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난 투명 인간도, 누군가의 배경 음악도 아니야!”
존재감 없던 무명 중학생이 학폭에서 살아남는 법낯선 사람들 앞에서 자기 이름도 말하지 못하는 중학교 1학년 로절린드. 정신과 상담 결과 선택적 함구증이라는 병명을 얻고 공식적으로 말을 못 하는 아이가 되었다. 초등학교는 어떻게든 버텼는데 아는 아이 하나 없는 중학교에 들어간 로절린드는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는다. 아무리 말을 하려고 해도 목구멍에 말이 끼어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 로절린드에게 아이들은 음소거 개미라는 별명을 붙여 놀리고 기회만 되면 괴롭힌다. 지옥 같은 날들을 보내던 로절린드는 굳은 결심을 한다. 자신의 존재감과 목소리를 되찾기 위해 블로그에 학폭 가해자들의 행태를 고발하기로 한 것.
블로그 이름은 ‘미스 노바디’. 누구도 블로그의 운영자를 알 수 없다. 로절린드는 침묵의 감옥에 갇혀 있던 수많은 말들을 블로그에 쏟아내고, 블로그는 순식간에 화제의 중심에 선다. 스스로를 배경으로 여기며 무색무취의 존재로 학교에 다니던 노바디들은 미스 노바디의 행보에 용기를 얻고 자신의 이야기를 블로그에 털어놓는다. 학교에는 노바디들의 작은 목소리가 조금씩 울려 퍼지고 가해자들은 당황한다. 그런데 순조롭던 미스 노바디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끼어든다. 누군가 미스 노바디를 사칭하는 계정을 만들어 가해자를 역으로 혐오하고 괴롭히는 일들을 벌인 것. 로절린드는 자신이 만든 블로그가 의도치 않게 괴물이 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제 로절린드가 해야 할 일은 솔직하게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고 이 모든 일들을 바로잡는 것이다. 로절린드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아마도 존재감 제로』는 자신의 존재감을 깨닫지 못하고 투명 인간으로 살아가는 십 대들에게 배경이 아닌 진짜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북돋워주는 성장 소설이자 응원가다.
현실 중학생의 일상을 그대로 옮겨 왔다!
웃음과 눈물, 공감과 응원이 교차하는 힐링 소설의 탄생로절린드가 말을 하지 못하는 상황은 특수해 보이지만, 많은 십 대들의 콤플렉스와 불안한 단면을 대표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이 책의 작가는 14살 로절린드가 느끼는 불안감과 부정적인 생각들을 거르지 않는다. 그 생각들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십 대들이 체감하는 현실과 많은 부분이 겹친다.
새로운 학교에 다니는 일은 마치 거대한 열차가 나를 향해 달려오는데 선로에 몸이 묶여 꼼짝달싹 못 하는 느낌과 같았다. 머릿속에는 오만 가지 질문이 박쥐처럼 날아다니고 갖가지 어색한 침묵의 시나리오가 떠올랐다. ‘내 이름도 말 못 하면 어떡하지? 또 무시당하면 어떡하지? 새로운 학교의 친구들이 전부 나를 별나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나 같은 아이가 아무도 없으면 어떡하지?’ 그러다 가장 중요한 문제가 고개를 들었다.
‘진짜로 한마디도 못 하면 어떡하지?’
