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사계절 아동문고 시리즈 83권. 좋은 엄마, 나쁜 엄마가 아닌 ‘우리 엄마’를 이해해 나가는 열세 살 가영이의 성장담이 시종일관 흥미롭고 유쾌하게 펼쳐진다. 너무 가까워서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존재, 엄마에 대한 인간적인 이해와 함께 엄마의 또 다른 모습도 인정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엄마가 요즘 이상하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집에 두고 그림을 그리러 다닌다. 아빠 몰래 학교에서 방과 후 교사로 미술도 가르친다. 언니 도시락도 안 싸 주고 떨어진 교복 단추마저 깜박한다. 아빠는 할머니가 아픈 건 전부 엄마 탓이라면서 화만 낸다. 언니도, 나도, 아빠도, 예전 같지 않은 엄마 때문에 사는 게 불편해졌는데, 엄마는 더 늦기 전에 엄마의 인생을 제대로 살고 싶다고 하는데….
출판사 리뷰
엄마가 요즘 이상하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집에 두고 그림을 그리러 다닌다. 아빠 몰래 학교에서 방과 후 교사로 미술도 가르친다. 언니 도시락도 안 싸 주고 떨어진 교복 단추마저 깜박한다. 아빠는 할머니가 아픈 건 전부 엄마 탓이라면서 화만 낸다. 언니도, 나도, 아빠도, 예전 같지 않은 엄마 때문에 사는 게 불편해졌는데 엄마는 아니다. 더 늦기 전에 엄마의 인생을 제대로 살고 싶단다. 마흔 살 우리 엄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좋은 엄마, 나쁜 엄마가 아닌 ‘우리 엄마’를 이해해 나가는 열세 살 가영이의 성장담이 시종일관 흥미롭고 유쾌하게 펼쳐진다. 어린이문학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호평과 함께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 온 『엄마의 마흔 번째 생일』의 개정판이다. ‘사계절 아동문고’의 여든세 번째 책.
우리들의 잃어버린 ‘엄마’를 찾아서
부엌에서, 거실에서, 늘 ‘가족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는 사람.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은 사람. 바로 ‘엄마’에 대해 우리들이 갖고 있는 보편적인 인식이 아닐까? 점점 일하는 엄마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지만, 그렇다고 해서 엄마에 대한 인식이 진화한 것은 아니다. 일을 할 수 있는 기회와 범위는 점차 넓어지고 있지만 ‘엄마의 직장’은 여전히 ‘아빠의 직장’에 비해 이차적이고 부수적인 가치로 받아들여진다. 양육 대신 직장을 선택했다는 죄책감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며 엄마 스스로도 ‘좋은 엄마’가 아니라는 생각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아이들에게 엄마의 무게나 사회의 편견은 중요하지 않다. 아이들에게 집에 있는 엄마는 ‘그냥 엄마’이고 직장에 다니는 엄마는 ‘일하는 엄마’일 뿐이다. 아이들이 엄마에 대해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가족의 탄생 이후 오랫동안 잃어버린 개인의 역사가 바로 엄마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엄마의 마흔 번째 생일』은 엄마의 의미를 서서히 깨달으며 이해해 나가는 열세 살 가영이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너무 가까워서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존재, 엄마에 대한 인간적인 이해와 함께 엄마의 또 다른 모습도 인정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엄마, 그냥 평범하게 살면 안 돼?
씩씩하고 활달한 초등학교 6학년 여자아이 가영이는 운동을 좋아한다. 특히 축구는 남자아이들보다 뛰어난 실력을 자랑한다. 가영이는 무엇이든 복잡한 건 싫어하고, 심각한 상황에 닥치면 일단 배가 고파지는 단순명쾌한 성격의 소유자다. 공부를 썩 잘하지는 못해도 건강하고 튼튼한 몸과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런 가영이가 얼마 전부터 원치 않는 골머리를 썩고 있다. 바로, 달라진 엄마 때문이다.
