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이 위기의 시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는 일입니다.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하지 않으면 바보라는,
공부를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는, 돈이 최고라는, 인간이 모든 존재보다 우월하다는
그런 정신적 약탈자들의 말에 황폐해지지 않도록,
다양하고 입체적인 우리 삶의 구체성을 바라보게 하는 것이 ‘이야기’입니다.
여러분의 삶에는 어떤 아름다운 이야기의 숲이 있습니까?
그 이야기의 숲에 <인디고잉>을 초대해주십시오.
여름의 푸름처럼 짙어지는 이야기의 정원에서 여러분을 만나고 싶습니다.”
어릴 적에 들었거나 읽었던 이야기는 우리를 환상의 세계로 데려다주는 마법의 도구였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현실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상상하고 꿈꾸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텐데요.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는 어린 시절의 문학이란 “'태어나길 정말 잘했다'라고 말해 주는 것입니다. ‘살아 있어 다행이다. 살아도 된다’라는 응원을 아이들에게 보내려는 마음”이라고 말합니다. 어쩌면 한 사람의 인생, 한 사회를 구성하는 힘은 바로 우리가 들어온 이야기 그 자체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어떤 이야기로 살아가고 있습니까? 코로나19로 전 세계의 많은 부분이 정지되거나 변화했지만, 긍정적인 변화를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 여전히 기후위기는 심각하고 플라스틱 쓰레기는 더 넘쳐나며, 경제적 불평등에 따른 고통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부동산과 주식으로 돈을 버는 것이 잘사는 방법이라는 이야기들이 우리 삶을 지배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우리는 더 나은 삶을 꿈꿉니다.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의 눈앞에 있는 현실이 최선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디고잉> 71호(2021년 여름) “이야기 숲에서 만난 세상의 진실”에는 작고 위대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새로운 가능성을 꿈꾸는 이야기를 가득 담았습니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으로 세상의 다양한 존재들을 만난 “이야기의 숲에서 진짜 세계를 만나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부터 간디와 마틴 루터 킹 주니어로 이어져 온 시민불족종의 정신을 담은 “오직 진실한 삶을 위해”, 코로나19 시대에 문학적 감수성을 통해 자연에서 공생하는 방법을 고민한 “다시 야생으로, 다시 문학으로”, 미얀마 사태부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까지 오늘날 일어나고 있는 일을 세계 시민적 시각으로 바라본 “민주주의,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키워드” 등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타인의 고통을 완벽하게 이해하거나,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일을 직접 보고 듣는 것처럼 여기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불가능을 극복할 능력이 있습니다. 바로 상상력입니다. 상상력을 통해 우리는 가장 작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나와는 아주 다른 상황에 있는 대상에 공감할 수도 있습니다. 인간은 이야기를 통해 상상력을 기르고, 또 상상력을 통해 새로운 꿈을 담은 이야기를 만들어나갑니다. <인디고잉>과 함께 새로운 이야기 숲을 만들어주세요.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서점, 인디고 서원
인디고 서원은 2004년 8월 28일에 설립된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서점’입니다. 인디고 서원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더 아름다운 세상을 향한 창조적 열정으로 꿈꾸기를 멈추지 않는 작은 혁명가들이 있습니다. 진실과 정의, 용기와 순수를 가진 이 혁명가들이 꿈꾸는 세상은 모든 사람이 자유와 평등을 누리며 사랑과 행복의 삶을 살 수 있는 에코토피아입니다. 그러나 이 젊은 혁명가들은 일상의 아름다움과 세상의 아픔을 함께 느끼는 일을 놓치지 않습니다. 지금 옳다고 생각한 바를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이들의 혁명 방식입니다. 각자의 삶의 장에서 배움과 소통의 장들을 만들어내고 그 아름다운 연대를 통해 이들이 꿈꾸는 정의롭고 아름다운 세상은 더디게라도 반드시 올 것입니다. 지속가능한 세상을 꿈꾸며 늘 새로운 인문학적 장(ground)을 창조하는 열린 공간이 바로 인디고 서원입니다.