중학교에 등교하는 첫날이 오기 전에 선택적 함구증이 마술처럼 사라지기를 바랐다. 하지만 너무 걱정한 나머지 증상은 더 심해지고 말았다. 결국 내가 옳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얼마나 간절히 소망하는지와 상관없이 나 같은 사람에게 꿈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본문 중
로절린드는 입 밖으로 말을 꺼내지 못할 뿐 좋은 관계를 맺고 싶고 좋은 삶을 살고 싶은 열망으로 똘똘 뭉친 아이다. 14살이라는 변화의 길목에서, 아무렇지 않게 밀치고 괴롭히는 아이들에게 한 마디도 하지 못하는 상황을 바꾸기로 마음먹는다. 모든 것이 엉망으로 돌아가도 다시 바로잡을 방법을 찾고, 작은 행동이라도 해 보겠다고 결심하며 고군분투하는 로절린드의 모습은 좌절 속에서 일어나는 방법을 선명하게 보여 준다. 독자들은 로절린드의 실패와 좌절, 성장을 지켜보면서 자신을 보듬고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이 소설은 지극히 현실적인 소재들을 다루고 있지만 전혀 무겁거나 어둡지 않다. 로절린드의 머릿속은 블랙 코미디 영화를 보는 듯 솔직하고 시크하다. 거기다 한결같이 이어지는 감정기복과 자잘한 걱정, 미워할 수 없는 소심한 허세까지 독자들은 읽는 내내 로절린드의 세계에 푹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누나를 한없이 지지하는 아픈 동생 세브와 언어 치료사 옥타비아 선생님, 생애 처음 사귄 친구 아일사, 괴짜 아버지까지 로절린드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돕는 좋은 사람들 덕분에 이야기는 입체적이고 지루할 틈이 없이 흘러간다.
학폭 문제, 소셜 미디어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과
연대의 힘을 보여 주는 성장 소설소셜 미디어는 십 대들의 일상을 지배하는 거대한 시스템이자 소통을 위한 필수 도구다. 『아마도 존재감 제로』는 소셜 미디어의 빛과 그림자를 분명하게 보여 준다. 소셜 미디어는 자신을 표현하고 소통하는 도구이지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인정받는 것에만 초점을 맞출 때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 작가는 로절린드가 블로그를 만들고 그 안에서 목소리를 내는 과정을 통해 소셜 미디어 상에서 건강하고 균형 잡힌 소통을 하자고 제안한다.
이 책은 학폭 문제를 보는 시선 또한 남다른데, 12년 동안 교사로 일한 작가의 경험과 내공으로 피해자와 가해자, 방관자의 위치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우리에게 분명하게 전해 준다.
소심하다고, 말을 하지 못한다고, 힘이 약하다고, 만만해 보인다고…. 가해자들이 밝히는 괴롭힘의 이유는 수백 가지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괴롭힘과 폭력을 정당화할 수 없다. 이 책은 로절린드가 ‘존재감 없는 존재들’과 연대하고 목소리를 내고 서로 살피면서 좌충우돌 폭력에 맞서는 용기 있는 모습을 보여 준다. 이를 통해 한 사람이 자기다움을 찾고 존재감을 회복해 나가는 과정은 유쾌한 감동과 용기를 선사해 준다.
내가 공식적으로 별난 아이라고 진단받은 건 2년 전, 열두 살 때다. 그전에도 비공식적으로 별난 아이긴 했다. 부모님도 짐작했던 것 같다. 그날 랭리 선생님의 진료실에서 모두 나만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름을 말해 주겠니?”
말이 안 되는 말이다. 선생님은 오랫동안 우리 가족을 진료했다. 만에 하나 그때까지 내 이름을 몰랐다면, 선생님은 내 이름으로 예약된 진료 시간에 누가 나타나리라 생각한 걸까? 사실 나는 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특별한 상황에 맞닥뜨리면 머릿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진다. 내가 하려는 말이 머릿속에서 감쪽같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그럼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혹은 머릿속에 너무 많은 말이 한꺼번에 떠올라서 엉망진창 난장판으로 변해 결국 한마디도 하지 못하곤 한다. 어떤 때는,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정확히 아는데 그 말이 어딘가에 걸려 도저히 꺼낼 수 없다.
중학교에 등교하는 첫날이 오기 전에 선택적 함구증이 마술처럼 사라지기를 바랐다. 하지만 너무 걱정한 나머지 증상은 더 심해지고 말았다. 결국 내가 옳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얼마나 간절히 소망하는지와 상관없이 나 같은 사람에게 꿈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