엄마는 전공을 살려 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했다. 마침 미술 학원을 하는 엄마 친구가 엄마더러 화실에 나와서 학생들 그림도 봐 주고, 직접 그림도 그리면 어떻겠느냐고 했다는 것이다.
“정신이 있어? 어머니가 저렇게 아픈데 직장에 나가겠다니…….”
아빠는 어이가 없다는 듯 엄마한테 말했다. 나도 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동안 일을 해야겠다는 엄마 말을 여러 번 들었지만 나는 그냥 말뿐인 줄 알았다. 하필 할머니 병이 점점 심해지는 바로 이때 무턱대고 직장에 나가겠다는 것이 어쩐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맞아. 어머니 편찮으셔. 그래서 더 내 일을 하고 싶어. 이다음에 어머니처럼 마음의 병으로 지난 일들을 원망하며 살고 싶지 않거든.”
엄마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 본문 31~33쪽에서
언젠가부터 가영이에게 가족은 생각만으로도 귀찮고 복잡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 언니는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자이고, 할머니는 치매에 걸려 가족도 잘 알아보지 못하신다. 아빠는 집에 들어오면 엄마한테 화만 내기 일쑤다. 가영이는 집에 있으면 마음 편히 지낼 수가 없다. 자기 방도 없는 터라 언니 방에 가끔 누워 있곤 하는데, 언니는 그 마저도 허락하지 않고 늘 엄마보다 더한 잔소리를 한다.
가영이 생각에 이 모든 건 다 엄마 때문인 듯하다. 그동안 잘 지내다가 갑자기 직장에 나가겠다고 하는 바람에 모든 게 꼬여 버린 것만 같다. 얼마 전, 엄마는 가영이가 다니는 학교에까지 찾아왔다. 방과 후 자원 교사로 미술을 가르치러 학교에 온 거다. 고모들이 요일별로 당번을 서서 할머니를 보러 온다고 해도, 가영이는 엄마가 그냥 집에 있는 게 좋다. 언니는 ‘마흔 살이 된 엄마의 반란’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가영이는 당최 모르겠다. 엄마가 갑자기 왜 저렇게 달라졌는지 말이다. 가영이는 엄마가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 가는 것 같아서 속상하고 화가 난다. 그리고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아빠가 불쌍하고 안쓰럽게 여겨진다.
엄마는 가족의 그림자가 아니야
변해 버린 엄마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한 가영이는 어느 날 신체의 변화를 맞이한다. 생리를 시작한 것이다. 다른 날과 다름없이 축구를 하고 있는데 뭔가 머리가 좀 아프고 아랫배가 묵직묵직해서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설마 그 일일 줄은 몰랐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걸 발견한 녀석이 주환이라니! 주환이는 어릴 적부터 가영이를 잘 따르는 연약한 남자아이다. 6학년이 되어 같은 반이 된 후로는 가영이를 졸졸 쫓아다닌다. 마음이 착하고 순진한 아이지만 눈치가 없는 게 탈인데, 결국 주환이 때문에 반 아이들은 가영이가 생리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 기회를 틈탄 것인는 모르겠지만, 남자아이들이 체육 대회에 있을 축구 시합에서 가영이를 빼기로 한다.
“이번 시합에는 남자애들만 나가기로 했어.”
더 이상 듣고 있을 수 없어 나는 몸을 일으켰다. 그사이 여자애들은 내가 축구 시합에 못 나가는 까닭을 물었다. 나도 궁금했다.
“그러는 게 어딨어? 여자라도 가영이는 축구 진짜 잘하잖아? 봄 체육 대회 때도 가영이 덕에 우승했다고 너네들 다 좋아했잖아. 그런데 왜 가영이를 빼니?”
축구에는 별 관심이 없던 여자애들이 다투어 물었다.
“그게 문제의 답이기 때문이지. 다른 반에서 가영이가 나오면 시합을 안 하겠단다. 봄 체육 대회 때도 우리 반이 실력이 좋아서 이긴 게 아니라 가영이 때문에 자기들이 못한 거래. 여자애가 있으니까 몸싸움도 제대로 못하겠고 태클이니 헤딩 같은 것도 못했대.”
