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길용 아재네 집에서 더부살이 중인 인수는 조병창에 취직하는 것이 꿈인 열세 살 소년이다. 인수는 일본인 선생님의 미움을 받아 학교에서 쫓겨나고 김화댁 아주머니의 소개로 신탄상회 배달꾼으로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장작을 배달하러 간 집에서 일본 소녀 아야코를 만난다. 인수는 다른 일본인과 다르게 조선인에게 친절한 아야코를 신기하게 생각한다. 무더운 여름날, 갑작스러운 비에 휩쓸려 아야코가 위험해지자, 인수는 사력을 다해 아야코를 구한다. 이 일을 계기로 아야코 아버지의 눈에 든 인수는 꿈에 그리던 조병창을 구경하게 된다.
그러나 인수가 꿈꾸던 조병창과 실제 조병창은 많이 달랐는데…. 일제 강점기, 꿈과 현실의 차이를 자각하기 시작한 한 소년의 뜨거운 성장기. 아이와 어른 사이, 인수는 과연 어떤 사람으로 성장할까?
출판사 리뷰
어린 배달꾼
인수는 길용 아재네 집에서 더부살이를 하는 열세 살 난 소년이다. 인수가 사는 집은 줄줄이 붙어 있다고 해서 ‘줄집’이라고 불렸다. 인수는 일본인 선생님의 미움을 사서 학교에서 쫓겨나고 김화댁 아주머니의 주선으로 신탄상회에서 배달꾼으로 일하게 된다.
학교에 가고 싶지만, 여러 가지 사정상 배달꾼이 된 인수는 세상살이의 고단함을 조금씩 깨달아 간다. 그리고 언젠가는 조병창에 취직할 거라는 희망으로 하루하루 살아간다.
모던 뽀이 깍두기 형과 일본 소녀 아야코를 만나다
인수가 일하게 된 신탄상회 주인 내외에게는 갑득이라는 아들이 한 명 있다. 인수가 갑득이를 깍두기로 잘못 알아듣는데 오히려 갑득이는 예명으로 ‘깍두기’를 쓰기로 한다. 깍두기 형은 인수가 여간해서는 만날 수 없는 모던 뽀이다. 중절모를 쓰고 양복을 입고 빨간 넥타이를 한 깍두기 형을 인수는 좋아하고 따른다.
신탄상회에서 일하던 인수는 장작을 배달하러 간 일본인 집에서 아야코라는 또래 소녀를 만난다. 다른 일본인들과 다르게 유독 인수에게 친절한 아야코에게 인수는 호기심을 갖는다. 그리고 몇 번의 만남으로 조금씩 추억을 쌓는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럽게 내린 비에 엄청나게 물이 불어나고 아야코는 물살에 휩쓸리고 만다. 인수는 죽을힘을 다해 아야코를 구해 내고, 그 일로 아야코의 아버지 눈에 들어 꿈에 그리던 조병창을 구경하게 된다. 그리고 아야코 아버지의 비밀스러운 심부름도 몇 차례 하게 된다. 비밀에 부쳐진 아야코 아버지의 심부름은 도대체 무슨 일일까?
미쓰비시를 아시나요?
야학에서 공부하던 인수는 일제 강점기의 현실이 자신이 생각하던 것과 다르다는 것을 서서히 깨닫게 되고, 조병창에서 본 조선 노동자들의 충격적인 모습에 큰 혼란을 느낀다.
그리고 깍두기 형으로부터 은밀한 부탁을 받고 고민에 빠지는데…….
인수는 깍두기 형의 부탁을 받아들일 것인가?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공간은 너른들, 지금의 인천광역시 부평이다. 작가는 어린 시절 살았던 줄집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제 강점기의 부평을 조명한다. 어린 인수의 시선으로 조병창과 미쓰비시 군수 공장, 그리고 그곳의 강제 징용자들을 보여 준다.
줄집이 있었던 삼릉은 미쓰비시 공장 노동자들의 사택이었고, 현재도 역사적인 가치를 인정받아 보존, 연구 중이다.
똑똑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어린 인수를 통해 작가는 ‘우리가 기억해야 할 미쓰비시’에 대해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지배하고, 제국주의에 빠져 전쟁을 일삼던 그 시절을 기억해야 한다고.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닦는 것’이기에 미쓰비시는 아직 과거가 아니라고 말이다.
