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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의 붉은 실내
사계절 | 청소년 | 2011.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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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제4회 문학수첩작가상 수상 작가 조정현의 청소년 소설. 어느 평범하기 그지없는 여고생이 우연한 계기로 자신을 둘러싼 단단한 껍질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오는 여정을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작가는 인터넷 블로그를 소재로 내세워, 오로지 ‘입시’만을 향해 미친 듯이 질주하는 학교에 맞서 소신 있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려는 아이들의 내면을 잘 그려냈다.

비록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리고 있지만, 작품을 읽다 보면 어느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의 단면과 자연스레 겹쳐 보이는 건 작가의 예리한 시선과 통찰력 때문일 것이다. 사계절 1318 문고 시리즈 75권.

어느 날, 교문 위에서 나부끼던 경시대회 수상 축하 플래카드가 훼손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학교는 범인을 색출하기 위해 혈안이 되고,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교내 방송반 ‘보이’의 멤버인 박수리가 지목된다. 그리고 그와 관련한 글이 올라온 인터넷 블로그 ‘로빈의 붉은 실내’가 단연 화제의 중심에 서는데….

  출판사 리뷰

어느 날, 교문 위에서 나부끼던 경시대회 수상 축하 플래카드가 훼손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학교는 범인을 색출하기 위해 혈안이 되고,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교내 방송반 ‘보이’의 멤버인 박수리가 지목된다. 그리고 그와 관련한 글이 올라온 인터넷 블로그 ‘로빈의 붉은 실내’가 단연 화제의 중심에 서는데……. 제4회 문학수첩작가상 수상 작가 조정현의 청소년소설로, 한 평범한 여고생이 우연한 계기로 자신을 둘러싼 단단한 껍질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오는 여정을 감동적으로 그렸다.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작품을 읽다 보면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이 오버랩되는 건 작가의 예리한 시선과 통찰력 때문일 것이다.

C세대, 사이버 공간을 빠져나와 세상과 만나다!
사회 문화계 전반에 걸쳐 C세대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각종 기업들은 C세대의 감성과 욕구를 자극하는 타깃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고, 사회학자들은 이들의 특성을 밝히는 다양한 연구 결과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C세대란 컴퓨터 제너레이션(Computer Generation)을 뜻하는 신조어이다. 또 사이버 제너레이션(Cyber Generation)을 지칭하는 동시에 반도체 칩(Chip)과 카드(Card), 케이블(Cable) 속에 사는 비판(Criticism) 세대이기도 하며 기존 질서로부터의 변화(Change)를 꾀하는 세대를 말하기도 한다. C세대는 개방적이고 능동적이며 개성이 강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같은 컴퓨터를 기반한 가상 세계에서의 의사소통이 생활화되어 있다. 특히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두드러지는 청소년들에게는 스마트폰의 메신저나 인터넷 블로그 같은 비대면(非對面) 공간이 의사소통의 주요 통로가 되고 있다. 평소 말이 없고 감정 표현에 서툰 아이라 하더라도 온라인 세상에서만큼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다. 숨겨 왔던 재능이나 관심사를 알리기도 한다. 어떻게든 남보다 튀어야 살아남는다는 식의 교육 때문일까? 요즘 청소년들은 그만큼 자신을 드러내는 일에 누구보다 적극적이다. 한쪽에선 타인이나 사회에 대한 배려 없이 개인적인 성향만을 키우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이들에겐 분명 의외의 모습도 존재한다. 그리고 그런 의외성은 정치 사회적인 문제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태안 기름 유출 사건이 일어났을 때 자원봉사를 나서거나, 광우병 관련 촛불집회에 참여하거나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여론을 형성해 나간 주체는 다름 아닌 청소년이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있어선 주저 없이 목소리를 낼 줄 아는 것, 이는 좋든 싫든 전면에 나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않는 것이 미덕이라고 배워 온 기성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여기,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세상 속으로 뛰어든 한 여고생이 있다. 이름은 박수리. 교내 방송반에 들어가 화양연화, 즉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때를 보내는 게 꿈인 평범한 열일곱 살 소녀다. 그런데 어이없이 ‘플래카드 훼손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급기야 이 사건의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과연 수리에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로빈의 붉은 실내』(사계절1318문고 75)는 어느 평범하기 그지없는 여고생이 우연한 계기로 자신을 둘러싼 단단한 껍질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오는 여정을 감동적으로 그린 청소년소설이다. 작가는 C세대의 대표적인 소통 공간 중 하나인 인터넷 블로그를 소재로 내세워, 오로지 ‘입시’만을 향해 미친 듯이 질주하는 학교에 맞서 소신 있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려는 아이들의 내면을 잘 그려냈다. 비록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리고 있지만, 작품을 읽다 보면 어느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의 단면과 자연스레 겹쳐 보이는 건 작가의 예리한 시선과 통찰력 때문일 것이다.

