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시리즈 13권. 고독한 순간에도 절망하지 않는 열세 살 소녀의 심리를 잘 그려냈던 <나의 고독한 두리안나무>의 작가 박영란의 단편소설집이다. 필리핀의 라구나로 유학 온 아이들과 그 주변 인물들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슬픔과 외로움을 담담하게 엮어냈다.
총 일곱 개의 단편 중 여섯 개의 제목이 각각의 사연과 뚜렷한 개성을 지닌 인물들의 이름으로 구성되었다. 결코 평범해 보이지 않는 이름만큼이나 그들은 슬픔과 아픔, 외로움을 가슴에 안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그저 절망하기보다는 독특한 방식으로 외로움과 슬픔을 마주하며 극복해 낸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라구나빌리지와 그곳에서의 삶은 등장인물들에게 각기 다른 의미를 제공한다. 유학생들은 타국이라는 평범하지 않은 일상 속에서, 필리핀 현지인들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이상 속에서 자신의 가치와 존재 이유를 찾고 스스로 어른이 되는 길을 발견한다.
출판사 리뷰
첫 소설 『나의 고독한 두리안나무』에서 못다 한 이야기
슬픔과 무(無) 중에서 ‘슬픔’을 선택한 박영란 신작 단편집
필리핀 라구나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외로움과 슬픔의 시간을 견뎌내는
일곱 인물들의 이야기
이 책은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의 열세 번째 책으로 고독한 순간에도 절망하지 않는 열세 살 소녀의 심리를 『나의 고독한 두리안나무』(한국도서관협회 우수문학도서)로 잘 그려냈던 작가 박영란의 단편소설집이다. 필리핀의 라구나로 유학 온 아이들과 그 주변 인물들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슬픔과 외로움을 담담하게 엮어냈다. 총 일곱 개의 단편 중 여섯 개의 제목이 각각의 사연과 뚜렷한 개성을 지닌 인물들의 이름으로 구성되었다. 결코 평범해 보이지 않는 이름만큼이나 그들은 슬픔과 아픔, 외로움을 가슴에 안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그저 절망하기보다는 독특한 방식으로 외로움과 슬픔을 ‘시크’하게 마주하며 극복해 낸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라구나빌리지와 그곳에서의 삶은 등장인물들에게 각기 다른 의미를 제공한다. 유학생들은 타국이라는 평범하지 않은 일상 속에서, 필리핀 현지인들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이상 속에서 자신의 가치와 존재 이유를 찾고 스스로 어른이 되는 길을 발견한다. 인물들의 내면은 짧고 간결하며 다소 어두운 문체로 표현되지만 책을 읽고 난 뒤 그들이 마음속에 자리하는 시간은 결코 짧거나 가볍지 않을 것이다.
갑자기 빌리가 웃기 시작했다. 다른 놈들도 따라 웃었다. 순식간에 화장실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나는 알고 있었다. 미키 무리에게 이런 일을 당한 아이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 알면서도 나는 미키가 필요했다. 나는 미키에게 중독되기를 거부하지 않았다. 미키의 힘이 필요했다. 인정한다. 나도 순정하지는 않았다. 웃음소리가 긴 관을 통과하듯이 웅웅 울리고 있었다. 그 웃음소리들 속에 미키 웃음소리가 섞여 있었다. 나의 길고 긴 생애 16년 동안 나를 가장 쓸쓸하게 만든 웃음소리였다. 그래서 나도 화장실 바닥에 누운 채 웃을 수밖에 없었다.
- 「프리」중에서
세상은 내가 늙어 죽을 때까지, 아니 내가 죽고 나서도 어쩌면 영원히 시시껄렁할 것이다. 이런 세상에서 이보다 더할 수 없이 시시한 나 같은 왜소한 체격의 필리피노는 웃음거리밖에 안 되는 존재인 것이다. 그것은 나도 알고, 빠스터도 알고, 리사도 알고, 나이 어린 한국인 유학생들까지 다 안다. (중략) 여기 산타로사빌리지의 필리피나 가정부들은 모두 라구나를 떠나고 싶어 안달들이다. 홍콩이나, 쿠알라룸푸르나, 서울로 가고 싶어 하는 것이다. 거기 가면 도대체 뭐가 기다리고 있다는 말인가.
젠장!
- 「그레이프」중에서
나는 에스컬레이터의 요철 모서리에 내 머리칼들이 빨려 들어가는 어느 순간에도 블랑슈의 안전을 생각했다. 블랑슈가 다치지 않기를, 블랑슈의 노란 원피스가 찢겨져나가지 않았기를, 블랑슈가 놀라지 않았기를, 오직 블랑슈만을 걱정했다. 그러니 당신은 나를 미워해서는 안 된다. 당신은 나를 잊어서도 안 된다. 여기 마닐라 남부 라구나 구석에서 태어나 소망이라고는 오직 마닐라시티에 한번 구경 가보는 것이 전부이던 나를, 당신의 가정부로 선택되어 기뻐했던 나를 당신은 사랑해야 한다. 당신이 나를 데려온 곳은 ‘엔젤’이었다. 이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마지막 요철 칼날이 내 등을 가르는 순간 나는 문득, 생각한다. 당신은 나에게 무엇인가?
- 「엔젤」중에서
작가 소개
저자 : 박영란
소설집 『라구나 이야기 외전』, 장편소설 『나의 고독한 두리안나무』, 『영우한테 잘해 줘』, 『서울역』, 『못된 정신의 확산』, 『편의점 가는 기분』, 동화 『옥상정원의 비밀』을 펴냈다.
목차
프리
플라워
그레이프
울버린
엔젤
두이
디엠 큐 딕디건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