“그래서? 지들이 실력이 좋은데도 나 때문에 봐줬단 말이야?”
내 목소리가 컸는지 아이들이 일제히 나를 보았다. -본문 126~127쪽에서
축구 시합으로 시작된 다툼은 남자 대 여자의 싸움으로 이어져 반 전체의 갈등으로 번져 나간다. 가영이는 말싸움 끝에 주먹을 날리고 만다. 선생님은 화해하라고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왜 축구 시합에서 빠져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는 채로 화해를 할 수는 없으니까. 그사이 가영이의 엄마는 모교 전시회에 작품을 출품하게 되고, 가영이의 아빠는 엄마가 방과 후 교사로 활동했다는 소식을 뒤늦게 알고 불같이 화를 낸다. 아빠가 하지 못하게 반대하는 건 엄마뿐이 아니다. 아빠는 가영이에게도 더 이상 축구를 하지 말고 시합에서 빠지라고 못 박는다.
그동안 가영이는 ‘다 엄마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아빠가 화를 내는 이유도, 집안 분위기가 어수선한 이유도, 언니가 신경질을 내는 이유도, 다 엄마 때문인 것 같았다. 하지만 가영이는 아빠가 왜 저렇게 자꾸 화만 내는지 아리송해진다.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 보지도 않고, 하고 싶어 하는 이유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도 않고, 여자니까 무조건 하지 말라니……. 혹시 엄마도 그림을 그리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몰라서 아빠와 화해하지 않는 걸까?
아빠는 선생님 말만 들을 게 아니라 내 얘기도 공평하게 들었어야 했다. 아무리 우리 아빠지만, 내게 시합에 빠지라고 일방적으로 명령하는 건 옳지 않다. 내가 지금껏 알았던 아빠의 모습이 아니었다.
엄마 문제도 그랬다. 아빠 얘기를 들으면 할머니 아픈 건 모두 엄마 탓이다. 그럼 할머니는 엄마가 곁에 있었으면 치매에 걸리지 않았을 거라는 말인가? 그리고 왜 아빠는 엄마 전시회를 축하해 주지 않지? 무조건 다른 여자들처럼 살라니?
무조건 화해하고, 무조건 축구 시합에 나가지 말고, 무조건 화실 정리하고, 무조건, 무조건……. 도대체 아빠가 원하는 딸은 어떤 딸이지? - 본문 146쪽에서
불행 중 다행인지, 축구 시합 사건은 의외로 멋지게 마무리가 되었다. 가영이네 반은 남학생과 여학생 모두가 참여하기로 했다. 시합에서 이기고 지는 승부보다는 함께 참여해서 좋은 추억을 만들어 보자는 쪽으로 근사한 결론이 난 거다. 하지만 모든 게 좋을 수는 없다. 가영이의 엄마와 아빠는 위태로운 침묵 속에 점점 더 사이가 멀어진다. 결국 엄마와 아빠는 당분간 잠시 떨어져 지내기로 한다.
할머니의 병세가 갈수록 위독해지던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가영이는 할머니가 방에 계시지 않자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불행한 마음은 날카롭고 슬픈 사실을 직면하게 만든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뒤늦게 소식을 듣고 달려온 엄마는 할머니의 영정사진 앞에서 오랜 세월 참았던 깊은 울음을 터뜨린다.
“언니는 엄마가 왜 울었는지 알아?”
“정이겠지, 뭐. 아무리 미운 시어머니라도 함께 산 게 몇 년인데.”
언니도 엄마가 운 이유를 정확하게 모른다. 나는 알 것도 같았다. 짬미 집에서 엄마가 흐느끼면서 할머니 얘기를 했던 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날 사진 뒤에 누워 있는 할머니는 엄마한테 시어머니도 아빠의 엄마도 우리 할머니도 아니었다. 엄마는 할머니처럼 늙어 갈 엄마 모습을 보고 있었을 것이다. 마흔이면 언니나 나보다 훨씬 할머니 나이에 가까운 거니까.
