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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으르렁
창비교육 | 청소년 | 2019.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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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많다고 신발이 많다고
너에게 갈 수 있는 건 아니지

수백 개의 다리를 가진 다족류
밀리페드라고 한들 다를 건 없지

시험에도 나오지 않는
너라는 책을 읽다가 알았지
말로도 발로도 다 할 수 없는 사랑이 있고
이별이 있다는 걸

그러니까 모든 연애는 주관식
뒤에서부터 읽어야 하는 책도 있지
그래서 그래

오늘부턴 좀 멋지게 걸어 볼래
난 이미 너에게 도착했으니까

심장으로 걸어 볼래
- 「심장으로 걸어 볼래」 전문

사람도 깨진다 달걀보다 쉽게

사랑 때문이다 으르렁, 소리만 내도
깨진다

조마조마 시험 전날 밤, 라면을 끓일 때도
조심해야 한다 냉장고 문을 열면
달걀이 으르렁, 한다

세상은 책에서 배운 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달걀 하나라고 우습게 보지 마라
병아리가 아니라 호랑이가
나올 수도 있다

으르렁, 고백하러
너에게 간다
- 「달걀 2」 전문

  작가 소개

지은이 : 김륭
김해기적의도서관에서 만난 아이를 떠올렸다. 한 달에 한 번쯤 앵무새 카페에서 여자 친구를 만난다는 초등학교 5학년. 어른 작가로서 이 아이의 마음을 대변하기 위해 카페에 갇힌 앵무새와 책 속에 갇혀 컹컹 짖는 개의 입을 빌렸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동시를 읽는 일과 인간다움을 묻는 일, 동시를 쓰는 일과 아름다움을 묻는 일을 말하는 거다. 그걸 잃어버릴까 봐. 가끔씩 내 안에서 나를 찾아볼 때가 있다. 내 안에 있는 아이를 잃어버릴까 봐. 그렇게 찾은 나를 물끄러미 내가 아닌 듯 바라볼 때가 있다. 마침내 온다, 내가 모르는 사랑이, 내가 모르는 슬픔이, 내가 모르는 절망이 온다.아이가 지금 아이들을 말하고 있으니까, 내게 남아 있는 아이가 아직도 있으니까.2007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멀었다. 나는, 내 몸에서 일어난 일마저 잘 몰라 허둥대는 날이 많다. 제2회 문학동네 동시문학상 대상, 제9회 지리산문학상 등을 받았다. 시집으로 『살구나무에 살구비누 열리고』, 『원숭이의 원숭이』가 있다. 동시집으로 『프라이팬을 타고 가는 도둑고양이』, 『삐뽀삐뽀 눈물이 달려온다』, 『별에 다녀오겠습니다』, 『엄마의 법칙??, 『첫사랑은 선생님도 일 학년?? 등을 냈으며, 이야기동시집 『달에서 온 아이 엄동수』와 청소년시집 『사랑이 으르렁』 등을 업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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