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푸른도서관 시리즈 50권. ‘이 시대의 진솔한 이야기꾼’ 이금이 작가의 신작 청소년소설이다. 엄마의 여고 시절 친구들과 함께 몽골 사막 여행을 떠난 열다섯 살 다인이가 보낸 6일간의 여정을 엄마와 딸의 시선으로 그려 낸 이 작품은 여행기의 형식 속에 생명의 고리로 순환되는 모녀 관계에 대한 아주 특별한 고찰을 담고 있다.
엄마를 미워하면서도 사랑을 갈구하며 늘 그리워했던 자신의 과거를 기억해 낸 엄마 숙희는 ‘늘 부루퉁한 얼굴로 자신의 속을 긁어 놓으면서 저는 다 잘하는 줄만 아는’ 딸 다인이가 자신에게 원하는 것 역시 사랑과 관심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다인이 역시 여행 내내 엄마에게서 의외의 면모와 감수성이 있음을 발견하고, 엄마에게도 현재의 자기와 같은 시절이 있었음을 어렴풋하게나마 느끼게 된다. 이로써 여행 내내 갈등을 겪었던 모녀는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두 사람만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화해의 실마리를 발견하게 된다.
출판사 리뷰
‘이 시대의 진솔한 이야기꾼’ 이금이 작가의 신작 청소년소설 『신기루』
-한국 청소년문학의 지평을 연 「푸른도서관」 시리즈 50권으로 출간!
청소년들을 둘러싼 살풍경한 현실에 주목하고 상처로 금이 가 있는 아이들의 내면을 진정성 있는 필치로 그려 온 ‘이 시대의 진솔한 이야기꾼’ 이금이 작가의 신작 『신기루』가 푸른도서관 시리즈 50권으로 출간되었다. 국내 청소년소설 분야를 개척한 선구자적 작품인 『유진과 유진』을 비롯해 『벼랑』, 『주머니 속의 고래』, 『소희의 방』 등 문제작들을 거듭 발표해온 이금이 작가의 신작이라는 점은 물론이고, 청소년들의 현실과 밀착된 완성도 높은 작품을 발표해 청소년문학 시장을 확장하고 풍요롭게 하는 데 기여해 온 「푸른도서관」 시리즈가 이 작품을 기점으로 50권을 돌파했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은 출간이라 할 수 있다. 엄마의 여고 시절 친구들과 함께 몽골 사막 여행을 떠난 열다섯 살 다인이가 보낸 6일간의 여정을 엄마와 딸의 시선으로 그려 낸 『신기루』는 여행기의 형식 속에 생명의 고리로 순환되는 모녀 관계에 대한 아주 특별한 고찰을 담고 있다.
내 작품 속에서 어른이 화자가 돼 본격적으로 자기 이야기를 하는 건 『신기루』가 거의 처음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딸 다인이와 엄마 숙희의 이야기가 1부와 2부로 나뉘어 같은 비중으로 펼쳐진다. 처음엔 엄마 따라 여행 간 딸이 화자인 단편소설로 썼는데 이야기를 시작만 해 놓은 것 같은 미진함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딸이 자라서 엄마가 되며 이어지는 모녀 사이는 모자나 부자, 부녀와는 또 다른 생명의 고리로 순환되는 관계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모녀가 함께 간 여행에서 딸 이야기만 하는 건 어쩐지 공평치 못하고 균형이 맞지 않는 것 같았다. 엄마들 또한 딸이었던 때가 있었으며 세월의 흐름에 변한 건 겉모습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일까? -‘작가의 말’ 중에서
"딸이 자라서 엄마가 된다!"
-또 다른 생명의 고리로 순환되는 ‘모녀 관계’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고찰
어느 날 문득, 부모는 깨닫게 된다. ‘내 속으로 낳은 자식이지만 도무지 그 속을 모르겠다!’ 이렇게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자기 내면의 제일 멀고 얕은 풍경만을 보여 주는 것이 바로 청소년기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의지하던 아이가 부모의 사랑을 간섭과 억압으로 해석하고 거부하기 시작하면 부모들은 망연해지고 만다. 하지만 우리는 이 서툰 반항과 불화의 이면에 여전히 부모의 신뢰와 사랑을 갈구하는 아이들의 욕망이 버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랑하는 만큼 미워하고 이해받고 싶은 만큼 충돌하며 닮고 싶지 않아도 고스란히 닮은꼴일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이금이 작가는 이 중에서도 특히, 딸이 자라 엄마가 되며 겪게 되는 변화와 공감대의 형성에 주목해 ‘모녀 관계’가 가지는 특별한 서사를 여행기라는 형식을 빌어 형상화했다.