플래카드를 내려라, 우리에게도 삶은 존재한다!
인언고등학교에 갓 입학한 수리는 ‘화양연화’(꽃피는 시절, 혹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를 꿈꾸며 교내 방송반 ‘보이’(Voice Of Ineon)에 지원한다. 하지만 ‘보이’는 대대로 입학 성적이 좋은 아이들을 우선적으로 뽑아 온 모범생 집단이다. 사실 수리는 자기 자신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성적이면 성적, 외모면 외모 뭐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시쳇말로 ‘존재감 제로’인 인간이기 때문이다. 오직 삶을 바꿔 보고 싶은 마음에 지원한 방송반인데, 그 사실을 알고 난 뒤 수리는 더 움츠러든다. 결국 수리는 방송반 필기시험을 포기하지만, 운 좋게도 2차 합격생으로 들어가게 된다.

고등학생이 된 나도 화려한 시절을 느껴 보고 싶다는 희망을 품게 되었다. 우율 선배는 방송반에 들어오면 화양연화를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듣자 진짜로 고등학생이 되었다는 기분이 확 밀려왔다.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을 것 같은 어른스러운 기분이랄까? 그날이 그날 같고, 집에서는 끈기도 오기도 없는 애라는 말을 듣던 나에게 우율 선배의 말은 너무나 근사했다. 나의 인생이 180도 변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화양연화라는 말은, 말하자면 엄청난 변화의 폭풍을 예견하는 천둥 같은 말이었다. 나는 그 말에 혹해 방송반 시험을 보았다. - 본문 52~53쪽

그러던 어느 일요일 저녁, 다음 날 조회 준비를 하러 학교에 간 수리는 교문 앞에서 우연히 원우인을 만난다. 수리의 유치원 동창이자 연극반인 우인은 이른바 ‘얼짱’으로 교내에서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인물. 수리는 우인과 친하다는 이유만으로 여자 아이들의 시기를 받는 처지다. 우인은 교문 위에 올라가 학교에서 내건 경시대회 수상 축하 플래카드를 떼려던 중이었다. 사실 플래카드를 두고 학생들 사이에서는 말이 많았다. 논란은 ‘로빈의 붉은 실내’라는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시작되었다. 며칠 전 ‘로빈의 붉은 실내’에는 “피비린내 나는 플래카드를 없애라, 우리에게도 삶은 존재한다.”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고, 학생들 사이에서는 블로그의 운영자인 ‘로빈’이 누구인지 화제에 올랐던 것. 우인은 블로그라는 익명 뒤에 비겁하게 숨어서 떠들어대는 로빈보다 자신이 더 용감하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은 치기 어린 마음에 직접 플래카드를 내린다. 수리는 그런 우인의 우발적인 행동이 걱정되면서도, 얼결에 일을 돕게 된다. 사실 수리는 블로그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그는 바로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 태희였다.

온통 붉은색으로 꾸며진 공간이 강렬해 보였다. 태희가 등 뒤에 멍하니 서 있던 나를 알아차리고 적대적인 눈빛을 보내지 않았다면 나는 상상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계주 팀도 잊어버렸을 것이다. 석양이 노트북 화면에 비껴들어 내용은 제대로 읽지 못했지만, 태희는 뭔가 대단한 것을 쓰고 있는 것 같았다. 훔쳐 본 시간이라야 1~2분 정도였지만, 블로그 이름만은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로빈의 붉은 실내 - 본문 98?99쪽

다음 날, 예상대로 학교는 발칵 뒤집어진다. 새로 부임한 교장 ‘조버로드’는 현수막을 훼손한 범인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된다. 마침 사건 현장에 떨어져 있는 수리의 방송반 배지가 발견되고, 이내 방송반은 표적의 대상이 된다. ‘조버로드’는 매일 방송반 아이들을 교장실로 불러들여 들볶기 시작한다. 방송반의 존폐 여부가 걸린 문제에 봉착하자 수리는 마지못해 자기가 한 짓이라고 자백하고 만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야기를 해 주는 이유가 뭐지?”
내 이야기를 다 들은 조버로드는 예상치도 못한 질문을 던졌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들 수밖에 없었다. 부자연스럽게 팽팽한 얼굴에 비위가 상해 나는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편안하게 이야기하라며 부드럽게 웃었던 조버로드는 이야기를 하는 내내 말없이 나를 보고 있었다. 끈적끈적한 거미줄에 걸린 나비의 심정이 이런 것일까? 얼른 방학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입을 놀렸다. 이야기가 끝나면 조버로드가 화를 내고 설교를 잠깐 늘어놓은 다음에 반성문을 쓰라고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최악의 경우 부모님을 오라고 하면 부모님이 바쁘다든가 하는 핑계를 대고, 그것도 안 되면 할 수 없다는, 한심하지만 내 나름대로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했다. 하지만 조버로드는 나의 예상 중에 어느 것도 선택하지 않았다.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 - 본문 159~160쪽

그때부터 교장과 수리, 또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우인과 전면에 나서길 꺼려하는 태희까지 합세하면서 사건은 복잡하게 꼬여만 간다. 게다가 모범생으로 유명한 류아진이 블로그의 주인은 바로 자신이라며 폭탄 발언을 하면서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간다. 마침내 수리는 방송반, 나아가 자신과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1인 시위까지 하게 되는데…….

