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일본에서 천만 부가 넘게 판매되고, 만화와 영화로도 제작된 <배터리> 시리즈로 노마 문예상을 수상한 아사노 아쓰코의 청소년소설이다. 내면의 상처를 가진 두 친구가 서로의 세계를 깊이 이해하며 성장해 가는 과정과 더불어 성희롱과 그에 대처하는 학교당국의 안이함, 고정된 성 역할과 숨 막히는 경쟁구도로 내몰리며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섞여 버리는 불합리한 사회현실을 속도감 있는 전개로 그려내, 일본 고교생 93퍼센트가 만족한 경이로운 평가를 받았다.
‘소심하고 조심스럽고 약간 천연기념물 같은 여자아이’라 불리는 스즈미와 자기만의 생각이 확실해 자칫 당돌해 보이는 히로. 초여름의 어느 날, 전철에서 치한을 만나 봉변을 당하는 스즈미 앞에 히로가 도움을 주며 두 친구가 만나게 된다. 열일곱 살의 여름, 운명처럼 만나게 된 두 사람은 상반된 성격으로 처음에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얽히고설킨 여러 사건을 겪으며 상대를 조금씩 이해하며 바라보는 세상의 빛깔을 변화시키는데….
출판사 리뷰
“세상의 색깔이 달라지는, 인생에는 그런 만남이 있다.”
- 어눌하고 소심하지만 생각이 깊은 스즈미열일곱 살의 초여름을 향해 가던 어느 날, 스즈미는 전철에서 치한을 만나 봉변을 당하다가 같은 칸에 타고 있던 한 여학생에게 도움을 받아 간신히 상황을 모면한다. 이 친구가 바로 스즈미와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히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데 주저함이 없고, 눈빛도 말투도 날카로워 모든 것이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는 히로를 처음 만났을 때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치한을 만난 일을 지각에 대한 변명으로 여기는 선생님들의 태도를 날카롭게 지적하는 히로를 보면서, 속마음을 드러내기를 주저하고 불편한 감정을 피하려고만 했던 자신을 돌아보며 용기를 내 자기가 느낀 감정을 솔직하게 전한다.
혼자가 될 수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답답할 만큼 조심스럽게 살고 있던 스즈미에게 히로는 새로운 세상이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고, 자기의 의견을 존중하고, 스즈미에게 재미있다고 말해 준 첫 번째 친구. 이제 스즈미는 히로 덕분에 자신 안에 언제든 타오를 수 있는 뜨거운 ‘심지’를 발견하게 된다.
“나는 바늘을 갖고 있다. 분노라는 작은 바늘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다.”
스즈미는 새로운 친구를 만난 열일곱 살의 여름을 세상을 다른 색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때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왜 나는 좋은 게 좋은 거지, 하고 받아들여지지 않는 걸까.”
- 자신의 세계를 가진 당찬 히로 히로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아이였다. 그림을 그리면서, 책을 읽으면서, 마당 귀퉁이의 개미 행렬을 보면서 혼자 중얼중얼 속삭이는 걸 좋아했다. 하지만 유치원에서 공벌레와 대화를 나눈 날, 엄마에게 “혼잣말하는 버릇, 꼴불견이야.”라는 말을 듣고 혼잣말을 마음속에 가두었다. 행복하지 않아도 행복해해야 하고, 즐겁지 않아도 즐거워해야 하는 세상이 잘 이해되지 않는 히로. 게다가 회사에서 괴롭힘을 당한 뒤 참기만 하다가 우울증이 생겨 폐인이 되어 버린 모범생 언니와 이를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는 부모님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동안 한 번도 입 밖에 낸 적 없던 집안일을 스즈미에게 털어놓은 히로는 같이 화를 내지도 더 캐어묻지도 않으면서도 끝까지 담담하게 들어주는 스즈미에게 호감을 느낀다. 그리고 사람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모습들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고, 그것도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일 수 있음을 깨닫는다.
“왜 싫다고 하지 않았어?”