굿바이 미쓰비시, 굿바이 어린 시절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는 《데미안》의 유명한 구절처럼 인수는 알에서 나와 또 다른 세상을 마주한다.
줄집에 살면서 조병창을 동경하던 인수의 어린 시절은 저물어 가고 있다. 인수는 자신을 둘러싼 현실과 세상을 자각하고 서서히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현실에 눈뜬다. 그리고 마침내 결정한다. 인수의 선택이 어떤 것이든 그것은 하나의 세계를 깨뜨리고 또 다른 세계를 마주하려는 새의 몸부림이자 선택이다. 작품의 마지막, 미친 듯 몰아치는 눈보라를 맞으며 산을 넘는 인수를 응원하게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날이 더워서 그런지 줄집 밖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다. 얼마 전까지 히로나까 공장에 다니는 노동자들이 사는 곳이라고 해서 히로나까 줄사택이라고 불렸지만 이제는 미쓰비시 줄사택으로 바뀌었다. 공장이 미쓰비시로 넘어갔기 때문이었다. 아 이들은 집이 줄줄이 붙어 있다고 해서 줄집이라고 불렀다. 줄집에 사는 노동자들은 이곳 너른들이 고향인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다른 고장에서 강제 동원되어 온 사람들이라고 한다. 일본이 벌이고 있는 전쟁터로 끌려갈까 봐 그것을 피해서 온 사람도 있다고 한다.
“우리 아버지는 기계 설계를 잘해서 이곳에 오게 됐어. 근데 아버지가 그러는 거야. 여기는 미개한 곳이니 함부로 여기 사람과 어울리면 안 된다고. 또 어디를 가든 대일본 제국의 국민임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고도 했지. 근데 나는 그런 것이 모두 이해가 안 돼. 나는 어린아이인데 왜 조선 어른들이 내 앞에서 굽실굽실 고개를 숙이지?”
“너는 일본 사람이잖아.”
“왜 그래야 하는데? 조선 사람은 일본 사람의 노예가 아니잖아.”
“노예?”
인수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른들이 주고받던 말이 생각났다. 식민지가 되었으니 우리는 다 노예가 된 거라는 말. 그때는 그 말을 신경 쓰지 않고 들었다. 인수와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은 다 똑같은데 왜 일본 사람은 위에 있고, 조선 사람은 아래에 있어야 하는 거지?”
“미쓰비시는 조병창 바로 길 건너 맞은편에 있어. 미쓰비시는 조병창을 도와주는 하청 업체야.”
“하청 업체?”
“조병창에서 시키는 대로 필요한 걸 만드는 공장. 넌, 내가 무기를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영삼 형이 말을 얼버무렸다.
“그럼 형은 뭘 만들어?”
“철판. 총알을 막을 수 있는 특수한 철판이라나 뭐라나.”
“총알을 막는 철판이라고! 그럼 무기보다 훨씬 더 센 거잖아!”
인수의 말에 영삼 형이 피식 웃었다. 이번에는 영순 누나가 말했다.
“군수 공장에 다니면 다 무기를 만드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 조병창 안에는 철저히 계급이 나뉘어져 있어. 조선 사람과 일본 사람으로. 조선 사람은 가장 기초적인 것만 만들고, 세세하고 중요한 일은 모두 일본 사람이 해. 일본 사람은 무기 만드는 방법을 조선 사람에게 절대로 알려 주지 않아.”
작가 소개
지은이 : 안선모
느릿느릿 걸으며 기웃기웃 다른 세상 엿보기를 좋아해요. 사라져 가는 것들, 새롭게 등장한 것들을 보면 호기심이 발동해 오랫동안 관찰하여 이야기를 만들어 내려고 노력하지요. 꽃밭 가꾸기, 동물 돌보기, 사찰 음식 만들기를 좋아하며 역사에도 관심이 많아요. 그동안 《꼬마 난민 도야》 《엄마는 게임 중독》 《조용한 마을의 공유경제 소동》 등 많은 창작 동화와 다양한 분야의 어린이 책을 펴냈으며 지금도 꾸준히 쓰고 있어요. 해강아동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경기도 포천 산골에서 부엉이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어요.
목차
그리운 학교
달팽이서당
미쓰비시 줄집
배달꾼
깍두기 형
기차와 아야코
야학
이상한 모임
다시 만난 아야코
소원
심부름
아, 조병창
사라진 팔
핏줄
굿바이, 미쓰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