 기쁘고, 어떤 순간에는 슬펐던 감정들을 그림 안에 담아 『숭례문』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한층 더 깊은 울림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출입문을 상징한 표지그림에서부터 책을 덮는 마지막 면지에 이르기까지, 세세한 장인의 손으로 복원 작업을 하듯 숭례문이 지닌 상징성과 의미를 놓치지 않으려 고민하고 노력했습니다.
▶ 숭례문을 꼼꼼하게 볼 수 있는 부록
『숭례문』의 이야기를 통해 숭례문의 존재와 가치를 다시금 깨달았다면, 이야기가 끝나고 난 다음에는 숭례문에 대한 사실적인 정보들을 담아 한층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숭례문의 모양이라든지, 그 안에 있는 잡상, 홍예, 수로, 담장 등등 지금까지 그냥 지나쳤던 숭례문의 모든 것을 꼼꼼하게 되짚어볼 수 있습니다.
또한 본문에서는 풀지 못한 숭례문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모아 따로 담아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