“너희들 마음은 알지만, 어쩔 수 없잖니? 교장 선생님은 너희들 생각대로 호락호락 넘어갈 분이 아니야.”
“저도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을 거예요.”
내가 이렇게 이야기했을 때, 조버로드가 무슨 일이냐고 소리쳤다. 담임이 비켜나자 조버로드는 내 모습을 보고 이맛살을 찌푸렸다. 쥐 같은 얼굴이 더 뾰족해졌다.
“뭐냐? 지금 잘못된 어른들 흉내라도 내겠다는 거냐?”
조버로드의 비웃음이 자신에 차 있어서 가슴이 떨렸다. 하지만 나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나마 있는 힘껏 끌어내어 소리쳤다.
“플래카드 같은 거 걸지 마세요! 선생님은 저희에게 징계 내리실 권리가 없어요! 방송반도, 아니 동아리도 저희들 것이니까 선생님 마음대로 할 수 없어요! - 본문 220?221쪽

교실 이데아, ‘내’가 아닌 ‘우리’를 위한 목소리
대한민국에서 고등학생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상급학교로의 진학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어찌 보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절을 입시를 위해 학교에 잠시 담보로 잡히는, 세상에서 가장 잔혹한 거래일 수 있다. 또한 새로운 학교생활에 대한 기대감의 이면에는 경쟁에서 뒤처지면 어쩌나 하는 불안과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가 하나의 거대한 ‘파놉티콘’처럼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수리의 선택, 즉 학교라는 권력에 맞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일은 억압 속에서 지내야 하는 대한민국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해 봤을 일이다.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기에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사실 수리의 반란은 뜻하지 않게 시작되었다. 하지만 수리는 ‘로빈의 붉은 실내’를 통해 끊임없이 자기 내면과 대화한다. 그리고 묻는다. 무엇이 스스로를 가장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드는지를. 그것은 비단 수리뿐만이 아니다. 어설픈 영웅심으로 플래카드를 훼손한 우인도, 자신이 블로그에 올린 글이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못하는 쓰레기라 믿는 태희도 나중에는 자신이 아닌 서로를 위해 싸운다. 그러한 변화의 밑바탕에는 자기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수리의 진정성이 깔려 있다. 그리고 수리와 아이들은 방송반 활동을 통해서도 얻지 못한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경험하게 된다.
이 책을 쓴 조정현 작가는 좌표를 잃고 부유하는 청소년들의 삶을 그린 성장소설 『평균대 비행』으로 제4회 문학수첩작가상을 수상했다. 당시 심사위원(소설가 오정희, 평론가 방민호)들은 ‘젊은이들의 절망감과 페이소스, 성장에 대한 갈망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시종 경쾌한 단문으로 소화해 내는 능력이 뛰어나며 만화적인 스토리의 새로움과 진지한 문제의식이 결합된 수작’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작가의 두 번째 청소년소설인 『로빈의 붉은 실내』 역시 청소년 주인공을 내세운 전형적인 성장 이야기로 읽힌다. 하지만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성장 소설의 한계를 넘어 한 걸음 더 나아간 듯하다. 누구의 도움 없이 오직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변화한 수리라는 캐릭터의 창조가 바로 그것이다.
학교와의 대립 같은 소재는 그동안 국내 청소년소설에서 자주 다뤄져 왔다. 하지만 이 작품이 나름의 의미를 지니는 까닭은 바로 변화의 주체인 수리에게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자신의 인생을 꽃피우고 싶다는 순수한 열망이 자리한다. 더 나은 삶을 위해 기꺼이 행동할 줄 아는 인물, 어쩌면 어지러운 지금 사회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인간상이 아닐까. 작가는 청소년문학에서 그것을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 소개

저자 : 조정현
1973년에 태어나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예창작학과 문학이론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6년에 장편 소설 『평균대 비행』으로 ‘문학수첩 작가상’을 수상하였다. 어릴 적에 포목점을 운영하는 엄마가 세계 동화 전집을 이불 두 채와 맞바꾸어 주었는데, 그때 이야기의 매력에 빠져 지금까지 글을 쓰고 있다. 지은 책 중에서 소설로는 『로빈의 붉은 실내』, 『화려한 경계』, 『바다의 리라』 등이 있고, 어린이 책으로는 음악 동화 『마에스트로 정명훈과 마법사의 사계절』, 『특별한 날, 평생의례 이야기』, 『바닷길은 누가 안내하나요?』 등이 있다.

  목차

1. 교문 위의 원숭이
2. 조버로드
3. 그날 밤, 교문 위에서 생긴 일
4. 화양연화
5. 똥통학교의 조건
6. 김태희
7. 침울한 환영회
8. 로빈의 붉은 실내
9. 호출
10. 비 오는 밤의 산책
11. 설상가상 혹은 폭탄 드롭
12. 8대 2, 라스푸틴의 방법
13. 초대받지 않은 마술사
14. 자백
15. 파라슈트
16. 로빈? 로빈!
17. 샌드위치 맨
18. 소들은 왜 뿔을 가지고 있는가
19. 꽃피는 순간
20. Who Killed Rob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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