아름다운 영혼들의 자유로운 공동체, 인디고 서원인디고 서원은 책과 청소년을 잇는 고리로 다양한 행사와 출판 활동을 통해 청소년들이 자기 삶의 주인이자 영혼의 주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교육의 장(ground)이 되고 있습니다.
2004년 8월부터 진행되어 온 ‘주제와 변주’(2021년 3월 현재 제110회 진행)는 진지한 책읽기를 통해 청소년들이 만나고 싶은 책 속의 저자를 직접 선정하고 초청하여 저자와 함께 진실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또한 인디고 서원은 2006년부터 청소년들이 직접 만드는 인문 교양지 <인디고잉>(2021년 6월 현재 통권 71호)을 발행하고 있고, 2010년에는 영문으로 된 국제판 잡지 <INDIGO>를 창간해 9호까지 펴냈습니다. 2021년 3월에는 어린이 인문교양지 <희망을 부르는 어린이>(2021년 6월 현재 통권 2호) 또한 발간하고 있습니다. 2008년부터 2년에 한 번씩 국제 인문학 프로젝트 ‘인디고 유스 북페어’를 개최하고 있으며, 2007년부터 청소년 인문 토론의 장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청소년, 세상과 소통하다(정세청세)’를 전국 42개 도시에서 개최했습니다. 공교육 기관과 협력하여 강의, 토론, 인문학 콘서트와 캠프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밖에 ‘열두 달 작은 강의’, ‘수요시민인문학’, ‘청년들의 저녁식사’ 등 의미 있는 문화 활동을 기획해왔습니다. 생태적 이상향을 꿈꾸는 ‘작은 혁명가들을 위한 작은 식당, 에코토피아’를 운영하며, 그 수익금으로 2018년 네팔에 인디고 도서관을 건립했습니다. 2012년에는 공익법인 정세청세를 설립하여 이 땅의 청소년들이 바르고 진실한 마음의 창을 통해 더 넓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인문·문화·교육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71호 대표 기사 전문청소년 칼럼
이야기로 가득 찬 삶
이선우(17세)
여러분은 어떤 이야기를 하며 사나요? 우리는 어떤 이야기 속에 살고 있을까요? 올해 17살이 된 저는 청소년입니다. 저는 청소년이 이야기가 가장 필요한 세대라고 생각합니다. 학교에서 친구들은 제가 하는 말들에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그래서 친구들과 대화를 자주 하고, 때로는 가만히 듣고 있을 때도 많습니다. 저와 제 친구들은 평소에 춤 잘 추는 아이돌 이야기, 어제 온라인으로 본 영화 이야기, 한 달 후에 있을 기말고사 이야기, 이런 이야기들을 합니다. 매일 조금씩 달라지기는 하지만 이야기의 폭이 더 넓어지지는 않습니다. 새삼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들이 한정적이구나 느꼈습니다. 슬픈 기분이 들면서 한편으로는 ‘학교에서 지내는 우리한테는 어쩔 수 없는 일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일상적이고 시시콜콜한 대화도 나쁘지는 않지만 그런 대화밖에 없다는 사실이 저는 슬펐습니다. 시험 기간이 되면 청소년들 사이에서 자연과 행복 같은 주제는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하니까요. 누구보다 미래를 잘 준비해야 하고 서로에게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존재가 우리 청소년들인데, 행복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있지 못하는 현실이 슬프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학교는 또래 친구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시간적으로도 공간적으로도 공적 대화의 장으로서 제격일 것 같은데 말이지요. 화창한 자연을 담은 이야기, 우정과 사랑, 인류애를 담은 이야기, 행복을 담은 이야기를 자주 접할수록, 인생과 사회에 대해 공부할수록 청소년들 사이에 지금보다 다양한 이야기, 따뜻한 이야기들이 오갔으면 하는 바람은 커집니다. 더불어 우리에게 앞으로 벌어질 이야기들을 기대하고, 우리가 어떤 멋진 이야기들 속에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방식이 담긴 이야기, 니콜라 펜폴드의 소설 『리와일드』에서 등장인물 애니 로즈는 주니퍼에게 말합니다. “네가 어렸을 때 읽은 책은 너의 일부가 되는 거야”라고 말이지요. 그리고 로즈의 말은 정말로 현실이 됩니다. 주니퍼가 어렸을 때 읽었던 책이 주니퍼의 일부가 되어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어려움을 겪을 때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주었지요. 