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옥은 지금처럼 보기 힘든 집이 아니었다. 동네마다 나지막한 한옥들이 골목을 사이에 두고 서 있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집은 아파트가 된 것 같다. 한옥은 빠르게 사라져 갔다. 우리의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그 할아버지와 할아버지 때만 해도 우리가 높이 지은 집에서 흙을 딛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햇빛과 바람이 정겨운 집, 우리 한옥』은 한옥에 사는 주인공 아이를 따라 우리 고유의 집 한옥을 정겹게 둘러볼 수 있도록 구성된 지식그림책이다. 수천 년 동안 우리 조상들이 이 땅에 일구어 온 한옥이 어떤 집인지, 우리 한옥을 찾은 손님이 되어 또 식구가 되어 구석구석 한옥에서의 하루를 함께 지내보자.
“우리 마을은 고래 등같이 덩실한 기와집과
둥글둥글 초가집들이 사이좋게 어울려 있어요.
뒷산에 올라 마을을 내려다보면
배불리 먹은 소가 편안히 엎드려 있는 모습 같지요.
앞에는 맑은 내가 흐르고 뒤에는 푸른 산이 달리는
평화롭고 넉넉한 마을 한 켠에
우리 집이 있어요.”
-『햇빛과 바람이 정겨운 집, 우리 한옥』에서
방마다 마루마다 웃음소리 들리는 정겨운 한옥에서의 하루
햇살이 머물고 바람이 노니는 집, 우리 한옥 둘러보기“안녕하세요!” 대문 밖이 북적인다. 멀리서 친척들이 우리 집을 찾아왔다. 오랜만에 만난 언니오빠들과 온 집 안을 뛰어다니며 신 나게 놀 수 있는 날이다. 안채에는 할머니가 엄마랑 음식 준비에 한창이고, 사랑채에서는 두런두런 어른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린다. 우르르 뒷마당으로 달려가 숨바꼭질이며 공기놀이며 맘껏 놀다 보니 시간이 금방 가 버린다. 대청마루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쐬며 우물물 한 사발을 마시고는 이번엔 할머니 방으로 몰려간다. 저녁을 먹고 커다란 이불을 펼치면 할머니의 이야기보따리도 펼쳐질 테니까. 따뜻한 아랫목에 둘러앉아 할머니가 내어 주는 과자를 베어 물고 이야기를 듣다 보면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기분 좋은 하루에 잠을 잘 때도 웃음이 날 것 같다.
사람을 품고 자연을 품은 우주와도 같은 집,
한옥에 스며 있는 우리의 문화와 정서우리 조상들에게 집은 특별한 곳이었다. 집은 사람을 품고 자연을 품고 세상 모든 것을 따뜻하게 품는 작은 우주와도 같았다. 사람도 살고, 흙도 살고, 성주신이며 조왕신이며 집을 지켜 주는 신들도 살고, 풀과 나무도 자라고, 동물들도 잠자는 곳이 바로 집이었다. 모두가 사이좋게 어울려 사는 곳인 만큼 집을 지을 때도 당연히 자연을 훼손하지 않았고, 주변 환경과 어울리게 지었다. 집 뒤에는 든든한 산이 있고, 집 앞에는 물이 흐르는 곳을 좋아했다. 아름드리나무들이 단단히 받쳐 주는 기둥에 황토빛 흙을 바르고 뜨끈뜨끈 온기를 전해 주는 넓적한 돌바닥도 깔았다. 바깥 풍경을 한 폭의 그림처럼 담아내는 창과 문을 만들고 시원한 바람도 놀고 가도록 텅 비운 마당에 마루도 놓았다. 이렇게 지은 집이 바로 한옥이다. 우리나라의 전통 가옥인 한옥은 자연에서 재료를 얻어 자연 속에 쓰임새 좋게 지은 집인 것이다.
또한 한옥에는 우리의 문화와 정서, 가족관 등이 담겨 있다. 온돌과 마루가 공존하며, 아무 데서나 뒹굴 수 있는 좌식의 바닥 구조는 한옥의 가장 큰 특성이다. 여닫이와 미닫이, 들창, 들어열개, 복합문 등의 다양한 창호는 공간을 둘로 나누기도 하고, 두 개의 방을 하나로 쉽게 합치기도 한다. 그만큼 변화를 쉽게 줄 수 있는 유연한 공간이다. 오늘날 집들의 두꺼운 나무로 된 여닫이문은 사생활을 보호할 수는 있지만 가족 사이의 대화를 단절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한지를 바른 한옥의 창호는 보일 듯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을 듯 들리는 구조여서 가족 사이에 쉽게 소통이 이루어지며, 행동거지를 조심스럽게 만들어 준다. 가족 관계를 회복하는 집이며, 자연과 더불어 사는 집이 바로 우리의 한옥이다.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어릴 적 시골 할머니 댁을 여러 번 떠올렸다고 한다. 지금은 기와를 벗어 던지고 옛 모습이 없는 할머니 댁이지만, 어릴 때 사촌들과 어울려 놀았던 그 집을 생각하면서 이 책을 읽는 친구들에게 한옥을 소개하는 마음으로 한 장 한 장 채워 갔단다. 마당에서 흙놀이를 하느라 터 버린 손을 호호 불어 주시던 할머니, 퀴퀴한 메주 냄새 가득한 건넌방에서 먹던 주전부리, 부엌 가마솥에서 끓인 쇠죽을 좋아하던 누렁소, 무서워서 언니와 손 꼭 잡고 같이 갔던 뒷간. 한옥은 그저 사람들이 편히 살려고 지은 집이 아니라 사람들끼리, 그리고 사람과 자연이 정과 추억을 함께 나누기 위해 지은 집인 것 같다고 저자는 또한 말한다.
다행히 최근에는 한옥을 지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남아 있는 한옥을 지키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경제 성장과 개발에만 집중한 국적 없는 집에서 벗어나 이 땅과 우리에게 맞는 집을 찾아 지어야 한다는 생각이 커지고 있다. 수천 년 동안 우리 조상들이 이 땅에 지어 온 집의 의미를 찾고, 그것을 바탕으로 오늘날의 한옥을 일구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인 것이다. 책 뒤에는 부록으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한옥들을 소개해 뒀다. 조선 중기의 소박한 한옥의 모습을 갖춘 윤증선생고택에서부터 마을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양동마을과 하회마을까지, 우리나라 곳곳에서 그 고유의 모습을 오랜 세월 지켜 온 우리 한옥들을 찾아가 보자. 그리고 한옥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터를 지키며 수많은 추억을 간직한 한옥 이야기에 마음이 따뜻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 따뜻한 마음을 그대로 가지고 돌아온다면, 상자 같던 우리 집에도 한옥의 기운이 가득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