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시리즈 17권. 블루픽션상 수상 작가 박선희의 청소년 소설이다. 천재성을 지녔지만 세상과 불화하고, 제어할 수 없는 충동에 시달리는 열일곱 살 ‘독고단’의 내면 풍경을 속도감 있게 그리고 있다. 작가는 자칫 공격성이 과잉할 수 있는 내용상의 위험을 속도감 넘치는 감각적인 문장과 독특한 유머 감각으로 유연하게 풀어냈다.
독고단은 아이큐 152에 거구의 몸집을 지닌 열일곱 살 소년이다. ADHD(집중력과잉행동장애)로 청소년안정정신병동을 들락날락하는 병력과 우울증, 게임 중독도 지니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란한 가족의 장남이지만, 커리어우먼인 어머니와 젊은 새아버지, 의붓 남동생 사이에서 자신만 이방인이라는 느낌에 외로워하던 독고단은 이사 간 동네에도 적응하지 못한다.
게다가 독고단 안의 ‘그놈’은 성미에 맞지 않거나 싫은 일이다 싶으면 참지 못하고 공격성을 보이는데, 그 여파를 고스란히 가족들이 떠안기도 한다. 좌충우돌 17년 인생의 센세이션, 독고단에게 친구가 생긴다. 명왕성에서 왔다는 정체불명의 소녀 134340을 알게 되면서 독고단은 점차 자신 속 그놈의 정체에 가까이 다가서게 되는데….
출판사 리뷰
블루픽션상 수상 작가 박선희의 ‘내 안의 그놈’ 이야기
운이 좋아 그놈이 순하게 엎드려 있든
운이 나빠 그놈이 거칠게 사지를 뒤틀든
누구나 자기 안에는 ‘그놈’이 산다!
천재성과 문제성 사이, 독고단의 차갑고도 뜨거운 내면 풍경
그 매력적인 세계와의 조우!
『그놈』은 블루픽션상 수상 작가 박선희의 전혀 색다른 신작이다. 천재성을 지녔지만 세상과 불화하고, 제어할 수 없는 충동에 시달리는 열일곱 살 ‘독고단’의 내면 풍경을 속도감 있게 그리고 있다. 마치 청소년이 된 어린 왕자처럼 독특한 캐릭터를 지닌 독고단. 그는 아이큐 152의 천재적 두뇌와 피아니스트 뺨치는 피아노 연주 실력, 각종 재활용품으로 정교한 무기 아이템들을 만드는 ‘별난’ 아이다. 키 180센티미터 몸무게 115킬로그램의 거구이고, ADHD(집중력과잉행동장애)와 우울증, 게임 중독으로 소아청소년정신과 안정병동 입원의 이력도 소유하고 있다. 그리고 독고단은 이런 자신의 천재성과 문제성 사이에서 오늘도 혼란스러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커리어우먼인 어머니와 젊은 새아버지, 의붓 남동생 사이에서 남모르게 키우던 깊은 외로움 때문인지 독고단은 학교에서도 혼자만의 섬에서 갇혀 있다. 반 아이들은 모두 ‘몬스터’라고 부르며 경계하고, 학교라면 치를 떨 정도로 혐오한다. 가끔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해 과격한 행동을 보이는데 그것도 모두 자기 안에 있는 ‘그놈’이 시킨 짓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멋지게 치던 피아노도 누구 한 사람만 같이 있으면 실수를 연발하는 소심증. 게다가 성미에 맞지 않거나 싫은 일이다 싶으면 물건을 부수거나 돌발 행동을 하도록 부추기는 ‘그놈’이라는 존재까지. 혼란의 연속 속에 좌충우돌 트러블 메이커가 되는 독고단.
