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왕따는 나쁜 어른들의 세계를 모방한 권력 투쟁이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정글의 법칙, 집단 따돌림
그 현장에서 자신의 자아 정체성을 지키며 용기 있게 맞서는
아이들의 성장 동화!지금도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는 학교 내의 집단 따돌림(왕따)은 심심찮게 우리 사회면을 장식하며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하지만 내가 겪을 일이 아니라는 듯, 방관하며 지나쳐 버린다면 언젠가 그 피해가 고스란히 자신에게 돌아올지도 모른다. 결코 왕따에는 영원한 가해자도 방관자도 피해자도 없다는 현실을 종종 보게 될 것이다. 왕따는 단순히 한 개인이 사회나 조직, 공동체로부터 강제 이탈되는 소외를 의미하지 않는다. ‘존재의 상실’ 같은 것이다. 특히 청소년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왕따의 피해는 가장 심각하다. 아직 자아 정체성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시기에서의 왕따는 그 파괴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 파괴력은 극단적인 경우, 자살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이는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임에 분명하다. 물론 왕따가 예전부터 있어 왔지만 현재 우리 청소년들에게서 일어나는 왕따와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예전의 가해 학생들은 주로 학교에서 비행 학생들이 신체적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에는 비행 학생뿐 아니라 일반 학생들도 단순히 자신의 이익이나 재미 등을 이유로 친구를 왕따를 시키거나 신체적 폭행을 하는 경우가 있다. 더욱이, 사회적인 가치관의 변화까지 이런 사태 부추기고 있다. 우리라는 공동체적인 가치관이 개인주의 성향으로 바뀌어 가면서 나와 다른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에 차이가 있다. 왕따를 시키는 학생들은 대부분 ‘자기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거나 ‘나와 다른 행동을 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집단 따돌림 행위를 하고 있다. 이는 다양한 개성과 가치관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획일적인 가치를 강요하는 미성숙한 사회의 한 면을 보여 주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귓속말 금지 구역』은 왕따 문제를 넘어
교실에 싹튼 권력에 이용당하는 연약한 인간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한다 왕따를 주제로 한 동화는 이미 많이 나와 있으나, 『귓속말 금지 구역』은 실제 한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을 그대로 그려 낸 작품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왕따의 가해자가 권력을 이용해 경쟁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친구를 왕따 시키는 모습과 권력 앞에서 약해지는 힘의 논리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방관자인 동시에 가해자인 반 아이들의 모습은 위악한 어른들의 세계를 닮아 버린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을 무겁게 한다.
『귓속말 금지 구역』은 귓속말이라는 작은 행위를 통해 학교 왕따 문제, 권력 앞에 부모와 자녀 문제, 개인의 심리 문제 등을 다면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작가는 아이들의 세계를 티 없이 맑고 아름다운 세계로 그리지 않는다. 왕따를 당하는 아이와 왕따를 시키는 아이들의 심리가 사실적이면서도 치밀하게 그려져 있다. 스토리의 빠른 전개, 살아 있는 문장, 솔직한 심리 묘사로 많은 독자들에게 커다란 공감을 준다.
이제 여러분이 누군가에 의해 웃음거리가 되고 왕따를 당하는 일이 생긴다면 혼자라고 생각하지 말고, 부모나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그 상황을 슬기롭게 벗어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작가는 간절히 얘기하고 있다.
교실은 어른들 사회에서 일어나는 온갖 일들이 일어나는 작은 사회야. 어린이들은 그 작은 사회의 구성원이고. 하지만 난 네가 너무 일찍 어른들을 닮아 버린 것 같아서 쓸쓸했단다. 네 나이 때는 아직 몰라도 될 것들,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넌 너무 일찍 알았고 일찍 하고 있는 것 같았어. 물론 너도 어른이 만들어 놓은 희생자라는 거 알아. 그래서 미안하기도 했어.
네가 다른 아이들에게 준 상처들이 언젠가 네가 고스란히 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걸 알게 될 때쯤, 너는 좋은 사람이 돼 있었으면 좋겠다. - 작가의 말
[내용 소개]
정겨운 귓속말이 친구를 왕따시키는 무서운 무기로 변하다니!
