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어린이들은 날마다 새로운 세상을 발견해 나간다. 생활 속 많은 것들을 하나하나 직접 만져 보고 느껴 보고 궁금해하면서 자신만의 세계를 이루어 간다. 여기, 어린이들의 시선으로 ‘그들만의 세상’을 경쾌하게 그려 낸 열한 편의 동화가 있다. 어린이에서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 수지 모건스턴이 들려주는 아기자기한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7-8세 어린이들을 위한 본격 읽기 책 시리즈 ‘사계절 웃는 코끼리’의 신간으로, 열한 편의 단편 동화를 세 권에 나누어 담았다. 어린이들은 한 권 한 권 책을 읽는 동안 책 속 여러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나누고, 함께 궁금증을 해결하고, 책 읽기의 즐거움과 기쁨을 느끼며 또 다른 ‘세상’을 알게 될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처음’보다 ‘어떻게’의 의미가 더 중요하다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아이가 공부는 뒤처지지 않을지,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할지, 불안해지고 걱정이 많아진다. 어른들의 이러한 ‘무한한’ 관심 덕에 아이들은 입학 전부터 적지 않은 스트레스와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을지 모른다. 어른들은 “그렇게 하면 안 돼!” “이러면 학교 가서 혼나.” “빨리 고쳐야지!”와 같은 말로 아이만의 풍부한 가능성과 개성을 가둬 버리는 것은 아닐까?
학교생활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사회를 향한 첫걸음에 분명하다. 하지만 태도의 잘잘못을 가리고, 옳고 그름을 강요하다 보면 아이는 은연중에 시작에 대한 용기보다 두려움이 많아지게 된다. 사실 아이들에게는 ‘처음’보다 ‘어떻게’의 의미가 더욱 중요하다. 무엇이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즐겁게’ 해낼 수 있는 마음가짐을 심어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책 읽기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 스스로 글을 읽을 수 있고 자기 생각을 편하게 표현할 줄 알며 책을 좋아하는 습관이 우선이다. 책을 ‘학습의 도구’로 부담스럽게 받아들이기 전에, ‘재미있는 놀이’로 여길 수 있는 마음을 길러 주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2010년 선보인 7-8세 어린이들을 위한 읽기 책 ‘사계절 웃는 코끼리’는 그러한 취지에서 기획된 시리즈다. 그림책에서 읽기 책으로 넘어가는 아이들이 스스로 책 한 권을 읽어 내며 만족감과 뿌듯함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책 읽는 재미를 통해 우리말 감각을 키움은 물론 친구와 가족, 학교와 사회를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사계절 웃는 코끼리’는 그동안 유은실, 박효미, 김양미, 강정연 등의 국내 최고 동화작가들이 함께하며 더불어 사는 삶, 기발한 놀이 세상, 편식하지 않는 식습관 등의 주제를 유쾌한 상상력으로 펼쳐 보인 바 있다. 어느덧 열 권을 채우고 열한 번째, 또 다른 시작을 함께하는 ‘사계절 웃는 코끼리’의 작가는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동화작가 ‘수지 모건스턴’이다.
수지 모건스턴은 특유의 재치와 순수함으로 아이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내는 데 탁월하다. 두 딸을 기르면서 어린이 문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현재는 손녀 이야기를 작품으로 담아내고 있을 정도로, 작가 전하는 작품 세계는 아이들을 향한 끝없는 사랑과 따뜻한 진심이 묻어난다. 집, 교실 등 익숙한 공간을 통해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풀어 놓으며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공감 어린 이야기를 전하는 수지 모건스턴. ‘사계절 웃는 코끼리’에 담은 열한 편의 동화는 어떤 보석을 품고 있을까?
좋고 싫음이 분명한 아이들의 분투기 -『케첩 좋아, 토마토 싫어』표제작 「케첩 좋아, 토마토 싫어」는 엉뚱한 남자아이 케빈이 펼치는 흥미로운 이야기다. 케빈은 세상에서 케첩을 제일 좋아한다. 케첩을 치지 않으면 어떤 음식도 먹지 않을 정도다. 샐러드에도 케첩을 뿌리고, 찐 달걀에도 케첩을 얹고, 시금치에도 케첩을 묻혀서 먹는다. 심지어 케빈은 급식에 초콜릿 과자가 나와도 초콜릿을 빨아 먹고는 과자 속을 케첩으로 채운다.
그런 케빈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건 바로 토마토다. 토마토는 케첩을 쳐도 절대 입에 대지 않는다. 음식에 토마토 비슷한 것이 조금이라도 들어 있으면 아예 먹지 않는다.
어느 일요일, 케빈은 배가 고파서 부엌으로 갔는데 조리대 위에 수북이 쌓인 토마토를 본다. 케빈이 엄마에게 토마토가 왜 여기 있느냐고 묻자, 엄마는 케첩이 똑 떨어져서 그렇다고 답한다. 지금 이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케빈, 도대체 케첩을 만드는 거랑 토마토랑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 그러자 엄마가 들려주는 명쾌한 대답!