독고단을 걱정하면서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가족과 인생의 적수였던 몬스터 D, 명왕성에서 왔다는 기이한 소녀 134340과의 만남 등 여러 사건을 겪으며 그는 점차 자신 속의 정체모를 ‘그놈’의 존재에 가까이 다가선다. 작가는 자칫 공격성이 과잉할 수 있는 내용상의 위험을 속도감 넘치는 감각적인 문장과 독특한 유머 감각으로 유연하게 돌파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가장 골치 아팠던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나의 법적인 아버지가 된 이후로 진짜 아버지보다 자신이 더 진짜임을 가르쳐주기로 작심했는지, 수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 아버지로서의 권위를 구축해나갔다. 즉, 내가 아장아장 걸어 다닐 때부터 나를 괴롭혔다는 얘기다. 그의 첫 프로젝트는 ‘지식 고문’이었다. 아직 30개월도 안 된 나에게 사칙연산을 가르치기 시작했으니까. 빌어먹을, 1, 2, 3, 4, 숫자 세기도 어려운 판에 사칙연산이라니. 덧셈 뺄셈까지는 뭐 어떻게든 버틸 수 있었다. 난 천재잖아? 문제는 곱셈부터였다. 아홉 단이나 되는 곱셈을 외우기는 아홉 끼를 굶는 것보다 어려웠다. 그리고 꼼짝없이 앉아 숫자를 외우는 일 자체도 싫었고 시간도 없었다. 놀기만 해도 하루 24시간이 모자라던 때였다.
‘그놈’이 내 안에 살게 된 것은 어쩌면 내가 란의 배 속에 있을 때부터였는지 모른다. 덥고 습하고 어두운 자궁이 참기 어려웠는지, 나는 아홉 달을 채우지 못하고 이 빌어먹을 세상으로 나왔다. 팔삭둥이로 태어난 것이다. 잘못 나왔다는 걸 깨달았는지, 나는 백일이 지나도록 목도 가누지 못했고 15개월이 지나서야 겨우 한 발짝 두 발짝 보행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내 몸속에 무언가 있는 것처럼 나는 잠시도 가만있을 수가 없었다. 사소한 일에도 크게 흥분하고 쉴 새 없이 움직였으며 어디든 기어올랐다. 믿기 어렵겠지만, 그 당시 내 아버지였던 생물학적 부친이 나를 어떻게 불렀는지 똑똑히 기억한다. 스트롱 베이비!
ㅡ 독고단 좀 잘 챙겨 줘라.
짝짝이 가슴은 키 큰 나를 중간으로 끌어와 세미라는 여자애 옆자리에 앉혔다. 무슨 개떡 같은 소리야. 내가 칠칠치 못한 바보라고 광고라도 하는 거야? 자신을 배려심 많은 교사라고 착각했겠지만 나에겐 최악의 배려였다. 산만한 놈은 자존심도 없는 줄 아나. 3학년 때 담임에게 무슨 얘기를 들은 게 틀림없었다. 부주의하다, 정리정돈을 못한다, 잘 잊어버리거나 잘 잃어버린다,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말만 한다, 규칙을 안 지킨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한다, 기타 등등. 1학년부터 3학년까지, 내 생활기록부에 담임들이 썼던 내용이었다. 빌어먹을, 내가 친구들과 못 어울린다고? 당장 죽인다 해도 인정 못할 말이었다. 나는 못 어울린 게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어울릴 수도 없었고 어울릴 생각도 없었다. 그들에게 나는 천왕성에서 온 외계인이었고, 나에게 그들은 이기적인 슈퍼 몬스터들에 의해 사육된 덜 자란 몬스터들이었으니까. 한마디로 종족이 달랐단 말이다.
작가 소개
저자 : 박선희
서울에서 태어나 숙명여대 교육학과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서 공부했다. 2002년 『문학사상』을 통해 소설가로 등단, 2007년 대산문화재단 대산창작기금을 받았고 2009년 제3회 블루픽션상을 수상했다. 출간된 작품으로 소설집 『미미美美』, 장편소설 『파랑 치타가 달려간다』 『줄리엣 클럽』 『도미노 구라파식 이층집』, 『그놈』, 『이브가 말했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법』이 있다.
목차
나 좀 냅둬 쫌!
내가 왜 이런 벌을 받아야 하지?
그놈을 멈추게 하고 싶다
튀어!
이것이 명왕성으로 가는 길이라면
나 좀 살려줘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