이제부터 상대방을 힐끔거리며 귓속말 하는 건 절대 금지야!친구들이 너를 힐끔거리면서 귓속말을 하는 걸 보면 기분이 어떨까? 상상하기도 싫겠지. 너에 대해 나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서고 숨이 막혀 오고 등에서는 식은땀까지 날 거야. 친구랑 나누던 정겨운 귓속말이 어느 순간 누군가를 비참하게 만드는 무기가 되고 말았어. 이제부터 상대방을 힐끔거리며 귓속말을 하는 건 절대 금지야! 귓속말로 괴롭힘을 당한 친구 얘기를 들어 볼래?
소곤소곤소곤…….
지현이가 나를 힐끔 보았다. 또다시 몸속에 송충이가 지나갔다. 귓속말을 하면서 예린이가 나를 노려보았다. 이번에는 더 큰 송충이가 머릿속을 가로질러 지나갔다.
지현이가 나를 한심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저런 애를 회장이라고 뽑아 놨으니 정말 한심해.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어. 이제라도 회장 자리 내놓는 게 어때?
그런 말들이 귓불을 간질이며 벌레처럼 내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주변이 온통 뜨거운 사막이었다. 발을 딛기만 해도 발바닥에 뜨거운 열기가 훅훅 끼쳐 제대로 서 있을 수도 없었다. 그 사막 한가운데, 살갗을 파고드는 태양열을 받으며 혼자 서 있는 기분이었다. - 본문 중에서
주인공 박세라는 학교에서 모든 일에 솔선수범할 뿐만 아니라, 공부도 잘하는 우등생이다. 줄곧 학급 회장을 맡아 오며 친구들을 위해 자신이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름 의식 있는 아이이다. 5학년 새학기 회장 선거에도 막강한 라이벌 차예린을 한 표 차이로 누르고 회장에 당선된다.
하지만 그때부터 세라는 고통스런 왕따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언제나 남 앞에 나서기를 좋아 하고 지기를 싫어하는 차예린이 회장 자리를 뺏기 위해 박세라를 반 친구들과 사이를 갈라놓기 시작한다. 예린이 엄마까지 합세해 아이들에게 피자를 돌리며 환심을 사고, 아이들을 자기 편으로 만들기 위해 쿠폰을 발행해 상품을 주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아이들은 완전히 세라 편에 서게 된다.
선생님이나 어른들 앞에서 너무도 예의바른 차예린. 거기다 예쁘기까지 하니까 선생님도 친구들도 박세라의 마음을 알아 줄 리 없다. 세라를 힐끔거리며 귓속말로 주눅 들게 만드는 작전은 계속되고, 급기야 회장을 탄핵시키자는 참으로 어이없는 사건을 만들어 낸다.
세라가 학교에서 겪는 고통을 하소연해도 회사일로 바쁜 엄마에게는 소귀에 경 읽기 정도로 들리고, 아빠의 충고도 직접적으로 고민을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친한 윤신이마저 소원해진 상태에서 세라는 처절한 굴욕감과 패배감에 사로잡히고 만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을 혼자 감당해 내야 했던 세라는 예린에게 동조하지 않는 몇몇의 용기 있는 친구들과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담임 선생님의 노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게 되지만 그 기억은 가슴 한껸에 상처로 간직하게 된다.
너무 일찍 나쁜 어른을 닮아 버린 아이들의 세계를 고발한다! 『귓속말 금지 구역』은 왕따는 영원한 가해자도 방관자도 피해자도 없음을 다시 한 번 이야기해 준다. 이 작품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차예린이라는 가해자가 아닐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예린이에게 찰싹 달라붙어 세라를 보며 귓속말을 하던 그 아이들이, 무능력한 회장을 탄핵시키고 부회장 차예린을 회장으로 추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그 아이들이 예린이에게 등을 돌렸다. 그리고 그 여자아이들은 다 세라 주위로 몰려들었다.
예린이는 완벽하게 혼자가 됐다.
혼자가 된 예린이를 볼 때마다 심장이 가시가 박힌 것처럼 따끔거렸다. 이런 마음, 내 자신이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지만 그건 사실이었다.
이처럼 세라의 솔직한 심리묘사를 통해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읽는 이들로 하여금 다시 한 번 생각하도록 해 준다. 또한 “나 전학 가기 싫어. 벌써 전학만 일곱 번이나 다녔어. 이번이 여덟 번째야. 이제 갈 데도 없어. 친구도 없고. 다들 날 싫어해.” 하고 울먹이는 세라의 목소리가 사라지기도 전에 전학 간 학교에서 또다시 회장이 되었다는 뜻밖의 소식에 또 한 번 가슴 한 켠이 서늘해진다.