“토마토를 으깬 게 케첩이랍니다, 도련님! 토마토를 삶아서 설탕과 식초를 넣으면 네가 먹어 본 것 중에 가장 맛있는 케첩이 될 거야.” (본문 17쪽)
케첩에 토마토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몰랐던 케빈. 케첩 통에 뒤통수라도 맞은 듯 어안이 벙벙하다. 이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된 케빈에게는 어떠한 변화가 찾아올까?
케빈이 케첩에 푹 빠져 있는 아이라면, 「릴리는 책을 좋아해」의 릴리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책을 무척 사랑하는 여자아이다. 글을 알기 전에도 몇 시간씩 책을 펼쳐 놓고 그림을 보곤 했다. 글자도 알고, 단어도 알고, 문장도 알게 된 지금은 온종일 책 속에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릴리는 쉬는 시간이면 운동장 한쪽 구석에 앉아서, 간식을 먹는 대신 책에 코를 박고 읽기 시작한다. 가끔 남자애들 몇 명이 와서 “야, 유식쟁이!” 하고 놀려도 신경 쓰지 않는다. 릴리는 종이 냄새도 좋아하고, 매끈한 겉표지를 만져 보는 것도 좋아한다. 책에 쓰인 작가의 이름을 한 글자 한 글자 소리 내어 읽어 보는 것도 재미있다. 릴리에게 책은 신비의 세계나 마찬가지다. 책에서 릴리는 많은 친구를 만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릴리에게 친구가 없는 건 아니다. 릴리는 친구들과 줄넘기를 하는 것도 좋아한다. 줄넘기를 하다가 줄에 걸려 넘어질 때도 있다. 무릎을 다쳐서 피가 나니까 굉장히 아팠다. 릴리는 결국 양호실에 가서 무릎에 붕대를 감고 교실에 돌아온다. 그런 릴리를 본 남자아이들은 더 이상 “유식쟁이야!” 하고 놀리지 않고, 릴리의 책을 챙겨다 준다.
그 순간, 릴리에게 멋진 생각이 떠오른다. 책에서처럼 우리 생활에도 신기한 일이 무척 많이 일어난다는 것! 릴리는 이제 자신에게 일어나는 이야기를 글로 쓸 야무진 다짐을 한다.
릴리처럼 똘똘한 아이가 있는가 하면, 세 번째 이야기「그거!」에 등장하는 미카엘처럼 천연덕스러운 개구쟁이도 있다. 미카엘은 어느 날 형이 “그거 좀 줘.” 하고 말했을 때 그 말이 신기했다. 형이 달라는 게 소금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그거’가 무엇인지 물어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미카엘은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 미카엘의 선생님 말로는 프랑스 어 낱말이 75,000개나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미카엘은 자신이 백 살 넘게 산다 해도 그 엄청난 낱말들을 모두 세 번 이상 말할 시간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모든 낱말을 ‘그거’로 대신하기로 한다.
어느 월요일, 선생님은 지난번에 배운 낱말 시험을 낸다. 미카엘은 ‘그거’라는 말로 모든 답을 채운다. 그러자 선생님은 평소에 공부를 꽤 하던 미카엘이 제출한 답안지를 보고 깜짝 놀라는데……. 미카엘은 선생님에게 ‘그거’에 대한 자신만의 명쾌한 논리를 잘 설명할 수 있을까?
아이들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에 대한 호불호가 분명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는 한없이 각별하지만, 싫어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여기고 적응하는 데에는 미진한 태도를 보인다. 『케첩 좋아, 토마토 싫어』에 실린 세 편의 이야기는 좋고 싫음이 분명한 아이들의 모습을 면밀하게 들여다보며, 싫어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심리를 재치 있게 풀어내고 있다. 또한 간결하면서도 발랄하게 표현된 그림들은 글 읽는 재미와 더불어 풍부한 상상력을 더한다.
아이들은 ‘지금 이 순간’ 가장 반짝이고 있다 요즘은 ‘수학 문제집’으로 태교를 시작하는 시대라고 한다. 배 속에서부터 공부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니, 초등학교 시기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선행 학습’이 당연한 교육 과정으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으니 아이들은 경쟁적으로 공부하는 데 열을 올릴 수밖에……. 초등학교 때는 중학교를, 중학교 때는 고등학교를 바라보며 하루하루 절박하게 살아 내는 게 대한민국 어린이들의 일상사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그렇게 살아가는 아이들이 마주할 미래는 과연 희망적일까?
아이들에게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은 마음 편히 놓아 주면 어떨까. 너무 많은 강요와 압박으로 지치게 하지 말고, 마음껏 자랄 수 있도록 지켜봐 주는 건 어떨까. 수지 모건스턴이 전하는 열한 편의 동화는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 자라나는 아이들의 반짝이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 준다. 그러면서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모습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담대하게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