열다섯 살 다인이는 마흔다섯 살인 아줌마 부대에 끼어 몽골 사막으로 생애 첫 해외여행을 떠난다.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의 팬픽을 쓰며 ‘팬질’ 하는 데서 소소한 즐거움과 활력을 얻고, 공부 잘하고 말 잘 듣는 오빠에게 절절매는 엄마에게는 ‘아들바보’라는 별명을 붙이며 자신의 불만을 냉소적인 태도로 표출하는 이 아이는 오늘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청소년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볼 것도 놀 거리도 없는 광활한 몽골의 초원과 모래사막은 지루하기만 하고, 낯선 여행지에 도착하자마자 열일곱 살 소녀로 돌아가기라도 한 듯 활기를 띠는 아줌마들의 주책은 낯설고 창피하다. 그러나 이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를 닮은 가이드 바뜨르를 만나면서 다인이의 가슴속은 하늘의 별이 몽땅 내려와 앉은 것처럼 반짝거리기 시작한다. 여행 내내 바뜨르의 시선과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며 마음이 부풀어 오르지만 도무지 친해질 기회를 얻지 못해 애가 타고, 자신을 방해하는 것만 같은 엄마의 무신경한 태도에 모녀는 사사건건 부딪히며 갈등을 겪는다. 급기야 여행 도중에 낙마 사고를 당한 바뜨르가 떠나게 되면서 다인이의 마음에는 쓸쓸한 모래바람이 불게 된다.
딸 다인이의 시선으로 전개되던 여행은 후반부에 들어 엄마 숙희의 입장에서 서술되면서 딸이 미처 채우지 못한 이야기의 틈이 메워져 보다 농후한 맛을 낸다. 아이가 이해하지 못하는 마흔다섯 살 엄마들의 속내를 비롯해 여고 시절 가졌던 꿈의 행방이 묘연한 현재의 삶, 여행을 떠나오기 직전 받은 자궁암 초기 진단으로 인해 잊고 있었던 엄마의 죽음에 얽힌 진실과 마주하게 된 엄마 숙희의 내적 갈등 등이 사막에서 펼쳐지는 다이내믹한 여정과 어우러져 입체적으로 펼쳐진다. 특히 현실에서 떨어져 나와 자신의 삶을 객관화함으로써 지금껏 전부라고 믿었던 삶의 목표들이 허상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을 얻는 엄마 숙희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삶’이라는 여정에서 만나게 되는 신기루의 의미를 묻다
『신기루』는 몽골이라는 공간을 여행하는 동안 딸과 엄마의 관계가 시간을 초월해 또 다른 생명의 고리로 순환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엄마를 미워하면서도 사랑을 갈구하며 늘 그리워했던 자신의 과거를 기억해 낸 엄마 숙희는 ‘늘 부루퉁한 얼굴로 자신의 속을 긁어 놓으면서 저는 다 잘하는 줄만 아는’ 딸 다인이가 자신에게 원하는 것 역시 사랑과 관심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다인이 역시 여행 내내 엄마에게서 의외의 면모와 감수성이 있음을 발견하고, 엄마에게도 현재의 자기와 같은 시절이 있었음을 어렴풋하게나마 느끼게 된다. 이로써 여행 내내 갈등을 겪었던 모녀는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두 사람만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화해의 실마리를 발견하게 된다. 독자들은 이들의 이야기에서 ‘모녀 관계’뿐만 아니라 ‘부모와 자식’이라는 관계에 대한 진정성 있는 통찰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 신기루를 목격한 뒤 자신이 힘겹게 성취한 현재의 삶과 목표가 허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르는 엄마 숙희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좇고 있는 목표의 실체가 무엇이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진부한 말이긴 하지만 삶은 일종의 여행이나 마찬가지다. 옳다고 생각한 길이 틀려 되돌아가야 하는 경우도 있고 목표를 상실해 길을 잃을 때도 있으며 무작정 나선 길 위에서 원하던 무언가를 우연히 발견하기도 한다. 