- 조목조목 짚어 낸 불합리한 현실과 세상을 비추는 희망 스즈미와 히로에게 세상은 불합리한 것들투성이다. 증거를 대라며 오히려 스즈미를 겁박하는 치한과 학생을 믿지 못하는 교사들, 솔직하게 쓴 감상문에 작가에 대한 실례라며 ×표시를 한 초등학교 때의 선생님과 세상의 상식을 거스르는 건 좋지 않다며 선생님 편을 드는 아빠, 지팡이를 짚고 가는 할머니에게 고함을 치는 무례한 중년, 요리사가 되고 싶어 하는 스즈미의 친구 요스케를 못났다고 윽박지르기만 하는 부모님 등이 등장한다. 이들은 자신보다 힘없는 상대를 골라 위협하고 달려든다.
스즈미는 히로를 만난 뒤 납득이 가지 않는 것에 수긍하지 않고 불합리한 현실과 마주 싸우는 법을 조금은 배운다. 못난 나 자신을 받아들이지만 스스로를 불쌍하게 여기지 않는, 얼버무리지 않는 힘을 갖게 된 것 같다고 느낀다. 그리고 자신이 갖게 된 작은 힘을 힘들어하는 히로에게 전하고 싶어 한다.
스즈미는 히로가 재미있게 읽은 「숲의 왕국」 속편을 완성한다. 날카로운 바늘 때문에 모두에게 따돌림 받는 고슴도치와 유일하게 친구가 되어 준 토끼가 이야기의 주인공. 사나운 여우의 공격을 막아 토끼를 지켜준 고슴도치의 바늘은 누군가를 아프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닌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것이다. 스즈미는 분노라는 작은 바늘을 소중하게 간직하기로 한다. 자신만의 바늘을 가진 사람으로 우뚝 서기 위해.

나도 열두 살 때보다는 조금이나마 요령이 늘었다. 살아가는 요령 같은 것들을 나름대로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야기에 맞춰 고개를 끄덕이는 타이밍도, 다양한 종류의 웃음도 나름대로 터득했다. 무엇보다 열심히 내 생각을 전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걸 깨달았다. ‘소심하고 조심스럽고 약간 천연기념물 같은 여자아이 스즈미’가 내 캐릭터다.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도시락 같이 먹을 친구를 잃는 일은 없다.
“사과하면 편하니까 그 남자한테 사과하려고 했잖아.”
맞다. 나를 짓누르는 고함 소리와 위협하는 말이 무서워서 도망가려고 했다. 사과하면 끝날 일이었다. 그게 편했다. 위협하는 남자와 대치하기보다 훨씬 편했다.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으면서 사과하는 거, 최악이야.”
소녀가 턱을 홱 치켜올렸다. 도전하는 자세였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아사노 아쓰코
일본 오카야마현에서 태어나 아오야마학원대학 문학부를 졸업했다. 『배터리』로 노마 아동문예상을, 『배터리 II』로 일본 아동문학가협회상을, 『배터리 I~Ⅵ』로 쇼가쿠칸 아동출판 문화상을 받았다. 일본에서 1000만 부 넘게 판매된 이 시리즈는 만화, 드라마, 영화로도 제작되었다.작품으로 『무한도시 no. 6』, 『그라운드의 하늘』, 『복수할 때가 왔다』, 『분홍빛 손톱』, 『꽃이 피고 또 피고』 등이 있다. 리듬감과 시적 깊이가 느껴지는 문장과 신선하고 섬세한 성격 묘사로 공감대를 형성하며 큰 인기를 얻었고, 판타지에서 시대 소설까지 폭넓은 장르의 작품을 쓰고 있다.
목차
작가의 말
1 거미줄 같은 구름
2 희미한 바람 소리와 향기
3 잔물결
4 숲의 왕국
5 나, 그리고 너
6 바람이 지나는 길
7 하늘의 별을 헤아리다
8 뜻밖의 풍경들
9 구름 사이로 보이는 하늘
10 귀와 눈과 입과 마음
11 알았던 것, 모르는 것
12 내일, 만나기 위해
13 고슴도치 이야기
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