“마흔, 맞다. 엄마 생일!”
내 말에 언니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날이 바로 엄마의 진짜 마흔 번째 생일이었던 것이다. - 본문 175쪽에서
아직 열세 살 가영이가 모든 걸 이해할 수는 없다. 여전히 알지 못하는 것들도 많고, 미처 몰랐다가 알게 된 것들도 있다. 엄마와 아빠를 한꺼번에 이해하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가영이는 아주 어려운 일도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엄마와 아빠가 함께 행복하게 살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불행하지는 않을 것 같다. 엄마는 엄마 나름의 생각이, 아빠는 아빠 나름의 생각이 있을 테니까. 다만 이제는 여자 쪽을 이해하는 게 좀 더 쉬워졌다. 가영이는 엄마의 새로운 시작에 힘찬 응원을 보내기로 한다. 엄마가 잃어버렸던 삶의 조각을 멋지게 찾을 수 있도록 말이다.
좋은 엄마, 나쁜 엄마가 아닌 ‘우리 엄마’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이 책을 쓴 최나미 작가는 아이에서 어른으로 넘어가는 초등 고학년 아이들의 모습을 그려 내는 데 탁월한 이야기꾼이다. 『엄마의 마흔 번째 생일』에서도 작가는 익숙하고 평범한 가족의 풍경을 가까이 들여다보면서 누구나 공감하지만 아무나 이야기할 수 없었던 소재를 한 편의 감동적인 동화로 매끄럽고 탄탄하게 풀어 놓았다.
초등학교 고학년 시기가 되면 아이들에게 ‘가족’이란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는, 익숙한 삶의 일부분으로 여겨지게 된다. 이미 조금은 번거롭고 귀찮은 존재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을 수도 있다. 그렇게 익숙한 가족의 중심에는 ‘엄마’라는 존재가 있다. 어느새 아이들에게 엄마는 하나의 인격체라기보다는 그저 ‘잔소리’나 ‘밥’ 같은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학교생활에 바쁘고, 친구 관계에 예민하고, 성적 때문에 골치가 아픈데 그 와중에 ‘엄마’를 자세히 들여다볼 까닭도, 여유도 없는 것이다.
2005년 출간 이후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 온 『엄마의 마흔 번째 생일』이 2012년을 맞아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는 소식은 그래서 더욱 반갑고 뜻깊다. 가족을 위한 희생이 엄마의 전부가 아님을, 엄마도 엄마 나름의 존재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꼭 필요한 깨달음을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애 가장 중요하다는 청소년기를 보내는 아이들을 위해, 엄마는 엄마만의 중요한 시기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십대의 시간이 거침없이 흘러가는 것처럼, 엄마의 시간 역시 젊음과 청춘에서 멀어지며 그렇게 홀로 나이를 먹고 있는 건 아닐까? 『엄마의 마흔 번째 생일』은 가장 평범하고도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며, 곁에 머물고 있는 소중한 존재를 다시금 따듯하게 바라보게 한다.
작가 소개
저자 : 최나미
서울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아동학을 공부했다. 지은 책으로 《고래가 뛰는 이유》 《진실 게임》 《천사를 미워 해도 되나요?》 《옹주의 결혼식》 《학교 영웅 전설》 《움 직이는 섬》 《단어장》 《셋 둘 하나》 《걱정쟁이 열세 살》 《엄마의 마흔 번째 생일》 《진휘 바이러스》 《바람이 울다 잠든 숲》 등이 있다.
목차
둘째가 지키는 집
모두 엄마 때문이야
세 가지로 부르는 할머니 병
엄마의 반란
그만두면 좋겠어
딱 들어맞은 계시
짬미의 딸, 엄마
세 개의 얼굴이 그려진 자화상
아침에 꿈 얘기를 들은 날
여자라서 안 되는 일
가출 기분이 나는 나들이
아빠한테 필요한 딸
근사한 회의, 근사한 시합
성도 필요 없는 여자
진짜 마흔 번째 생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