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반올림 시리즈 29권. 소비주의에 대한 묵직한 문제의식을 보여주는 청소년 소설이다. 위고가 자기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해, 자기 자신의 위선에 대해, 혹은 자기 자신이 나아갈 바에 대해 탐색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진짜 어른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닫게 된다.
엄마 아빠의 직장 때문에 프랑스 본토를 떠나 아프리카의 섬나라 마요트에서 살게 된 위고. 마요트는 원주민인 마오레족이 살고 있고, 여러 모로 낙후된 곳이라 아무래도 낯설고 불편하다. 하지만 위고는 ‘본토에서 온 백인’으로서 정체성을 유지한 채 마요트에서의 생활에 조금씩 적응해 간다.
어느덧 3년의 시간이 흐르고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간 위고는 마오레족 소녀 자이나바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부주의하고 무분별하게 사랑을 나눈 나머지 자이나바가 임신을 하고, 상황에 몰린 위고는 모든 일의 뒷수습을 어른들에게 맡겨놓고 마요트를 떠나게 된다.
프랑스로 돌아온 위고는 죄책감과 자괴감에 시달리는 한편, 본토에서의 적응도 쉽지 않다는 사실에 당황한다. 위고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나 유행하는 잡지 등에 열광하는 또래 애들을 불편해한다. 엄마 아빠와 여동생 리디는 아무 문제없이 쇼핑과 사교에 열중하지만, 그럴수록 위고는 엇나가기만 하는데….
출판사 리뷰
사고 싶다, 사고 싶다, 사고 싶다…… 우리가 무언가를 사는 이유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혹은 왕따를 당하지 않기 위해) 노스페이스 패딩점퍼를 입는게 저열하고 한심하다는 것쯤은 아이들도 알고 있다. ‘등골브레이커’라고 불릴 만큼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무언가를 구입하는 것 말고 무엇으로 자신을 증명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근거 없는 자신감과 시시때때로 마음을 좀먹는 열패감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데, 문제는 청소년들이 자신감을 드러내거나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동원할 만한 수단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성적이나 외모? 모든 아이들이 1등이 될 수는 없는 일이고, 외모란 언제나 불만족스럽기만 하다. 정신적 자유라거나 인문학적 사유 같은 건…… 당연히 씨알도 안 먹힐 소리다. 그래서 찾은 대안, 혹은 유일한 방법이 바로 소비다. 바야흐로 소비문화를 빼놓고는 십대문화를 이야기하기조차 어려운 시대다.
이런 상황에서 미카엘 올리비에의『나는 사고 싶지 않을 권리가 있다 』는 청소년소설로는 보기 드물게 소비주의에 대한 묵직한 문제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첫 번째 장에서 주인공 위고는 아빠와 의견충돌을 빚고“앞으로 뭘 하고 싶냐?”는 아빠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 지난 다섯 해를 회상한다. 엄마 아빠의 직장 때문에 프랑스 본토를 떠나 아프리카의 섬나라 마요트에서 살게 된 위고. 마요트는 원주민인 마오레족이 살고 있고, 여러 모로 낙후된 곳이라 아무래도 낯설고 불편하다. 하지만 위고는‘본토에서 온 백인’으로서 정체성을 유지한 채 마요트에서의 생활에 조금씩 적응해 간다.
어느덧 3년의 시간이 흐르고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간 위고는 마오레족 소녀 자이나바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부주의하고 무분별하게 사랑을 나눈 나머지 자이나바가 임신을 하고, 상황에 몰린 위고는 모든 일의 뒷수습을 어른들에게 맡겨놓고 마요트를 떠나게 된다. 위고가 이렇게 비겁한 방법을 취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자이나바를 비롯한 마오레족 청소년들처럼 성숙한 삶의 태도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며, 마요트에 충분히 동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위고는 그저 나약하고 미숙한 백인 소년에 불과했던 것이다.
세상의 끝에서 찾은 소중한 권리
이 작품은 1부‘세상의 끝’과 2부‘세상의 반대편’,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마요트에서의 삶을 다룬 1부와 다시 프랑스 본토로 돌아온 이후 겪는 위고의 혼란을 다룬 2부는 아예 다른 이야기처럼 보일 지경이다. 하지만 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마요트와 프랑스는 양 극단에서 서로를 비추는 거울과 같다. 특히 예민하고 고통스러운 성장기를 보내고 있는 위고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게다가 마요트와 프랑스에서의 생활은 나란히 놓고 볼 때라야 그 실상을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프랑스로 돌아온 위고는 죄책감과 자괴감에 시달리는 한편, 본토에서의 적응도 쉽지 않다는 사실에 당황한다. 위고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나 유행하는 잡지 등에 열광하는 또래 애들을 불편해하고, 세일 기간에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들을 사기 위해 미친 듯이 몰려드는 사람들을 보고 진저리를 친다. 엄마 아빠와 여동생 리디는 아무 문제없이 쇼핑과 사교에 열중하는데 그럴수록 위고는 엇나가기만 한다.
물질만능주의와 소비주의에 넌덜머리를 내면서도 불평불만을 늘어놓고 가족들을 공격하는 것 말고는 방법을 알지 못하던 위고는 어느 날, 대형 광고판에 낙서를 하고 있던 샤를리를 만나 한눈에 반한다. 그리고 샤를리를 통해 반소비주의 운동가 그룹을 알게 되면서 새로운 세상에 눈뜨고, 결국 파리까지 가서 광고 반대 게릴라 시위를 벌이다 체포되고 만다. 위고가 마요트와 프랑스 양쪽 모두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한 것은 당연하다. 위고가 찾아야 할 것은 제3의 길이었으므로. 우월감에 사로잡혀 있거나 열등감에 괴로워하거나, 사거나 사지 않거나, 그 사이에는 무수한 선택지가 놓여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이제, 위고는어떤태도를취해야할것인가?“ 대체뭐가되려고이러냐, 위고?”아빠의 물음에 오랜 시간 고민에 빠져 있던 위고는 마침내 대답을 생각해 낸다. “나중에, 나는 자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이때 자유란, 무한정 의미를 확장시킬 수 있는 절대 자유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모든 상황과 분위기, 유행, 무언의 압력, 소비주의의 광풍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이다. 무엇이든 해도 좋고, 무엇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자유. ‘사고 싶지 않을 권리’란 그런 자유를 일컫는 다른 말이기도 하다.
위고가 자기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해, 자기 자신의 위선에 대해, 혹은 자기 자신이 나아갈 바에 대해 탐색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진짜 어른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닫게 된다. 위고는 자신이 처한 위치를 밖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고, 그 기회를 붙들고 치열하게 고민한 끝에 나름대로 중요한 결론에 이른다. 어쩌면 자연으로 돌아가자거나, 소비자본주의에 반기를 들자거나 하는 일련의 메시지들은 부차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그보다 작가는 이 작품의 독자들이 울타리를 딛고 선 자로서의 자신의 위치를 깨달아야 한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청소년들이 가져야 할 삶의 태도라는 사실을 힘주어 말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 소개
저자 : 미카엘 올리비에
1968년 프랑스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에는 피아노와 음악 이론과 합창을 공부했고, 이후 영화 공부를 한 뒤 몇 년 동안 텔레비전 방송을 만들기도 했다. 스물다섯 살부터는 텔레비전 방송과 영화 시나리오, 다큐멘터리, 어린이 프로그램 등에 글을 쓰는 데 전념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뚱보, 내 인생>, <엠마의 인생 수업>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