그리고 때론 사막에서 길을 잃은 것처럼 막막한 두려움의 순간을 대면할 때도 있다. 이 책을 접한 독자들은 신기루를 불안과 두려움을 몰아내는 작은 희망으로 받아들였던 열다섯 살 소녀의 긍정을 떠올리며 씩씩하게 그 길을 관통해 나아갈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바뜨르가 어디서 나타날까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등 뒤에서 누가 내 양쪽 팔뚝을 탁 잡았다. 나는 너무 놀라 꺅 하고 비명을 질렀다. 아줌마들의 웃음소리에 돌아다보니 바뜨르였다. 바뜨르의 웃는 얼굴이 코앞에 있었다. 산뜻한 비누 냄새가 확 풍겨 왔다. 어둠 속에서 바뜨르의 얼굴만 환히 빛나는 것 같았다. 놀란 마음이 진정될 새도 없이 더 뛰기 시작했다. 온몸이 북이 된 듯 쿵쿵 울렸다. 나는 그 느낌을 감당할 수 없어 얼굴을 무릎에 묻었다. 하늘의 별이 몽땅 들어앉은 듯 가슴속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중략)
“바뜨르는 아는 얘기 없나? 어디 한번 해 봐라.”
이야깃거리가 떨어졌는지 아줌마들이 바뜨르에게 말했다. 바뜨르가 어렸을 때 자기 할머니한테 들은 거라면서 이야기를 했다.
“하늘 저 위에 고비보다 더 넓은 초원이 있어요. 그곳에 양 치는 거인 사는데 밤마다 밤마다 불 피워요. 거인 옷에 구멍이 아주 많이 났는데 그 구멍으로 불이 비치는 거예요. 그게 저 별들이에요.”
바뜨르의 목소리가 아득하게 느껴졌다. 끝없이 펼쳐진 저 검은 하늘이 거인의 옷자락이라니…….
다인이도 신기루라고 했다. 공룡 알 화석이나 마지막 밤의 캠프파이어, 아니면 바뜨르를 말할 줄 알았는데 예상 밖이었다.
“왜?”
“그냥. 없는데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게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해. 여행하는 동안 신기루 세 번 봤잖아. 그런데 볼 때마다 느낌이 다 달랐어.”
“어떻게?”
다인이랑 언성을 높이거나 인상을 쓰지 않고 이렇게 평상시의 어조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얼마만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모래 언덕에서 처음 봤을 때는…….”
다인이는 잠시 말을 멈추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창에 비친 다인이의 표정에 얼핏 아련함이 스쳐갔다. 나는 다인이가 말을 잇기를 기다렸다.
“모래 언덕에서 봤을 때는 처음 보는 거라 신기하기만 했고, 길 잃어버렸을 때 신기루를 두 번 봤잖아. 그때마다 진짜 호순 줄 알고 막 좋아했다가 아니라서 엄청 실망했잖아. 그래서 처음에는 있는데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게 속임수 같아서 나쁘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런데 진짜 호수를 만나고 길도 찾고 나니까 만약에 그때까지 신기루를 한 번도 못 봤으면 어떻게 불안하고 무서운 걸 참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야.”
작가 소개
저자 : 이금이
1984년 ‘새벗문학상’과 1985년 ‘소년중앙문학상’에 당선돼 동화작가가 되었다. 어릴 때 가장 좋아했던 놀이인 이야기 만들기를 지금도 즐겁게 하고 있다. 2004년 《유진과 유진》을 출간하면서부터 청소년소설도 함께 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동화 《너도 하늘말나리야》, 《하룻밤》, 《밤티 마을》 시리즈, 청소년소설 《소희의 방》, 《청춘기담》,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 등이 있다. 동화창작이론서 《동화창작교실》이 있으며 초·중 교과서에 다수의 작품이 실려 있다.
목차
1부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
첫째 날_ 중력의 법칙
둘째 날_ 별을 보는 시간
셋째 날_ 바람의 왕자
넷째 날_ 사막의 신기루
2부 신기루
넷째 날
다섯째 날
마지막 날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