주니퍼를 보고 저는 주니퍼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저 자신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주니퍼보다 더 늦은 나이에 책을 읽게 되었지만 제가 읽었던 책들, 그리고 읽고 있는 책들은 제 삶을 이루는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세상의 보고 싶은 부분만 골라 봤던 저에게, 세상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했던 저에게 먼저 다가와 주었던 것은 책 속의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는 저에게 너 한번 세상을 읽어보겠냐며 부드럽게 다가왔고, 또한 아주 자연스럽게 내면의 깨달음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저는 스스로 제가 조금 무감각한 아이라 생각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영화나 책에 나오는 인물들에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저도 잘 알았으니까요. 원래 공감을 잘 못 하는 사람, 그저 그런 사람인 줄 알았는데 공감과 사랑에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작은 것들의 이야기를 읽고 시간이 걸리지만 깊게 생각해보고, 제 마음을 글로 표현해 보면서 이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여 제 일부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과정을 아주 소중히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이 소중한 부분을 잘 지켜내고, 더 넓히겠다고 스스로 약속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야기의 힘’을 믿는 사람입니다. 이야기 속에는 공감과, 상상력, 그리고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공감의 힘은 대단합니다. 고통받는 이들의 아픔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마치 나의 삶처럼 상상하며 나와 다른 이에게 이로운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지요. 또한 이야기는 우리가 다른 새로운 세계를 상상할 힘을 줍니다. 다른 세계를 상상한다는 것은 지금 세상이 겪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탈출구를 마련한다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 코로나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이 이야기겠지요. 우리가 그동안 잃어버렸던 가능성에 대한 토론도 필요합니다. 약자를 더욱 약자로 만드는 낡은 제도들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하는 힘을 주는 것이 이야기입니다.
상상만 하며 끝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상상한 무궁무진한 그 세계 속에 뛰어들 수 있게 하는 것 또한 이야기입니다. 조선 시대에 서양의 종교가 금지되었을 때, 더불어 금지되었던 것이 그 종교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었던 것도 같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세상 밖에 나올 수 있게 하는 것이 이야기이기 때문에 권력자는 그것을 두려워했겠지요. 나만 잘사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잘살 수 있는 이야기를 상상하는 것이 우리가 함께 나누어야 할 이야기입니다. 제 안의 사랑을 실천하며 사는 것이 삶의 큰 목표 중 하나인 저에게 꼭 필요한 것이기도 합니다.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 아름다운 모든 생명의 이야기, 사랑에 대한 이야기, 이렇게 제가 관심을 기울이며 사는 것들의 이야기가 제 삶에 스밀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71호 대표 기사 발췌본“제가 앞으로 부르고 싶은 노래는 인간들을 위한 노래가 아닌 동물, 식물, 곤충들을 위한 노래입니다. 요즈음 동식물이 이유도 모른 채 많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바로 인간들 때문입니다. 환경오염, 식용, 모피, 플라스틱…. 그렇기에 이 노래의 가사에는 동식물이 인간들 때문에 죽어가고 있다고, 미안하지 않으냐는 내용이 들어가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이 단순히 불쌍하다, 미안하다는 감정이 아니라 다른 생명을 걱정하고 염려하는 것이야말로 나의 생명을 가장 건강하게 지킬 수 있는 방법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면 이 노래가 세상에서 정말 가치 있는 노래가 될 것입니다.”
-임서희(14세), 「세상에 바치는 노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